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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김은경 혁신위원장, 사과는 왜 했을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8. 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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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8월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면담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참 딱하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청년들과의 좌담회에서 “현재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 그 말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가 노인 폄하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이어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쉴드’를 친답시고 노년층을 향해 “미래에는 없을 사람들”이라고 지칭하면서 급기야 민주당 전체로 불길을 번지게 하는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혁신위원들과 일부 의원들의 그릇된 상황인식과 안일한 대응에 대해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결국 민주당은 백기를 들고 상황 수습에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줄줄이 대한노인회(회장 김호일)를 찾아가 머리를 조아렸다. 한병도 이해식 의원이 2일 대한노인회를 찾았고, ‘미래에 없을 사람들’이라고 부화뇌동한 양이원영 의원도 김호일 회장에게 사과했다가 꾸지람만 들었다. 

민주당은 의원들의 잇단 사과 방문에도 불길이 잡히지 않자 결국 3일 김은경 위원장을 직접 대한노인회에 보내 진화에 나섰다. 김호일 회장은 김 위원장의 사진을 때리는 ‘과격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전국 50여만명의 노인 회원들이 나이로 ‘조롱’을 당했다는 것에 ‘열폭’됐던 점을 감안하면 김호일 회장의 오버액션도 과하지 않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리고 3일에는 급기야 박광온 원내대표까지 대한노인회를 찾았다. 박 원내대표는 “김 회장께서 말씀하신 임플란트나 인공눈물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문제들은 저희가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풀어내도록 하겠다”며 국민 세금으로 노인들의 토라진 마음을 사려는 다급함마저 보였다. 

이런 일련의 김은경 노인 폄하 막말 논란을 보면서 민주당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먼저 이번 막말 파문으로 민주당이 혁신위원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혁신위원들은 그들의 ‘쇄신’을 ‘민주당’이라는 범위에 국한시켜 추진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이는 방향 설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양이원영 의원이 8월 2일 용산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찾아 '노인 폄하' 논란과 관련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


일부 혁신위원들은 민주당의 혁신위를 ‘이재명 대표 체제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편협한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민주당은 왜 혁신위를 하는지조차 불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촉발된 당에 대한 불신을 외부 인사들을 통해 적당히 ‘물타기’ 해보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민주당이 혁신위에 진심이었다면 국민 정서와 따로 노는 당의 특권의식을 과감하게 잘라 내고 국민의 눈높이에 최대한 맞추려는 ‘낮은 자세’를 먼저 보여주었어야 했다. 민주당이 제대로 된 정당으로 국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것이 혁신위 출범의 본질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 특정 계파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168석으로 한껏 콧대가 높아진 민주당의 오만함을 강제로라도 꺾어 놓아 국민들의 삶의 현장으로 몸을 던지게 하려는 것이 혁신위의 출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혁신위는 전혀 그런 노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들의 염장만 지르고 있다. 유인태 국회 전 사무총장은 김은경 위원장을 향해 “개딸들 홍위병 노릇 할 게 아니라면 지금 여기서 ‘죄송합니다’하고 위원장을 내려놓는 게 민주당을 돕는 길”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기득권 세력들이야 ‘개딸’과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궁색한 처지이겠지만 김은경 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들은 특정계파의 속박에 비교적 자유로움에도 그들은 스스로 민주당의 혁신을 특정계파의 쇄신에 대한 ‘명분 쌓기’ 도우미로 전락시켰다.  

또한 김 위원장이 노인 폄하 발언 이후 며칠 동안 보여준 ‘별 것 아니라는 식’의 대응과 혁신위원들이 보여준 편협한 인식은 그들이 얼마나 저잣거리 민심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서복경 위원은 김 위원장을 ‘쉴드’ 친답시고 ‘합리적’이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서 위원은 “아무래도 연구자들의 일상적인 표현은 다른 것 같다. 그때 합리적이라는 표현은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라는 뜻이었다”며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수용자’들의 태도와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질을 했다. ‘말귀’를 못 알아드는 노인들의 ‘비합리적’인 인식에 문제가 있어 점잖게 가르치려 했던 것 같다. 

 

김은경 위원장이 혁신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홈페이지)


또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일부’ 노인들이 듣기에 충분히 기분이 나쁠 수 있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혁신위원들은 ‘비합리적’인 정치 환경부터 탓했다. 윤형중 혁신위 대변인은 “사과를 할 일이 아니다”며 오히려 “국민의힘은 세대 간 갈라치기를 하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 

물론 혁신위원들이 자신들의 위원장이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 것에 대해 ‘몸빵’을 해주려는 ‘동지애’는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하면 그들은 혁신위를 김은경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의 ‘동아리 놀이방’으로 전락시키는 미숙한 정치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이 국민들 삶의 애환과 함께 하는 정당으로 스스로를 쇄신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치열한 몸부림을 보여주기 위해 혁신위를 띄운 것이라고 하면, 혁신위원들은 위원장의 보호보다 국민들의 감정선을 먼저 살피는 게 공적인 태도다. 

이번 김은경 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사태를 보면서 정치라는 시스템이 국민들의 삶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새삼 확인하게 된다. 연봉 3억원을 꼬박꼬박 챙기면서도 입으로는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치욕스럽다’며 가식과 위선을 떠는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민주당을 ‘서민의 정당’으로 제대로 혁신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민주당의 혁신은 국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채 그들끼리 책상에 앉아 국민세금으로 밥 먹고 서민들을 위하는 척 하며 ‘민주당만을 위한 탁상공론’에 빠져 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국민들은 국회의원 나리들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누가 공천을 받는지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금배지만 달면 그들만의 세상으로 들어가 편하게 누릴 생각만 하기 때문에 정치인에 대한 기대도 별로 없다. 애초에 민주당만의 적폐를 이재명 대표 체제 안에서 이루려고 했던 혁신위 출범 자체가 쇼였고 넌센스였다. 

지난 7월 19일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서 무더운 날씨에 쇼핑카트 및 주차관리 업무를 하다 2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발생한 폐색전증인 것으로 알려졌다. 7월 28일에는 서울교통공사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40대 노동자가 30도에 달하는 더운 날 야외에서 작업을 하다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사인은 심근경색이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등 온열질환 재해자는 총 156명이 발생했고 이 중 26명이 사망(16.6%)했다고 한다. ‘몇 명 죽지도 않았는데 웬 호들갑이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에서 쉴 곳이 없어 사망하는 노동자들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는 한, 정치는 그들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 에어컨 빵빵한 곳에서 민주당만을 위한, 이재명만을 위한 시답잖은 혁신을 논의하다 보니 ‘얼마 살지 못하는’ 노인네들이 눈에 들어오기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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