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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이재명이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는 이유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9. 1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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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 8일 국회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15일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 이 대표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 대표의 단식은 여당의 사상 유례없는 조롱과 무시 속에서, 국민들의 압도적인 성원과 응원은 다소 부족한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지지층의 결집을 이뤄냈다’며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한다.

사실 정당의 대표가 보름 넘게 목숨을 건 단식을 하는 상황이라면 당원들이나 의원들도 웬만해선 계파갈등이나 불만을 표출하지 않고 당 대표를 중심으로 완전히 똘똘 뭉치게 된다. 이번 이재명 대표의 단식에서도 반명계(반 이재명)들도 단식현장을 방문하는 등 최대한 이 대표에 대한 ‘저항’을 자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단식으로 그의 체제를 위협하는 당내 내부 불안요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본다. 단식 이후 반명계들이 조직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직공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 대표의 단식 기간 동안 일종의 ‘휴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 대표가 단식을 통해 반명계가 더 이상 이재명 체제를 흔들 명분을 주지 않았다는 해석도 있다.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가 하필 검찰 소환조사와 체포동의안 재상정을 앞두고 단식을 한 것에 대해 시기상 다분히 정략적인 ‘내부단속용’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당내 분위기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직접증거는 하나도 없는 검찰의 ‘정치 탄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반명계의 ‘포격 탄착군’도 흐트러지고 있다.

이 대표는 확실히 단식을 통해 당의 결속과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가져온 당내 불안요소 제거와 계파갈등을 진정시키는 효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이 대표가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02년 11월 15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실시,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전격 합의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노무현 사료관)



일단 ‘장악’이라는 표현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이재명 대표는 78%의 압도적인 전당대회 지지율로 당의 수장이자 유력한 대권주자가 됐음에도 ‘반명계’로부터 여전히 그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민주당의 대선후보 가운데 경선 과정에서 당심과 민심을 얻어 대권주자가 됐음에도 당내 ‘의원’들의 조직적인 비토로 지위가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노무현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됐음에도 일명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 사태로 크게 곤욕을 치러야 했다. 노 후보는 한때 지지율이 떨어지자 당시 주류였던 동교동계가 국민통합당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요구하며 사실상 노무현의 후보 사퇴 압박과 정몽준으로의 후보교체를 ‘강요’당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 주류였던 동교동계 세력은 이인제를 지지했고 노무현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당이 사실상 두개로 쪼개져 극심한 분열을 노정했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는 후단협의 온갖 견제와 질시를 뚫고 결국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지역주의 타파와 기득권 척결이라는 시대정신에 온전히 자신을 맡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현재 이재명 대표가 처한 상황이 지난 2002년 대선 때의 노무현 후보 상황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대선과 총선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민주당 저변에 흐르는 계파갈등과 그에 따른 대권주자 흔들기의 ‘잔재’는 지금도 존재한다. 이 대표는 당내 유력한 대권주자임에도 현역 의원들로부터 그 지위를 완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휘둘린다.

이는 정당마다 존재하는 계파갈등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주의의 다원성 측면에서 계파갈등은 성숙한 의회정치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표가 장외의 개딸들을 비롯한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대체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반명계는 여전히 ‘이재명’을 당의 운명을 오롯이 맡길 확실한 대권주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이 대표가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도 있고 민주당만의 뿌리 깊은, 위선적이고 배타적인 정치문화도 있다. 먼저 이재명 개인의 태생적 한계를 보자. 이는 다분히 주관적인 해석이기 때문에 그리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이재명 대표와 술자리나 사적모임을 가져본 의원들 중 ‘이 대표가 생각보다 낯을 가리고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어색해하는 것 같다’라는 반응이 있다.

단식농성을 12일째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월 11일 오전 국회 앞 천막에서 중진의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떤 대권주자들은 한 두 번 술잔이 오가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의원들의 손을 꽉 잡는다든지 ‘취한 척’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 인간적인 호감을 이끌어내려고 한다. 이는 그것이 의도적이든 타고난 것이든 대권주자와 의원들 사이에 놓인 경계심을 허물고 ‘인간적인 관계’ 위에서 정치를 ‘엮어보려는’ 당연한 접근법일 것이다. 이런 ‘전술’에 탁월한 대권주자가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윤석열 대통령쯤 되겠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경우 이런 인간적 접근법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의원들의 평가가 있다. 일부 의원들은 그것을 ‘완전히 내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 대표가 자신과 뜻을 같이 하지 않는 의원들에게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것으로 비쳐지다 보니 그들과의 물리적 거리 좁히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정치경력도 불안요소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을 시작으로 경기도 지사를 거치며 행정경험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순수한 국회 경력으로 보면 초선에 불과하다. 그것도 재보궐 선거로 정치에 처음 입문한 ‘반쪽짜리’ 의원이다. 국회의원들은 의외로 이런 선수 따지기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수도권 험지와 영호남 ‘꿀 빠는’ 지역 등을 따지며 차별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한다.

이 대표에 대한 평가도 이런 시각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이 대표가 ‘초선’이기 때문에 서열의식이 강한 민주당을 장악하는 데도 더 큰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의원들은 그가 여전히 여의도 정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대파 의원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갖고 있다.

계파적 한계도 있다. 이재명 대표는 변호사 시절인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정동영 후보의 비서실 수석부실장으로 처음 공식 정치에 입문했다. 그의 정치적 출발점이 ‘정동영’이라는 점은 당내 계파의 한 축인 친노(친문)와 386 그룹 등과의 화학적 결합을 가로 막는 걸림돌이 될 때가 많다.

친노는 대선 과정에서 정동영 후보를 거의 왕따 시킬 정도로 선거에 열심히 뛰지 않고 방관했다. 그 결과는 정동영의 역대 대선 사상 최다 득표차(531만표) 패배였다. 386그룹도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거 발탁된 뒤 당의 ‘주류’임을 자임해왔다. 그들의 뿌리 깊은 동지의식과 선민의식은 당내의 배타적인 정치문화를 형성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386 그룹은 지금까지도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당의 집권을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로 볼 뿐 ‘이재명을 위해 목숨 바쳐 뛰겠다’는 운동권 특유의 동지의식을 내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민주당에는 이재명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폭넓게 깔려 있고 이는 그를 당의 완전한 대권주자로 받아들이지 않는 결정적 기제가 되고 있다.

2022년 2월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대선후보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가 당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이 원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재명 대표가 집권에 대한 확고한 자기 확신과 바위같이 단단한 권력의지를 당원과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각인시키고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일각의 ‘인상평가’는 때로는 박하다. 그는 공개석상에서도 어딘지 모르게 쭈뼛쭈뼛한 모습을 보이며 어색한 상황을 연출한다는 지적이 있다. 왠지 위축돼 보이고 주변의 눈치도 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는 순전히 이재명 개인의 캐릭터일 뿐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야당 대표라면 언제 어디서든 자신감에 차 있어야 하고 권력의지와 집권에 대한 확고한 자기인식을 끊임없이 발신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윤석열 대통령은 그를 아예 무시하고 일방적이다 못해 ‘독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정국을 휘젓고 있다. 이런 ‘엄혹한’ 시대라면 야당 대표는 더욱 당당해야 하고 권력의 독주를 막아내려는 결연한 의지를 내보여야 한다.




야당 대표의 ‘동공이 흔들리면’ 당 전체가 불안해하고 그에 따라 민심도 겉 돌게 된다. 이재명 대표가 지금 목숨을 걸고 윤석열 정권 투쟁 단식을 하고 있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반대파 의원들을 찾아가 끊임없이 설득하고 더 세게 밀착해 당의 통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국민들은 결과에 대한 실패보다 이 대표의 통합 ‘과정’을 더 높게 평가할 것이다.

이 대표가 의원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하고 권위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열정을 오롯이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에 자신을 던지는 결기가 부족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민주당 ‘전체’의 집권에 이 한 몸 바치겠다는 진정성보다 ‘이재명 출세’의 그림자가 더 짙게 깔려있기 때문에 의원들도 그들의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재명은 역대 그 어떤 대선후보보다 득표를 많이 한, 민주당의 훌륭한 정치자산이다. 반명계의 반대도 결국 이재명 스스로 뚫어내야 한다. 당내 반대파의 문턱을 넘지 않고서는 대선의 문도 열리지 않는다. 개인 이재명을 버리고 민주당의 이재명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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