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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윤석열 대통령이 유인촌을 재등판 시키는 까닭 본문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소폭 개각을 할 것으로 알려집니다. 개각 대상은 국방부와 문화체육부 등 2~3개 부처가 될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사 검증은 다 마쳤고 대통령의 선택만 남은 상황이다. 순방 귀국 후 개각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새 장관 물망에 오른 인사 중 눈에 띄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입니다. 그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합니다. 유 특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이미 한 차례 문체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유 특보는 강력한 업무추진력과 거센 조직 장악력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높은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리고 이번에 이례적으로 또 다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문체부 장관 ‘낙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세간에서는 MBC 드라마 전원일기의 ‘회장님댁 둘째아들’이 왜 이토록 권력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지 의아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유 특보의 업무 능력은 둘째 치고 그가 장관 시절 공개석상에서 보여준 ‘행패’에 가까운 ‘막말’이 지금도 SNS에서 막돼 먹은 공직자 ‘짤’의 대표로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 특보가 장관 재직 때인 지난 2008년 10월24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을 향해 “사진 찍지 마! XX 찍지 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 XX 찍지 마!”라고 말하며 삿대질을 하는 영상이 그대로 전파를 탔습니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국감 자리에서 장관이 카메라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하는 장면은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진기하고도 무례한 장면이었습니다.
유 특보가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으로부터 “이명박의 휘하들이고 졸개들이다”라는 말을 들은 직후 대통령과 자신의 ‘존엄’이 훼손되는 것을 참지 못했던 충정열혈 장관의 ‘기개’라고 백번 이해해도 연속해서 ‘씨~’를 내뱉거나 기자들을 향해 삿대질을 한다는 것은 국회 모독을 넘어 국민을 모욕하는 행위였습니다.
이밖에도 유 특보는 특유의 거침없는 행보로 잦은 ‘설화’를 빚기도 했습니다. 유 특보는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협동과정 서사창작과 폐지에 반대하는 피켓을 든 학부모에게 “학부모가 세뇌됐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이밖에도 유 특보는 ‘MB 블랙리스트’에도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유 특보는 2008년 2월 장관 취임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해 ‘정적’에 대한 노골적인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유 특보는 정권의 정책에 대해 부당함을 지적하고 반대하는 사람을 ‘이념적 편향’으로만 인식하는 권위적이고 몰상식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권력에 조금이라도 거추장스러운 반대세력이 있으면 대화와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제압과 타도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런 평소의 오만불손한 태도가 국정감사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욕설’을 하는 행태로 발현되었던 것입니다.
유 특보가 이렇게 흠결이 많은 인물임에도 ‘2대’에 걸쳐 권력자들의 총애를 받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일만 잘한다면 그 정도의 구설수는 문제가 안 된다”는 대통령의 인식 때문입니다. 권력자의 의중을 알아서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장관이 미울 리가 없을 것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삐걱거리는 소음 정도는 감수해야 국정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다분히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정국운영입니다.
하지만 그런 공직자들은 개발독재 시대 때나 빛을 발하는 인물들입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차지철 경호실장은 ‘대통령 보위’를 구실로 온갖 월권과 ‘정치적 일탈’을 저질렀습니다. 사설정보팀을 만들어 정치인들을 사찰하고 민주주의를 탄압했습니다. 국기하강식에 장관이나 여야 지도부들을 불러 세워 놓고 자신이 ‘대장’ 노릇을 했습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여러 경로를 통해 차지철의 ‘만행’을 보고받았지만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차지철이 일을 할 때 요란하게는 하지만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국정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크게 오판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최악이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집권사상 최대 실책이 바로 차지철의 등용이었고 그것은 결국 정권의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차지철은 박 대통령이 시해됐을 때 경호실장의 기본책무마저 내팽개치고 화장실로 피신을 하는 등 한번도 ‘주군’의 안위를 살피지 않고 혼자 도망가는 비겁함마저 보였습니다. 그것 또한 평소에는 입버릇처럼 ‘박정희가 곧 국가다’며 애국심과 충성심을 내보였지만 결국 개인의 영달과 권력탐욕의 위장막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국민을 무시하는 공직자들이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역대 권력자들의 몰락사가 이를 말해줍니다. 차지철은 국민을 무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수백만명의 인적 희생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만큼 민심에 역행하는 문제적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권력의 충견’으로서 용맹하게 자신을 곁을 지키는 차지철을 무한 신뢰했다가 정권의 몰락을 자초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공직자의 최고선은 공감능력과 겸손입니다. 청렴결백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의 사표가 될 만한 덕망 있고 능력도 있는 인물이 권력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파수꾼’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공직자의 기본자세마저 결여된 문제의 인물을 다시 ‘콜업’하려고 합니다. 국민 눈높이보다 권력자의 ‘사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대통령의 인사는 결국 더 큰 화를 자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의 박보균 장관은 개각설이 나왔던 초기부터 업무 능력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교체가 예상되던 상황이었습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박 장관의 업무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특히 언론관계 주무장관으로서 힘 있게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가짜뉴스’ ‘좌편향 공영방송’ 등의 현안에 대한 대응 능력이 소극적이고 정책 추진 능력도 떨어진다고 본 것입니다. 윤 대통령처럼 불도저 유형의 리더에게 박 장관은 그냥 저냥 현상유지만 하는 ‘답답한 관리자’로 보였을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유인촌 특보를 ‘권력의 맹견’으로 임명한다면 자신의 국정철학도 더 쉽게 관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홍범도 장군 공산당 이력 등으로 윤 대통령은 이념전쟁에 노골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왼쪽으로 기울어진 언론환경도 완전히 갈아엎기 위해 유인촌 특보를 그 최전선에 세우려고 합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국민을 무시하고 국정감사장에서 삿대질과 욕설을 하는 하자 있는 인물을 다시 내세워 이루려는 국정의 최고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요. 국민통합과 소통보다 더 중대한 국정목표가 있을까요. 단기간에 유인촌 특보가 정국을 휘저으며 대통령 입맛에 딱 맞는 퍼포먼스를 벌이겠지만 그것이 비극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역사가 말해줍니다.
(여성경제신문 9월 12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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