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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꼰대’ 이준석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6. 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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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단단히 토라진 모습입니다. 그는 27일 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을 환송하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간의 회동사실에 대해 대통령실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치며 적극 부인한 것에 대한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성상납 의혹으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위기에 처한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SOS를 치기 위해 회동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지만 윤 대통령이 그 ‘사실’을 외면하면서 이 대표 입지는 더욱 좁아진 모양새입니다. 지난 대선에 이어 또 다시 여권은 ‘이준석 리스크’로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해 6월 11일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 정치사상 첫 30대 제1야당 대표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나경원 주호영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36살의 0선 정치인이 당 대표가 된 것입니다. 당시 이 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문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존이다. 비빔밥이 가장 먹음직스러운 상태는 때로는 10가지가 넘는 고명이 각각의 먹는 느낌과 맛, 색채를 유지하면서 밥 위에 얹혀있을 때”라고 비유했습니다. 필자는 지난해 일어난 ‘이준석 돌풍’ 현상에 대해 여러 차례 짚었습니다. 국민의힘 기득권 해체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점과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것처럼 보수세력 세대교체의 주역이라는 헌사도 건넨 바 있습니다. 정치경력 10년에서 오는 정치현안 파악능력과 아젠다 장악 기술, SNS를 통한 젊은층과의 연대감 추동 등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 몰고 온 변화는 낡은 외투를 벗어던지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이준석 대표를 보면서 작년 그가 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받았던 찬사와 기대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변했든지, 아니면 애초 우리가 ‘이준석’이라는 정치 아이콘의 ‘정체’를 잘못 보고 그 ‘허상’에 현혹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가 지난해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외쳤던 ‘공존의 비빔밥’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대표는 올해 대선과정에서 세대와 젠더를 아우르는 공존의 비빔밥을 만든 것이 아니라 ‘갈라치기와 배제의 맨밥’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직전까지의 여론조사에서 크게는 10% 가까이 앞서갔기 때문에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라는 국민의힘 자체 판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역대 대선 중 가장 근소한 0.73%포인트(24만 7000여 표) 차이로 진땀승을 거두었습니다. 


이 간발의 차이는 바로 최대 부동층으로 꼽히던 2030 여성들이 이준석 대표의 ‘세대포위론’을 위장한 젠더 갈라치기 전략과 윤석열 대통령의 ‘혐오전략’에 대한 반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세대포위론은 2030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내 60대 이상의 전통적 지지층과 함께 민주당 지지의 핵심인 4050세대를 포위하자는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성’이 주 타깃이 되면서 선거는 심각한 젠더 갈등과 여성표 역 결집 현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밀어붙였던 ‘여성가족부 폐지’는 2030 여성들이 대거 등을 돌린 대표적인 갈라치기 공약이었고 결국 이것은 실패한 전략이 됐습니다. 

대선이 끝나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준석 대표의 갈라치기 전략 때문에 여유 있게 이길 선거를 내줄 뻔했다”며 이 대표에 대한 성토와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로서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승리로 이끈 ‘당수’라는 명분이 있었기에 대선 전략의 실패는 유야무야 넘어가게 됐습니다. 또한 이준석 대표가 여전히 2030 남성들에게는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소구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윤핵관’들도 함부로 이 대표의 진퇴를 주장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가 대선 과정을 거치며 보여준 ‘정치력’은 한마디로 실망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대선 승리도 순수하게 윤석열 대통령의 ‘1인 플레이’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이준석 대표가 스스로 자랑스럽게 자신의 ‘공’을 내세울 만큼 그의 승리 지분이 높은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준석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당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윤핵관’과의 갈등을 당 선대위 전체로 확산시키며 벼랑 끝 전술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유지해 나갔습니다. 물론 계파나 정치세력이 없는 이 대표로서는 당연한 생존전략이겠지만 당 일각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혼자 살기 위해 당은 어떻게 되든 상관도 하지 않는 것 같다”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당무를 거부하고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카메라 세례를 유도해 당의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특유의 비유식 조롱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뒤 정적들을 궁지로 몰아넣어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꾀한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이 대표는 정치를 마치 게임으로 생각해 어떻게 해서든 ‘승패’와 ‘우열’을 가리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를 ‘주고받는’ 협상과 타협의 영역이 아니라 패자가 되기 싫은, 그래서 상대에게 반드시 ‘gg’(게임 종료 선언)를 받아내려는 게이머의 ‘호승심’만이 번뜩입니다. 그래서 그가 나타나는 정치 장면마다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근 이준석 대표가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것은 윤리위 징계 회부를 전후해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과 ‘사랑싸움’으로 비쳐질 법한 유치한 갈등조장 장면을 연출한 것 때문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공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배 최고위원과 의도적인 입씨름을 노정했고 그 후에는 배 위원의 악수를 외면하고 어깨를 부딪치는 꼴사나운 장면을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윤리위 회부로 핍박받는 당 대표의 자존심과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윤핵관’의 대리인으로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배 위원을 견제하기 위한 공개적인 ‘시위’였다고 해도 이 장면은 역대급 꼴불견으로 남을 것입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악수를 거부하고 또 그 대응으로 대표의 어깨를 때리는 추태는 심각한 국민 무시 행위이자 오만함의 극치입니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정치를 자신의 존재감 부각을 위한 편의장치 정도로만 생각한다는 비판도 빗발쳤습니다. 이 대표의 어처구니없는 행위에 대해 “물가고로 서민들의 고통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국민들의 애환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도 시원찮을 판에 제 살길 찾기 위해 악수를 거절하며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 집권여당 전체를 진흙탕으로 끌고 가는 것이 너무도 무책임하고 화가 난다”고 울분을 토하는 국민도 많습니다.


 

이준석 대표에게 한때 걸었던 ‘청년 정치’에 대한 기대는 ‘성상납 의혹’이라는 자기관리 실패에서 오는 미묘한 이슈 하나로 허망하게 날아갈 처지에 놓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오로지 대선 승리를 위해 붙잡아두었던 이준석을 이번에는 ‘혼자 살아 돌아오라’며 손을 놓을 조짐입니다. 2년이나 남은 총선 때문에 ‘이준석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당내 분위기도 별로 없습니다. ‘이 대표가 물러나면 젊은층들이 떠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2030 여성들의 역 결집 현상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최근 혁신위를 띄우고 또 다시 당원 배가 운동에 나서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보다 국민의 눈을 무시하고 공개석상에서 악수를 뿌리치고 제멋대로 ‘아랫사람’을 대하는 청년 꼰대의 모습이 더 크게 아른거립니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피로감과 리스크가 커지면서 민생에 집중해야 할 국민의힘은 좌표를 잃고 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NATO 정상회담 참석)으로 떠나기 전날은, 국정수행 여론조사에서 긍정평가 46.6%, 부정평가 47.7%로 첫 번째 데드크로스 현상이 일어난 날이었습니다(리얼미터 6월 4주차 주간집계). 

 

(여성경제신문 6월21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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