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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비상 “스핀 닥터라도 불러와”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7. 1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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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을 두고 정치권이 연일 들썩이고 있습니다. 사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추이를 보면 다소 의아스러운 대목이 있습니다. 대통령 취임 2개월이면 국정운영 능력을 제대로 펼쳐 보일 물리적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데 벌써부터 ‘대통령 보기 싫다’는 불만이 지지율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통령이 취임하면 보통 100일 정도는 야당과 언론 등이 허니문 기간이라고 해서 국가원수직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편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는 그런 허니문도 거의 없이 곧바로 ‘논란 발생-언론 확산-지지율 추락’으로 악순환 도미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왜 두 달이라는 짧은 시기에 이토록 갑작스럽게 추락의 롤러코스트를 타게 됐을까요. 일반적인 해석은 검찰 출신 정실 인사, 경제난 대처 미흡 등의 ‘정치적’인 원인에 기인합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는 다분히 국민들의 ‘심리적 거부반응’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지지율이 특정 이슈로 방어하거나 저항선 없이 곧바로 수직 폭락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그냥 기분 나쁘다’는 일종의 ‘혐오 바이러스’가 무차별 확산되는 징후로 해석됩니다. 이는 2개월이 조금 지난 정권의 ‘정책 실패’나 국가운영 능력 부족 등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아니라 권력(윤석열 대통령)의 오만한 태도에 대한 민심의 거부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과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지지율 하락이 광범위하게 포착되고 있는 징후는 지지층의 ‘심기’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그 어떤 ‘지지율 회복 조치’를 취해도 쉽게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폭등하는 물가를 잡는 것도 어렵지만 폭증하는 ‘혐오증’을 잠재울 방책도 세우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 것에는 윤 대통령의 ‘고집’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윤 대통령은 그 어떤 형태의 ‘정치적 쇼’도 본능적으로 싫어하고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참모들이 도어스테핑 때 써준 원고도 그대로 소화하지 않고 본인의 의중과 워딩을 많이 가미할 정도로 솔직하지 않은, ‘미화’된 ‘조미료’를 싫어합니다. “다소 비난을 받더라도 논란의 본질을 뜯어고쳐야지 언론플레이 쇼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도 체질적으로 멀리 한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여기서 잠깐 영국의 ‘스핀 닥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1990년대 영국 노동당은 무려 18년 동안 보수당에 눌려 집권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1994년 당권을 잡은 토니 블레어는 ‘신노동당(New Labour)’이란 슬로건을 내걸며 그때까지의 노동당과 차별화를 내세웠습니다. 당시 노동당의 ‘변신’에 가장 기여한 사람이 스핀 닥터(spin doctor:언론대책 전문가)로 불리는 피터 만델슨이었습니다. 그는 노동당의 상징을 붉은 장미로 바꾸는 등 당 이미지 개선을 진두지휘했습니다.

노동당이 기적적으로 18년 ‘무권력’의 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주요 배경에는 ‘스핀 닥터’가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노동당은 스핀 닥터의 중요성을 깨닫고 ‘메시지의 총괄적 관리’로 재미를 봤습니다. 하지만 스핀 닥터의 본래 뜻은 정치(권력)세력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건을 크리켓의 변화구(스핀)처럼 왜곡 또는 조작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팩트’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교묘하게 틀고 ‘마시지’를 해 진실을 왜곡해 국민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것입니다. 집권하면서 재미를 본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자신의 공보수석인 앨러스터 캠벨을 중용했습니다. 캠벨은 ‘사실상의 부총리’로 불릴 정도로 파워가 있었지만 2003년 8월 보고서 조작 논란 끝에 사임했습니다. ‘변화구’를 너무 심하게 넣다가 자멸한 것입니다. 

토니 블레어 정부는 한때 스핀 닥터를 80명까지 운용했습니다. 이전 정권과 비교하면 무려 4배나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18년 야당 생활을 접게 해 준 기적의 승리 원동력이 바로 스핀 닥터들의 ‘미디어 선거’였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인사였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왜곡하고 엉뚱한 사실을 전달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은 대증요법에 불과합니다. 노동당도 ‘진심’보다 ‘스핀’이라는 환각에 취해 결국은 정권을 내주고 맙니다. 하지만 스핀 닥터들이 눈여겨본 것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정책의 적합성, 완결성과 같은 골치 아프지만 본질적인 요인이 아니라 리더나 정당의 ‘사소한’ 이미지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는 점입니다. 

 

1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최영범 홍보수석이 탈북어민 북송과 관련한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동당이 내세운 스핀 닥터들은 오락가락하는 영국 날씨만큼 변덕스러운 민심에 거창한 구호나 난해한 주제가 아닌 간결한 메시지와 이미지 메이킹으로 조응하며 ‘국민의 심기’를 세세하게 살피고 관리했다는 것입니다. 그 사소한 차이가 집권의 주요 원동력이 됐습니다. 물론 집권 과정에서 그 도를 넘어서서 파국을 맞긴 했지만, 스핀 닥터들이 헤아린 ‘민심 관리’가 정치의 주요 변수가 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정권도 문재인 정권이 저질러놓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이루려는, 그 절대가치의 대의를 위해서라면 사소하게 보이는 민심을 우호적으로 관리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사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이 국정운영 동력 저하로 이어지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국민들은 대통령실 뉴스에 울화통이 터진다. 제발 쇼라도 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지율이 이렇게 뚝 뚝 떨어지는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괜히 맞지 않아도 될 매를 계속 자초하고 있다. 문제는 그런 논란들에 대한 통제나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 쇄신론도 나오고 심지어 ‘보수의 탁현민을 찾아라’는 엉뚱한 대책도 나온다. 최근의 민심 이반 위기를 수습하고 총괄적으로 메시지를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 오죽했으면 여권 내부에서 스핀 닥터라도 불러와야 한다는 말이 나오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위기의식을 느낀 대통령실도 대응에 나선 것 같습니다. 일단 윤 대통령의 ‘말’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실의 핵심 참모들이 전면에 나섰습니다. 앞서 언급한 영국의 ‘스핀 닥터’들을 내세우겠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 출입기자들이 내려와서 이야기나 해보라’고 했던 최영범 홍보수석이 지난 17일 탈북어민 북송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브리핑을 했습니다. 같은 날 강승규 시민사회수석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실 사회수석실에서 근무 중인 9급 행정요원 우모 씨에 대한 해명에 나섰습니다.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대기 비서실장도 보다 적극적으로 언론과 소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대통령실이 ‘윤석열 메시지’ 관리에 종합적으로 들어간 모양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국민들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요인은 문재인 정권이 저질러 놓은 ‘비정상’들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정책적 운영기조에 대한 반감이 아닙니다. 다분히 권력의 오만함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도어스테핑 때마다 보여주는 ‘시혜식의 말투’나 고압적인 반응 등은 국민들의 감정선에 고스란히 저장됩니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60년 넘게 몸에 밴 말투나 태도를 고칠 수도 없습니다. 윤 대통령은 아마도 반대가 들끓었지만 끝내 경부고속도로를 뚫어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뚝심’을 실천하려는 것 같습니다. 경험 많은 ‘아저씨 능력자’들이 야권의 반대를 어린애 어리광처럼 여기고 슈퍼맨처럼 나라를 반듯하게 다시 세울 ‘허황된 열병’에 가위눌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나라는 좌와 우의 날개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진보세력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 제고와 복지에 대한 보편성 확장, 평등 의식을 인권으로까지 넓힌 의식의 전환 등은 균형 있는 사회로 가는 중요한 밑바탕이 됐습니다. 이제 와서 전 정권이 쌓은 모든 것을 허물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 됩니다. 윤 대통령이 박정희 식 ‘나를 따르라’는 지나친 의무감에 빠져 지금의 국민 ‘원성’(지지율 하락)을 단순한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한다면 그가 근본적으로 이루려고 했던 각종 ‘정상과제’나 개혁과제 자체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국민들의 응원과 격려 없이 개혁에 성공한 권력이 있을까요. 66.3%의 ‘국민’들이 ‘직무수행 평가’에 부정적으로 답했다고 하는데, 그들이 어느 나라 국민들인지 ‘인식의 변화구’를 넣어봐야 할 시점입니다. 

 

(여성경제신문 7월 19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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