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2200만원 VS 207만원 본문

정치

2200만원 VS 207만원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7. 26. 11:00







728x90
반응형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회 후반기 원구성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전반기 국회 임기 종료 이후 53일 만이다.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22일 국회 후반기 원구성에 합의했습니다. 지난 5월 30일 전반기 국회 임기 종료 이후 53일 만입니다. 늦어도 한참 늦었습니다. 만약 기업체라면 공장 구성원 배치를 못하고 가동이 지연돼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라는, 무엇을 만드는 지도 모를 이 정체불명의 조직은 그런 구체적인 피해액 따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내가 마음에 드는 상임위를 더 많이 배정 받아야겠다’는 너무도 한심한 이유 때문에 2개월 동안 단 하나의 ‘제품’도 생산하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수천만원의 급여는 뻔뻔스럽게 받아 챙겼습니다. 한 초선의원이 ‘죄송한 마음으로 세비를 반납한다’고 했지만 그 누구도 동조하지 않았습니다. 

국회가 열리지 않았던 50여 일 동안 국회의원들이 ‘민생’과 관련된 일들을 하지 않아 공전되고 있는 사안들이 많이 있습니다. 민생을 안정시키고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세제개편안은 분초를 다투는 시급한 일이지만 여야 협의는 아예 이뤄지지도 않았습니다. 유류세 인하 법안과 직장인 점심값 지원, 중소기업 납품가 연동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은 시급히 처리돼야 할 민생 법안들이지만 50여 일 동안 국회의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의 ‘밥그릇’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며칠 늦는 게 뭐 그리 대수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국회가 50여일 공전했던 것만큼 법안을 꼼꼼하게 논의할 시간은 줄어듭니다. 허비된 시간과 비례해 더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허술한 정책의 사각지대에 버려질 것입니다. 쫓기는 시간 탓에 ‘막판 타협’이라는 허접한 조리로 포장된 정책들은 서민들에게 ‘정치 무용론’만 되씹게 할 뿐입니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명칭 등 변경 및 활동기간 연장의 건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안 처리를 늦게 한 것도 있지만 아예 해야 할 일을 안 한 경우도 있습니다.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4명은 국회가 ‘부르지 않아’ 인사청문회 없이 그대로 임명되고 말았습니다. 국회는 임명동의안 제출 뒤 20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한다는 인사청문회법을 ‘당연한 듯’ 어겼습니다. 청문회는 장관의 리더십 자질을 묻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후보자의 약점을 들춰 ‘망신주기식’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많지만 장관의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묻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청문회에서 지적한 내용들은 그때의 여론을 바탕으로 합니다. 장관 후보자가 질문 받은 내용이 곧 민심이요 그것이 장관 재임 때 중요한 정책방향이 됩니다. ‘청문회 한번 안 한 것이 또 뭐 그리 대수냐’라고 할 수 있지만 청문회에서 장관이 임기 동안 지을 ‘농삿거리’가 모두 정해집니다. 하지만 국회는 심각한 근무태만에 빠져 4개 부처의 정책검증마저 방치해 버렸습니다. ‘우리가 안 하는데 너희들이 뭐라고 할 것이냐’며 뻔뻔하게 악수를 하고 원구성에 합의합니다. 

그럼에도 세비는 알뜰하게 챙깁니다. 국회의원들은 지난 2달여 동안 ‘놀고먹으면서’ 2200여만원을 받아갔습니다(국회의원은 1인당 월평균 1300만원에 가까운 수당 및 활동비 등의 세비를 받는다). 국회의원 순수 연봉은 1억5426만원입니다. ‘직업’으로만 따지면 평균 소득 최상위권입니다. 연봉과 별도로 업무추진비, 차량 유지비, 사무실 소모품비 등 각종 명목으로 각 의원에게 책정된 1인당 지원금이 또 1억153만원이나 됩니다. ‘해외 시찰’ 명목으로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이 또한 국민 세금입니다. 6~7월 중 의원 60여 명이 ‘해외 시찰’을 갔다 왔거나 갈 예정입니다. 친선 교류 등 방문 목적은 두루뭉수리한데 행선지는 북미와 유럽, 동남아 등의 ‘인기 관광지’와 겹치는 것을 보면 외유성이라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합니다. 

코로나와 세계 경제위기로 세계 주요국 국회의원 세비는 삭감되거나 동결되고 있습니다. 미국 의원 보수는 세계 금융 위기 때인 2009년에 마지막으로 인상된 뒤 13년째 동결돼 있습니다. 일본 의회는 코로나 유행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와 올해 세비 20%를 자진 삭감했습니다. 반면 한국 의원들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으로 올렸습니다. 한국 의원들의 국민소득 대비 연봉은 3.36배로 미국(2.48배), 일본(2.11배), 영국(2.23배), 프랑스(2.10배) 등 선진국보다 높습니다. 다른 주요국 의회는 의원 보수를 직접 결정하지 않고 독립기구나 국민 평균 임금 통계와 연동해 책정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국회 운영위원회가 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마구 인상을 해버립니다. 원 구성 때마다 평균 40여일을 허송세월하며 세비를 챙기는 두둑한 배짱이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2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협력사 대표들과 하청노조 조합원들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가 끝났습니다. 조선하청지회가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들과 ‘4.5%(업체별 평균) 임금 인상’ ‘내년도 상여금 140만원 지급’ ‘폐업한 하청업체 노동자 최우선 고용 노력’ 등에 합의했습니다. 그와 함께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의 ‘옥살이’도 끝이 났습니다. 유 부지회장은 1㎥(0.3평)의 작은 감옥에 178cm 몸을 욱여넣고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는 팻말과 함께 31일 동안 자신을 옥죄며 버텼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파업으로 약 8000억원의 손실을 봤습니다. 협상은 타결됐지만 하청노동자들은 천문학적인 손배소 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난 2016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은 대대적인 임금 삭감을 당했습니다. 1평도 안 되는 ‘감옥’에서 투쟁했던 유최안 부지회장도 22년차 용접공이지만 시급은 1만350원이었다고 합니다. 2022년 최저임금 9160원을 겨우 넘기는 금액입니다. 그렇게 한 달 일하고 급여명세서에 찍힌 실수령액은 207만5910원이었습니다. 이번에 유 부지회장을 포함한 대우조선 하청노조가 51일간 극한 파업 끝에 받아든 ‘투쟁 성적표’는 월급 4.5% 인상입니다. 시간당 450원 올랐습니다. 50대 숙련공 월급으로 10만원 정도 더 받는 것입니다.


 

조선소의 마지막 관문인 도크를 점거한 시위방식과 천문학적인 피해액수에 대해 하청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청노동자들과의 형평성이나 노동강도 등을 따지면 하청노동자들의 턱없이 부족한 저임금에 대한 근본적인 인건비 구조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조선회사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하청 노동자를 쉽게 쓰고 쉽게 해고하는 구조가 존재하는 한 이런 파업은 계속될 것입니다. 바로 이 근본적 문제를 ‘정치’가 해결해줘야 합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대우조선해양 파업이 타결된 데 대해 “법과 원칙을 향한 윤석열 정부의 단호한 태도가 민주노총의 극한 투쟁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원·하청으로 얽힌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가 공권력 투입 같은 ‘협박’으로 노동자들을 굴복시킨 것을 ‘정부의 단호한 태도’로 둘러대며 자화자찬하기에 바쁩니다. 50여 일 동안 국민 세금으로 밥 먹고 다니며 단 하나의 민생법안도 해결하지 못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2200만원을 손에 쥐었습니다. 1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31일 동안 이를 악물며 버틴 노동자의 한 달 급여는 207만원이었습니다. 

“힘 없고 ‘빽’ 없고, 없는 사람들이 뭐 한꺼번에 가지려면 가져집니까. 안 되지.” 
한 하청노동자의 넋두리에 ‘공정’은 강자의 편임을 절감합니다. 

 

(여성경제신문 7월 26일 칼럼)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