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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망론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6. 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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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대망론을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20년 넘게 검찰 재직한 게 전부인 한 장관의 ‘대망론’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반론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그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최측근이자 2인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주 대권주자들의 통과의례와도 같은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 처음으로 데뷔하는 ‘깜짝 쇼’를 연출했습니다. 그는 이제 ‘혹시나’ 하며 긁어보는 복권이 아니라 여권의 엄연한 장외 우량주가 되었습니다. 이제 한 장관은 자의든 타의든 5년의 대권 레이스에 올라탔습니다. ‘한동훈 대망론’의 실체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

대권후보의 반열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습니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직을 거쳐 후보군으로 가는 게 일반적 경로입니다. 이 길에 접어든 대권주자들은 의정, 행정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언론이 주목할 만한 이슈들을 던지며 서서히 대권주자로 부각된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여론조사라는 ‘부스터 샷’을 맞고 한 방에 구름 위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월 세계일보 여론조사(10.8%)에서 처음 등장해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를 밟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6월 30일 정치참여 선언 다음날 세계일보 기자들과 국회에서 만나 인사할 때 유난히 친근한 표정으로 “그때 그 조사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도 안 왔다”라며 그들에게 ‘공치사’를 했습니다. 2015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2011년의 안철수 의원도 여론조사 ‘부스터 샷’을 맞고 단숨에 정치에 안착한 행운아들입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여론조사 로또 대박은 윤석열 대통령이겠지요. 

이런 대권 고지의 등반 공식을 볼 때 한동훈 장관은 ‘선배’ 윤석열 대통령이 개척한 ‘여론조사 루트’를 따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한동훈 장관이 앞으로 장관 직책을 수행하면서 어떻게 국민의 눈에 비치느냐에 따라서 본인도 ‘별의 순간’을 잡을 수도 있다”고 예의 ‘별의 순간론’을 설파했습니다. 한동훈 장관이 ‘김종인 도사’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는 것은 그가 이미 여의도 대권 레이스의 주축이 돼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마도 이 ‘별의 순간’을 가장 의식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한동훈 장관일 것입니다. 그의 세련된 패션 아이템이 세세하게 주목받거나 심지어 법무부 장관 취임식 영상이 150만뷰를 넘어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한동훈 신드롬’이 일부에서 일고 있음을 그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또한 ‘대권 행보’를 다분히 의식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그가 최근 추진하기로 결정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은 ‘정치적’인 액션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야 대선후보 모두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공약으로 내걸기는 했지만 한 장관이 취임하면서 거의 1호 정책으로 이 이슈를 선택한 것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가 내포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는 사형제 부활 주장과 함께 일부 중도보수층에서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민생 관련 이슈입니다. 갈수록 범죄가 흉포화해지면서 그것에 보다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사형제 부활을 주장하자 젊은 남성 유권자의 큰 호응을 받은 바 있습니다.

사실 사형제나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는 시행하면 그 효과가 즉각 나타날 수 있는 네거티브 방식의 처벌형 정책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포지티브 방식의 예방형 정책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하향과 부활의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 우리 사회의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인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이에 대해 “한동훈 장관이 포퓰리즘에 편승해, 아니 포퓰리즘으로 일관하는 장관직을 수행하지 않길 바란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진영논리에 매몰된 비판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민주적인 성숙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이슈입니다. 야권에서는 “한동훈 장관이 자신의 대권 로드맵에 따라 포퓰리즘적인 이슈들을 띄우며 대권 중심 행보를 걷는다면 이에 대한 부작용도 클 것”이라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여의도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한동훈 장관에게 줄을 대려는 일종의 ‘스폰서’들이 이미 움직이고 있다. 비밀 대권조직팀도 가동 중이다”라는 섣부른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장관이 이렇게 여론조사에도 오를 만큼 급부상한 것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그 지렛대가 된 것이 사실입니다. 정치지형도 바뀌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중심의 관료들을 중용하는 것은 검증된 인사로 실수를 줄이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기존 정치인들이 정책개발과 국정현안 파악 등의 ‘공부’에 소홀히 하면서 무능한 집단으로 전락했고 그들이 더 이상 국정운영 인재풀이 되지 못하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정치인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도 가치지향(이념)에서 문제해결(민생)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야권에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여권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급부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시대 흐름이기도 합니다.  

 

한동훈 장관은 지금까지 나온 대권주자 가운데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정치인입니다. 최근 한동훈 장관을 둘러싼 한 커뮤니티의 글이 관심을 받았습니다. 검사였던 이연주 변호사의 증언을 토대로 한동훈 장관이 서울대 다닐 때 “얘들아 나는 강남 8학군 출신이야. 그렇지만 나에게 너무 거리감 느끼지 않았으면 해”라고 말해 모두가 그 이후로 엄청난 거리감을 느꼈다는 일화입니다. 1989년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고(5기)를 나온 한동훈 장관은 초·중·고를 모두 서초구 강남 8학군에서 나온 전형적인 엘리트입니다. 기자들이나 의원들의 질의에 막힘이 없이 유려한 말솜씨로 ‘반듯하게’ 대답하는 한 장관을 보면 학창시절 어떤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풀어내는 우등생 같은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여기에다 한 장관은 학교 다닐 때 반장을 도맡아 했을 만큼 리더십도 갖췄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 장관에 대해 “‘2인자’이자 참모일 때 그 역량이 극대화되는 유형의 정치인”이라고 규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스가 될 만한 카리스마와 통 큰 리더십을 갖춘 게 아니라 윗사람을 충실히 보좌하는 스타일이라는 얘기입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한 장관의 행보를 좀 더 지켜봐야 그 해답이 풀릴 것입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그를 두고 “내가 듣기로는 한동훈 장관이 검사 시절에 수사하는 과정 속에서 상급자가 뭐라고 얘기를 해도 자기 소신에 거역된다면 전혀 그걸 수긍을 안 한다더라. 그런 자세가 있다면 (윤 대통령이) 자기가 보기에 이렇게 하시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면 거기에 동의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느 법조인이 나한테 (한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얘기는 거역을 못할 거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그건 두고 봐야 알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전 위원장도 한 장관의 ‘대통령 자질’에 대해 대답을 유보한 것입니다. 

앞으로 한동훈 장관이 ‘윤석열’이라는 보스마저 넘어서며 자신의 독자적인 ‘지도자’ 이미지를 쌓아나간다면 대망론에도 탄력이 붙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을 충실히 보좌하는 선에서 자신의 역할을 한정짓는다면 그도 ‘대권’에까지 욕심을 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한동훈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사이의 미묘한 긴장 기류’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온다면 이는 곧 한동훈의 독자적인 대권행보로 해석될 것입니다. 우등생도 가끔 선생님 말씀마저 거역하고 친구들의 우상으로 떠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연 한동훈 장관은 말 잘 듣는 우등생이 될까요, 아니면 선생님의 권위마저도 뛰어넘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등극할까요. 

 

(여성경제신문 6월14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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