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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골프’ 홍준표, 대권 도전 물 건너갔다?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7. 2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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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은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인명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던 지난 주말인 7월 15일 대구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대구는 전 직원의 20% 이상이 비상 근무하게 돼 있는 '비상근무 제2호'가 발령된 상태였다. 홍 시장은 논란이 일자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라며 반발하다가 뒤늦게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듯합니다. ‘폭우 속 골프’ 논란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홍 시장에 대해 ‘당원권 정지’ 등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공개 사과한 마당에 경고 정도가 적당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홍 시장에 대한 징계는 단순히 그의 ‘막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내년 총선과 차기 대권 구도까지 연결돼 있는 민감한 이슈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 주류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차기 주자인 홍 시장의 대구경북 공천권 영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군기 잡기’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겁만 주는 선에서 경징계에 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가 국민의힘 수장으로 등극해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하면서부터 홍 시장이 그를 견제하기 위해 여당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윤 대통령과 교감이 깊은 김기현 대표가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인 홍 시장을 ‘당원권 정지’ 등으로 차기 대권 도전에 심대한 타격을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에게 차기 대권 구도는 자신의 퇴임 후 안전판 확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이슈입니다. 윤 대통령은 현재 여당을 ‘섭정’하고 있으므로 홍 시장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차기 대권 구도를 홍 시장을 배제하고 아예 새로운 인물군을 내세우며 기득권 배제의 프레임으로 짤지, 아니면 홍 시장을 경선 흥행을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활용하며 범보수의 대결장으로 큰 판을 짤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습니다. 

당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번 ‘수해 골프’ 파문으로 홍 시장을 차기 대권 구도에서 완전히 배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홍 시장의 강성 이미지가 당정의 국정운영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고 있고, 그의 불통 정치 스타일이 윤 대통령과 중첩되면서 지지율에도 마이너스 요인이기 때문에 굳이 함께 갈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수해 골프' 논란과 관련, 7월 19일 기자실을 찾아 유감을 표하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 홍 시장은 "재난대응 매뉴얼에 위배되지 않았지만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대구시)



사실 국민은 홍준표라는 인물의 차기 대권 도전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극한 호우에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거대한 재해 앞에 홍준표 시장이 정치인으로서 보여준 처신은 국민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습니다. 특히 홍 시장은 보수 정치인들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는 “(극한 호우 중 골프가)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다는 지적에 동의 못 하시나요?”라고 기자들이 묻자 “기자들 여러분들이나 눈높이 맞게 좀 질문하세요, 예? 그게 어느 시대의 법입니까? 주말에 공무원들이 자유스럽게 개인 활동 하는 겁니다. (중략) 택도 아닌 소리 하고 있네”라며 기자들을 공격했습니다. 

이는 수세에 몰린 ‘꼰대’들의 전형적인 적반하장식 대응 방식입니다. 선수나 정치경력만 앞세우는 정치인들은 자신이 궁지에 몰리면 상대를 가르치려 들면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합니다. 자신에게 쏠리는 책임을 ‘물타기’ 하려는 꼰대의 전형적인 본말전도 대응 방식입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정국 대응 방식과도 유사합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라는 명패를 둘 만큼 최고지도자의 책임  의식을 늘 강조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태원 참사나 이번 극한 호우 등의 국가재난이 닥쳤을 때 아랫사람들을 질타하며 자신의 궁색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홍 시장은 보수 기득권 정치인들이 가장 자주 노정하는 ‘강약약강(강한 상대에게는 약하고, 약한 상대에게는 강한)’의 비겁한 면도 보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막말’이 거센 비판을 받자 바로 꼬리를 내리고 사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불과 나흘 전 기자들에게 “괜히 그거 쓸데없이 트집 하나 잡았다고 벌떼처럼 덤빈다고 그런다고 해서 내가 거기 기죽고 잘못했다 그럴 사람입니까? 나는 그런 처신 한 적 없어요”라고 말하던 기개는 온데간데없었습니다.

홍 시장은 정치입문 때부터 특수부 검사 출신의 강골 이미지를 내세우며 출세 가도를 달렸습니다. 부당한 공격 앞에 언제나 당당하고 소신 있는 척하며 ‘쓴소리’를 내뱉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비겁하게 몸을 사리며 약한 척 돌변합니다. 

그는 ‘친윤계’가 “대통령에게 부담만 준다”며 그를 옥죄자 바로 돌변하여 사과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당 지도부가 총동원돼 윤 대통령의 ‘진노’를 전달하자 수십 년간 지켜온 ‘주말 골프’ 소신도 버리고 바짝 엎드렸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7월 24일 수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2리를 찾아 수해 복구 봉사활동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홍 시장은 자신의 허물과 마주할 용기도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막말에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했지만, 이는 국민들의 질타를 의식했다기보다 당의 중징계를 모면하기 위한 ‘악어의 눈물’이었습니다. 홍 시장은 당 윤리위의 징계 개시 결정 직후인 20일 심야 페이스북에 올린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과하지욕은 중국 전한(前漢) 개국 공신인 한신(韓信)이 동네 건달들에게 “내 가랑이 밑을 기어라”는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인내하며 마침내 중국 통일의 ‘성공’을 이뤘다는 이야기를 비유한 고사입니다. 이는 홍 시장이 자신에게 징계를 내리려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동네 건달’로 받아들이고,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지만 당의 부당한 압력에 못 이겨 ‘사과’를 하는 굴욕도 감수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는 논란이 커지자 이 글을 게시 8시간 만에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흉중의 ‘피해의식’은 들키고 말았습니다. 정치인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민심을 잘 못 읽으며 ‘헛다리’를 짚을 때가 있습니다. 명예와 책임을 목숨처럼 여기는 보수 정치인이라면 자기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그 허물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필요했지만 홍 시장은 ‘뒤끝 작렬의 아집’만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홍 시장의 이런 용기 없는 행동은 윤석열 대통령과도 ‘기시감’이 듭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깜짝 방문까지 마치고 귀국한 직후 경북 예천 산사태 피해 현장부터 찾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많은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피해 현장은 끝내 찾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예천 산사태는 천재지변이라 대통령으로서도 불가항력 측면이 있었지만 오송 사건은 경찰관이 112 신고를 받고도 제때 출동하지 않은 점 등으로 인재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대통령이 자신에게 덧씌워질 책임론을 우려해 아예 현장을 찾지도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대통령이 자신에게 정치적 이익이 있거나 생색을 내는 자리에서는 큰소리를 치지만 오송 사건처럼 사망자가 다수 발생해 욕먹을 수 있는 자리는 외면한다면, 이는 국정 최고책임자가 자신의 과오와 책임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 행위로 비칩니다. 

지금 우리는 국민의 비판을 가짜뉴스로 몰아세워 가르치려 들고, 궁지에 몰릴 때는 비겁하게 꼬리를 내리고, 자신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도 없는 보수 정치인들의 국정운영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깨어있는 국민들이 선거에서 그들을 심판해야 합니다. ‘모든 국가는 그 나라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처칠의 명언은 오늘도 유효합니다. 

홍 시장의 수해 골프 막말은 정치인이 왜 존재하는지, 그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합니다. 대구든 예천이든 오송이든 단 한 명이라도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면, 그들은 정치인이 보듬고 아파해야 할 ‘우리들의 국민’입니다. 홍준표 시장은 7월 24일부터 3일 동안 자신의 대구 관할지역도 아닌 경북 예천에서 자원봉사를 한다고 합니다. 

 

(여성경제신문 7월 25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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