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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싸움’ 하는 윤석열과 이준석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8. 1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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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왼쪽)가 지난해 12월 3일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 후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13일 기자회견은 예상보다 훨씬 그 강도가 셌습니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대통령을 향해 비난 기자회견을 한 것은 유례가 없던 일입니다. 이 대표는 ‘내부총질’이 아닌 무단 난사로 집권세력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더 이상 윤석열 대통령과 같이 갈 수 없음을 선포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즉각 대응을 자제하며 무관심한 척하고 있지만 이제 양측은 서로를 ‘죽이는’ 것 외에는 타협의 지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지도력과 ‘윤핵관’ 문제로, 윤 대통령 측은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으로 서로 상대의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과연 이 싸움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이준석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든 생각은 우리 정치가 이제 정말 한심한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정치는 상대를 굴복시켜 권력을 쟁취하는 고도의 경쟁게임입니다. 상대를 ‘죽여야’ 자신이 사는 제로섬 게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악의적이고 불공정한 수단을 동원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는 종합예술의 영역입니다.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승리하게 돼 있는 게임입니다. 독식하는 것보다 상대와 나눠야 승리의 기운을 오래 끌고 갈 수 있습니다. 도저히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갈등도 정치의 영역에서는 가능합니다. 스포츠경기에는 없는 타협과 양보가 허용되는 유일한 게임이 바로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고 나서부터, 그리고 그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패싱 입당’을 하게 되면서, 그래서 두 사람이 속으로는 ‘XX’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대선까지 승리하는 과정 속에서 참으로 희한하고 기괴한 일들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8월 원희룡 현 국토부 장관이 자신과의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은 금방 정리될 것’이라고 주장하자 이 대표는 그 녹취록을 공개해 버렸습니다. 당시 상황을 접한 기자들은 당 대표가 상황이 불리해지자 자신의 통화내용을 그대로 공개한 기이한 사건에 상당히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당 대표인데, 당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개인의 억울함 때문에 악감정을 가지고 통화내용을 ‘깐’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 도중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눈물을 닦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은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가 금도를 넘어 아사리판이 돼 간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 즈음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발화’는 정제되고 숙려된 공적인 발언이 아닌 다분히 사감이 개입된 ‘난사’ 수준의 ‘막가자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대상을 배려하지 않는 돌발적인 막말에 ‘일부 이대남’들이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검증되지 않는 ‘인기’에 이 대표는 점차 고무됐습니다. 특히 이 대표가 젊은층의 지지율을 떠받친다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그의 돌출행동도 어느새 자연스러운 ‘이준석 정치’가 돼 버렸습니다. 그렇게 국민들도 점차 이준석의 ‘독한 말’에 감각의 내성이 생겨버렸고 급기야 집권여당의 대표가 대통령에게 막말을 쏟아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대표의 기자회견 뒤 화제가 되는 것은 고작 윤 대통령이 자신을 공개된 자리에서 ‘이 XX 저 XX’라고 했다'는 것이나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표현 해석을 두고 윤 대통령을 ‘개고기’에 비유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수준 낮은 싸움뿐입니다. 저잣거리 안주감 정도로 회자될 단어들이 당 대표 입에서 쏟아져 나오고 집권여당의 대응도 딱 그 수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정제된 표현과 품격 있는 논박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개고기’ 논란을 접한 국민들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개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민생과 먼 아귀다툼에 분노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민심이 어떻든 말든 아사리 난장판을 유도해야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더 보장된다는 것을 알고 기자회견 뒤 ‘매일 라디오에서 만나겠다’며 영악한 선전전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권여당과 대통령의 관계가 이토록 ‘개판’이 된 단초는 바로 이준석 대표의 허술한 자기관리에서 나왔습니다. 이 대표는 경찰 수사가 나오기도 전에 당 징계가 먼저 이뤄진 이례적 상황, ‘불법적’인 비대위 출범 과정 등을 보고 상당히 억울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야당도 아닌 집권여당을 자신의 억울함을 ‘해원’하기 위한 정쟁의 아사리판으로 몰고 간 것은 민생을 돌보지 않는 심대한 책임방기이자 ‘자해’ 행위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의 기자회견 뒤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대통령의 ‘지도력’ 문제를 ‘디스’했음에도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이준석의 존재를 무시하겠다는 1차원적인 대응 방식으로 볼 수 있다.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는 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성 비위 의혹 등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가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국민들은 그의 혀끝에 숨어 있는 ‘이준석 성상납’ 의혹을 똑바로 직시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이 문제를 평소 자신의 성향대로 거침없이 해소하지 않는 이상(사법처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중하겠다는 정도라도), 국민들은 그가 어떤 ‘바른 말’을 해도 공감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의 기자회견 뒤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대통령의 ‘지도력’ 문제를 ‘디스’했음에도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이준석의 존재를 무시하겠다는 1차원적인 대응 방식입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이번 사태를 해결할 장본인은 바로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내부총질’ 문자가 공개돼 윤 대통령의 본심이 발각되었다면 즉각 사과를 하고 사태를 수습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26년 검사의 ‘갑’ 의식이 몸에 밴 윤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를 ‘괘씸죄’로 처단할 생각만 하는 것 같습니다. 집권여당과 대통령실이 어떻게 되든 말든 ‘미운 놈은 박살을 내겠다’는 일방적인 분노만을 앞세운다면 해결책이 없습니다. 윤 대통령이 결자해지 자세로 이번 사태를 수습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공멸’하고 말 것입니다. 

현재 보수-진보 언론 가릴 것 없이 윤 대통령의 권력기반과 그 배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공동정권 수준의 연대와 연합을 이룬 정치세력은 성공했고, 그렇지 않고 분열과 배제로 권력을 독점했던 세력은 폭망했다는 경고를 계속 날리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이 XX 저 XX’라고 했던 그 ‘미운 놈’을 예뻐서 연대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국가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사적인 증오심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중앙정보부의 옛 수장 김종필 전 총리와도 웃으며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목숨을 걸고 얻어낸 그 권력의 일부를 과감히 김종필에게 떼 주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의회권력 기반이 약한 국민의힘에서 ‘이준석’이라는 공동정권의 한 축마저 잘라버릴 경우 윤 대통령의 권력운용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사실 이준석 대표의 정치 스타일은 지금까지 유례가 없던 새로운 유형의 ‘독한 정치’입니다. 세력이 없는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극단적인 분열과 난전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에서 불가능은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와 제 2의 ‘울산 회동’(이때는 대권이 걸린 마당이니 아무리 미워도 떡 하나 더 줄 심사였겠지만)을 조건 없이 연출해야 합니다. 그래서 민생과는 하등의 관계도 없는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에 진저리를 치는 국민들의 속을 달래줘야 합니다.

당 대표와 대통령의 싸움은 결국 윤 대통령이 이길 것입니다.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어떻게 해서라도 ‘엮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권력을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는 싸움입니다. 이준석 대표로서는 잃을 게 없습니다. 젊은 나이에 사법처리 돼 정치적으로 사장되더라도 시간은 그의 편입니다. 하지만 ‘국가이익’을 지켜내야 하는 윤 대통령은 다릅니다. 그가 ‘검사의 칼’로 이준석 대표를 끝까지 쳐낸다면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탄핵이전의 ‘노답’ 수구집단으로 회귀할 것이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되돌아갈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초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독일 비스마르크)이라는 말을 언급하며 “사람들이 모두 안 될 것 같다고 하는 일을 대화를 통해 해내는 것이 정치고, 그것이 정치의 매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지 어퍼컷을 날리는 격투기가 아닙니다. 

 

(여성경제신문 8월 16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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