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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선택 “이재명 구속돼도 끝까지 간다”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8. 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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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월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위례 신도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최종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이 대표는 8월 18일 당 대표 취임 후 네 번째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지난 1월 10일(성남FC 후원금 의혹), 1월 28일·2월 10일(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에 이어 이번에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네 번째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지난 2월 ‘성남FC 의혹’과 ‘대장동 의혹’을 합쳐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민주당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좌절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백현동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합쳐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영장청구 시기를 두고 이 대표와 검찰 간에 치열한 눈치싸움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두고 “조작 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심사를 받겠다. 저를 보호하는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꼼수를 포기하고 비회기에 영장을 청구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로서는 회기 중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체포동의안 표결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계파 간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검찰로서는 이 대표 입맛에 맞게 비회기 영장 청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민주당의 분열을 유도하고 이 대표에게도 최대의 정치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 영장 청구 시기를 9월 정기국회 회기 내로 정하는 ‘정치적 장난’을 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 대표의 비회기 영장 청구 요구에 대해 “범죄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마치 식당 예약하듯이 언제 구속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일”이라며 야당 대표를 조롱하는 듯한 ‘워딩’을 내뱉는 것도 구속영장 청구를 최대한 정치적으로 이용해 보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엿보입니다. 

 

사실 검찰의 이 대표 구속영장 재청구는 그 자체로 꽃놀이패입니다. 역사상 지금처럼 거대 야당 대표가 검찰에 수사 약점이 잡혀 질질 끌려다닌 적이 없었습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불법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고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8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친명'(친이재명) 성향의 원외 인사 모임인 더민주 전국혁신회의 1차 전국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이회창 후보에게 ‘DJ 비자금 자료’를 한 보따리 가져다준 장본인은 정형근 의원이었습니다. 안기부 대공수사국장 출신인 그는 ‘공작 정치’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대선 전 불순한 장난을 치려 했습니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은 검찰에 DJ 비자금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시 검찰이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를 무시하고 DJ 비자금 수사를 거침없이 밀어붙였다면 1997년 대선은 ‘내전’ 수준의 분열과 갈등이 노정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은 DJ 비자금 사건에 대해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닌, 대통령 선거라는 국가의 중대한 정치 행사를 원활하게 치르기 위한 정무적인 통치 판단을 했습니다. 

김 대통령의 결단과 검찰의 민주적 통제에 대한 존중 덕분에 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보수와 진보 간의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하면서도 평화적으로 정권교체를 하는 민주주의의 토대가 정착됐습니다.  

1997년 대선 때의 DJ 비자금 수사 중단 사건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이야기할 때 중요한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 대응 방안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친명계’(친이재명)에선 ‘투표 거부로 이 대표를 지키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의 정치 탄압 수사에 단호하게 맞서면서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끝까지 비타협 무한투쟁하겠다는 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명계’에선 이 대표가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 당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체포동의안을 부결한다든지 아예 투표 거부를 할 경우 국민에게 완전히 버림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습니다. 

 

비명계는 ‘이 대표가 의원들에게 자신의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을 재차 확인하고 동의안을 가결하도록 분명한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비명계 일각에서는 “아예 대표직을 사퇴하고 ‘자연인’ 신분으로 당과 분리돼 사법 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8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검찰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친명계는 ‘이재명 사수 작전’에 이미 돌입한 모습입니다. 이 대표가 의원들에게 자신의 체포동의안 찬성 가결을 ‘지시’하더라도 친명계는 조직적으로 반대표를 던지거나 아예 투표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킨다는 전략이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친명계가 이렇게 ‘끝장 투쟁’으로 선회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민주당 친명계에는 대권주자에 대한 검찰 수사의 ‘기준점’을 1997년 DJ 비자금 수사 사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DJ의 비자금을 개인의 돈 문제가 아닌 관행적인 정치자금의 일환으로 보고 사건을 ‘정치적 타협’으로 해결했습니다. 

친명계에서도 이번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1997년 DJ 비자금 수사 중단의 정치적 해법 사례가 원용돼야 한다는 시각이 상존합니다. 친명계는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네 차례나 받으며 탈탈 털리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재명’이라는 개인이 불법적인 돈을 받았다는 점은 드러난 게 없다는 점을 ‘정치적 해결’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웁니다. 

이 대표가 ‘제3자 뇌물 공여’ 혐의 등 지자체장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일부 유죄를 범했지만 그것이 차기 대권 도전이 유력한 야당 대표의 정치생명을 끝장낼 정도로까지 법적으로만 해석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친명계는 바로 이 지점을 무한투쟁의 시발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이 ‘DJ 비자금 수사’처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야당 대표의 사법 문제를 정치 탄압으로만 몰고 간다면 자신들도 여론의 추이와는 상관없이 끝까지 저항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친명계가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또 다른 배경은 ‘지금보다 민주당의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입니다. 민주당의 한 친명계 인사는 이에 대해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는 이미 지금까지의 당 지지율에 대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 부결이 확정되더라도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 특히 내년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 실정에 대한 정권 심판 성격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표심의 부차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실 친명계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두 번째로 부결되거나 구속돼 옥중 공천을 하더라도 그것이 이 대표를 낙마시킬 정도로 치명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친명계의 이런 불퇴진 극한 투쟁의 성공 여부는 향후 여론의 향배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1997년 대선 때 야당 유력 대선후보의 비자금 파문으로 정치가 와해 직전까지 갔지만 검찰 수사 유보라는 ‘정치적 타협’으로 그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한 바 있습니다. 그 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정치는 한 대권주자의 운명을 놓고 다시 한번 사법적 단죄와 정치적 해결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국민들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여성경제신문 8월 22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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