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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민주당 본문
최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됐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입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정당별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은 29%를 기록해 국민의힘 35%에 6%포인트 뒤졌습니다(자세한 내용은 한국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거의 오차범위 내를 오가고 있고, “조사 시점이나 응답 방식, 표본 등에서 차이가 존재한다”(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는 게 민주당의 공식 입장입니다. 오히려 민주당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긍정적인 여론이 더 많이 포착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갤럽 측은 최근 한 달간의 흐름을 보면 민주당 지지도가 점진적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최근 한 달이라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그리고 오송 지하차도 수해 참사 등이 잇따라 발생해 민주당이 지지율을 까먹을 아무런 이유가 없음에도 오히려 서울의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2배 차이로 앞서는 결과도 나오는 등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권의 잇따른 악재에도 민주당의 미스터리한 ‘지지율 정체-하락’의 악순환에 대해 차고 넘치는 다양한 원인과 해법이 제시됐습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을 연일 맹공하며 윤석열 정권의 도덕성 추락을 규탄하고 있지만 정작 민주당 지지율 추락 원인의 맨 앞줄에는 ‘도덕성 문제’가 따라다닙니다.
민주당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의 거액 코인 보유 거래 의혹 등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지만 지금까지 국민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통렬한 자기반성이나 혁신적인 대책 수립 등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여론에 등 떠밀려 꾸역꾸역 혁신위원회를 띄워 1호 작품으로 ‘불체포 특권 포기’ 당론을 채택했지만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희대의 ‘개구멍’을 만들어 놓아 하나마나 한 혁신안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168석의 국회 기득권 세력임에도 윤석열 정권의 특권과 일방 폭주에 희생당하는 ‘약자 코스프레’를 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민주당은 시대착오와 자가당착으로 연결된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버렸습니다. 민주당의 대여 투쟁방식은 시대착오적이고 구태의연할 뿐입니다. 민주당은 과거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군사독재와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집권 세력 비판 방식은 정밀하지 못하고 관성적인 반대 투쟁에 젖어 있습니다.
국민들은 윤석열 정권에 무슨 일만 터지면 ‘반대 자판기’에서 ‘기계적 반대’ 카드부터 빼 드는 민주당에 극히 회의적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저지른 실책이나 수수방관에도 화가 나지만 무조건 반대 투쟁부터 내지르고 보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168석의 국회 기득권 세력으로서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며 거부감을 드러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사건건 권위주의와 일방 독주 리더십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현재의 민주당 대여 투쟁방식은 국민들이 뻔히 예상하는 식상하고 고리타분한 ‘고인 물 반대 전략’뿐입니다. 최근 혁신위가 마련한 청년 좌담회에서 한 참가자가 “민주당이 여소야대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싸우기만 한다”라고 지적한 배경을 민주당은 따져봐야 합니다.
민주당은 심각한 자가당착에도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들은 국민의힘을 ‘친일파의 후예’로 몰아세우며 민주당 전체를 ‘독립투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도덕성에서만은 ‘친일 기득권’ 세력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신만만해하지만 정작 그들의 도덕성 타락에 대해서는 입 닫고 눈 감습니다.
민주당 스스로가 특권과 기득권으로 똘똘 뭉쳐 있음에도 집권 세력의 폭주에 무기력하다고 한탄합니다. 도덕적으로 타락한 거대 야당이 집권 세력의 도덕성 결여 비난에만 혈안이 돼 있습니다.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고 자가당착에 빠진 야당을 국민들이 인정하고 지지해 줄 리가 없습니다.
민주당은 유연성과 실용성의 합으로 뫼비우스의 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서열주의와 계파주의가 뫼비우스의 양극단으로 연결된 민주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유연성입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민주당에 2번 연속 패배한 뒤 2004년 전당대회 때 국민여론조사를 처음 도입, 이명박 정권 출범의 견인차가 됐던 소장파를 탄생시켰습니다. 그 후 국민의힘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2021년에는 30대의 ‘0선’ 이준석 대표를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민주당은 보수정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보여줬던 파격과 유연한 정치노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에서 패배한 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 달라’고 해 자신의 ‘정치 복귀’ 방패막이로 삼았지만 그 후 박 전 위원장은 가루가 되도록 까인 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물론 박 전 위원장 개인의 능력 부족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많았지만 민주당의 ‘순혈주의’는 굴러온 돌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민주당은 과거 보수정당이 가장 비난받았던 수구적이고 반동적인 정치세력 낙인을 스스로 덧씌우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변화를 수용하는 유연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뿐 아니라 대선마저도 암울합니다.
현존하는 최장수 정당으로 평가받는 영국 노동당은 340년(토리당)이나 살아남고 있습니다. 영국 보수당의 ‘대부’로 추앙받는 디즈레일리 총리는 이념적 원칙에 얽매이지 않고 권력 쟁취를 위한 실용주의를 현재의 보수당에 뿌리내리게 한 정치가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보수당임에도 노동당의 가치 영역이었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전체 국민의 삶을 돌보는 대중복지 정당 추구 등의 사회개혁을 적극 추진, 현재의 보수당에 ‘개혁과 혁신 DNA’를 확실히 이식시켰습니다. 현재의 민주당도 진영과 이념을 넘어서는 실용적이고 유연한 ‘정책 DNA’들을 민주당에 뿌리내리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민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정당이 아닌, 국가 발전에 도움을 주는 실력 있는 정당이라는 평가를 끌어내야 합니다. 혁신위 청년 좌담회에서 “(민주당이) 순간 인기만 얻으려고 하고 실제 도움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일갈한 청년들의 지적은 적확합니다.
민주당은 무슨 일만 터지면 도덕성과 특권의식이 도마 위에 올라 조리돌림당하지만 그때뿐입니다. 그 강고한 뫼비우스의 띠를 잘라내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이라도 잘하는 것이 있다면 적극 받아들이고 따라서 하자’는 파격적인 유연성과 실용성이 전제돼야 합니다. 그 지난한 변화의 시작은 어정쩡한 혁신의 결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과 신뢰 회복의 노력 과정을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것입니다.
지금의 민주당은 지킬 것도 없는 기득권에 집착했던 구한말 ‘민비 정권’의 몰락과 오버랩 됩니다. 이념과 진영의 모래성 위에 세워진 민주당은 유연성과 실용성의 뼈대가 없는 ‘순살 정당’에 불과합니다. 결국 내년 총선에서 국민으로부터 ‘강제 철거’를 당한 뒤 새집을 짓는 수순으로 가고 있습니다.
(여성경제신문 8월 1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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