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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이균용의 ‘웃음’과 유인촌의 ‘자전거’ 본문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를 텔레비전에서 처음 보았을 때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그 웃음을 언뜻 보면서 ‘사람이 밝고 긍정적인 것 같다’는 첫인상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그가 회전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진 하나가 언론에 보도됐을 때의 모습은 첫인상과는 완전히 딴판이었습니다. 이균용의 트레이드마크로 불릴 만한 밝고 환한 웃음기는 싹 사라지고 근엄하다 못해 조금 무서운 표정의 그가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본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에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더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것 같다고 느낀 건 기분 탓이겠죠. 곤혹스러운 질문에도 웃으며,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하려 애쓰는 것이 ‘본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용균 후보자가 비록 법관이긴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등으로 다분히 ‘정치적인 인물’로 인식되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도 더욱 관심이 쏠립니다. 사실 ‘정치인’의 표정이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됩니다. 그들의 어떤 공개적인 ‘워딩’이나 표정에도 메시지가 있거나 특정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정치인이 의식적으로 웃으려 하거나 ‘오버액션’을 하면 그 이면에 뭔가를 감추려는 ‘가면’이 숨겨져 있다는 걸 인식하고 경계해야 합니다. 정치는 갈수록 감정이나 감각의 종합적 이미지로 정책이나 정치의 ‘선악’ ‘적부’ ‘정(正)사(邪)’를 판정하는 ‘허상의 잣대’에 무기력해지고 있습니다. 미디어의 발달로 정교해지는 이미지정치에 국민이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이미지메이킹 컨설턴트들이 정치인들에게 조언해 주는 일 순위가 바로 웃음이라고 합니다. 타인을 처음 만날 때 80% 정도는 얼굴을 가장 먼저 본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남성의 절반 정도는 입꼬리가 아래로 처져 있어 경직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웃음’과는 거리가 멀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의도적으로 웃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입만 웃는 게 아니라 눈을 비롯해 얼굴 전체로 웃을 수 있는 연습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모보다 표정에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은 가성비 좋은 이미지 메이킹 전략일 수 있겠죠.
이런 점에서 공직 후보자들이 가장 먼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낼 때 대체로 조언받는 것이 가능하면 웃거나 억측의 빌미를 줄 만한 표정의 변화를 최대한 억제하라는 것입니다. 최대한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가볍게 받아넘기는 게 좋습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고위공직자들의 ‘준비팀’이 만들어지면 ‘표정 관리’와 두루뭉수리 답변 반복 등의 노하우도 전수받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균용 후보자가 지금 언론으로부터 “이런 대법원장감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역대 후보자들 가운데 가장 흠결이 많은 인물로 꼽힌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웃음도 그런 ‘오점’을 감추기 위한 일종의 ‘변신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자신이 판결한 성폭력 범죄 85건 중 비공개된 1건을 제외한 84건 중 77건에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유죄 77건 가운데 형량을 깎아준 판결은 32건(41.6%)에 달한다고 합니다. 사회적 약자 보호의 최후 보루인 대법원장감의 성 인지 감수성이 낙제점을 넘어 일종의 ‘연구 대상’으로까지 보입니다.
그는 재산과 관련해서도 갖가지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공직자 재산 신고 시 10억원 상당의 비상장주식 보유 현황을 누락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 밖에 자녀 국외재산 신고 누락, 땅 투기와 농지법 위반 의혹, 배우자의 증여세 회피 의혹 등도 갖은 구설수가 따라다닙니다. 우리 사회 ‘양심과 준법의 최고 표상’치고는 의혹들이 꽤 지저분하고 무겁습니다. 정치권에서 그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버리는 카드’로 이 후보자를 지명했다” “낙마에 대비한 ‘플랜B’가 있다”는 등의 여러 억측이 돌고 있을 정도로 이 후보자는 청문회 전에 이미 대법원장감으로서 역대 최악의 결격 사유를 시전하고 있습니다.
이균용 후보자가 카메라 앞에서 최대한 미소를 지으려는 걸 고위공직 후보자의 ‘세련된 매너’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워낙 구린 것이 많아 그것을 어떻게라도 감추고 싶은 ‘위장의 미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나라의 ‘최고 어른’치고 너무도 모양 빠지는 흠결들이 많아 그의 웃음이 왠지 어색하게 보인다는 반응도 나올 법합니다.
그로서도 대법원장 문턱을 넘기도 전에 이미 드러나 버린 그의 ‘민낯’이 민망해서라도 앞으로는 카메라를 봐도 웃음기가 싹 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그런 최소한의 양심과 부끄러움마저도 개의치 않는다면 앞으로도 언죽번죽 만면의 미소를 날릴 수도 있겠지요.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날 이균용 후보자의 ‘표정 관리’를 첫 번째 관전 포인트로 뽑아보겠습니다.
대중들은 공직자들이 웃는다면 그 미소 뒤의 숨겨진 가면에 속아 넘어가기가 쉽습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그들이 가식적으로 웃는 사이에 진실마저도 망각의 강으로 떠내려 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의 최근 드라마틱한 ‘변신’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인촌’이라는 이미지가 국민들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 것은 지난 200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카메라를 향해 삿대질하며 ‘사진 찍지마 XX’을 연발하던 장면입니다. 그리고 무려 15년이 지난 뒤 그는 다시 공직자로 돌아왔습니다. 공직자들에게는 기적 같은 일입니다. 도대체 그가 어떻게 사람 보는 데 엄격하고 실력 위주로 보기로 소문난, 인사에 까다롭기가 하늘을 찌르는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 ‘달콤한 사탕’을 넣어주었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유인촌이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뒤 도하 언론에서는 ‘그렇게 사람이 없느냐’며 2008년의 ‘XX’ 해프닝을 대대적으로 재조명했습니다. 대중들은 15년이 지났음에도 그 유명한 ‘짤’ 때문에 여전히 유인촌을 ‘사진 찍지마 XX’ 때의 그 오만하고 불손한 모습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후보자 지명을 받고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첫 출근하던 날, 의외의 신선한(?) 장면이 노출됐습니다. 유인촌은 몸에 착 달라붙는 자전거 저지 복장에 고급 MTB를 미끄러지듯이 타고 들어와 유유히 카메라의 앵글로 들어왔습니다. 실로 드라마틱하다 못해 이런 미장센을 연출하도록 조언해준 참모가 누구인지 무척 궁금했을 정도였습니다. 아니면 유인촌 스스로 ‘오만불손한 전직 장관’에서 ‘스마트 장관 역’으로 연기 변신을 하기 위해 직접 ‘변장’을 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어찌 됐든 15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그의 ‘새끈한 분장술’에 잠시 과거의 ‘찍지 마 짤’을 잊어버릴 정도로 혼란을 느꼈을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72세(1951년생)의 나이가 무색하게 맨질맨질한 피부에 ‘신성한’ 인사청문회 준비 장소에 MTB 자전거를 타고 여유 있게 ‘입장’하는 모습에서 그가 공직자 최악의 ‘거만한 짤’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생각했던 사실이 잠시 망각될 수도 있겠습니다.
역대 장관 후보자 중 그 누구도 첫 출근 날에 시도하지 않았던, 파격적인 ‘패션 퍼포먼스’를 선보인 유인촌이 얼마나 자전거로 자신의 ‘찍지마 짤’을 가리고 싶었을지 상상을 해봅니다. 하지만 국민을 우습게 보고, 오로지 권력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국정감사장에서 욕설과 삿대질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본성’은 과연 얼마나 변했을까요. 요즘 MZ세대들은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고 합니다.
이균용 후보자가 주요 포털에 공개한 프로필의 ‘증명사진’을 보니 근엄한 그 세대(61세)답지 않게 밝게 미소 짓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이 후보자의 웃음은 ‘진실’의 어디쯤에 있을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제대로 드러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건 그렇고, 고위공직자 후보에 오른 본인들이 웃는 것보다 국민들이 그들을 보고 환하게 웃는 장면을 윤석열 정권에서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을까요.
(여성경제신문 9월 19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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