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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계양을 선거’ 위험신호, 왜?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5. 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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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가 18일 각각 인천시 동구 현대시장과 계양구 계양구청 인근 사거리에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잇단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에 오차범위 내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사진=연합뉴스)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위태롭습니다. 민주당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가장 믿고 있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입지에서부터 확인이 됩니다.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 위원장은 최근 공개된 잇단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에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록 오차범위 내의 격차이긴 하지만 이 위원장의 승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민주당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23일 이에 대해 “조사 결과를 존중한다”며 몸을 낮췄습니다. 그는 2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우리 후보들이 전체적으로 어려운데 저라고 예외는 아닌 것 같다”라며 고전의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일부 지지자들은 여론조사 결과 자체를 믿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신승목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대표는 22일 이재명 위원장이 국민의힘 후보보다 열세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은 한 조사기관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승목 대표는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글에서 “과거 선거 및 지난 20대 대선 결과에서 드러난 결과 등 통계수치를 보면, 민주당 후보가 항상 최소 9~20% 가까운 수치로 완승이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낙선 목적 및 상대인 윤형선 후보에 대한 당선 목적으로 사실과 다른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재명 위원장을 ‘민주당의 메시아’로 굳게 믿고 있는 지지자들에게 여론조사 ‘열세’ 결과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일 것입니다. 이 위원장의 팬 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여론조사 믿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들이 왜 쓰레기인가’ ‘속지 말자 왜곡 여론조사’ 같은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아예 여론조사에 신경을 쓰지 말자’는 반응도 많습니다. 사실 송영길 전 대표가 계양을에서 5선까지 하며 다져놓은 탄탄한 지역구 프리미엄을 고려할 때 이 위원장이 이곳에서 패배한다는 예상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6·1 지방선거운동 개시일을 하루 앞둔 18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계양경기장 선거 벽보 분류 작업장에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의 선거 벽보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위원장이 공개된 ‘열세’ 여론조사에 대해 ‘존중한다’며 일부 강경 지지자들과 달리 수긍하는 자세를 보인 것은 수치 자체를 인정한다기보다 자신의 고전 사실을 공개해 지지층의 총 결집을 유도하려는 ‘부자 몸조심’의 측면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먼저 명분 없는 출마가 민심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애초 이 위원장은 대선 패배 후 두 달 만에 다시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경기 성남시 분당갑이 아니라 계양을을 선택해 대선후보답지 않은 정략적 선택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민주당 일부 지지층이 이 위원장의 출마를 강력 지원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시간을 두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계양을 지역구 주민들의 자존심도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 된다’는 오만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주민들이 있습니다. 최근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가 선전하는 것도 지역 토박이라는 점이 이 위원장과의 차별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독주’에 대한 민심의 강력한 제동이 큰 이유입니다. 민주당은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많이 나왔음에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했고, 박완주 의원의 성추문 사건이 터지면서 당을 바라보는 민심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치권에서는 “0.73%포인트차로 패한 천하의 이재명 위원장도 이번 쓰나미에 떠내려 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믿었던 이재명 위원장마저 송영길 전 대표의 5선 텃밭에서 밀리고 있는 일련의 흐름은 단순히 이 위원장 한 명의 ‘개인기’로 반전되기 어려운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심각한 기득권 독주와 팬덤의 포위 속에서 정체돼 있습니다. 최근 필자는 민주당의 한 전직 의원 A씨를 만나 정세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민주당에 각별한 애정이 아직도 많은 A씨는 민주당의 고질병을 ‘주류의 기득권 정치’라고 일갈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삼산동 거리에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등 6·1 지방선거에 나서는 울산지역 후보들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씨는 “노회찬 전 의원이 정의당을 한창 창당한다고 쫓아다니던 2013년 경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노 전 의원에게 ‘민주당에나 가서 편하게 의정활동 하면 되지 왜 그 어려운 진보정당 창당의 길을 가려 하느냐’며 안타까워서 물어보았다. 노 전 의원은 그때 반색을 하며 ‘아, 저쪽에서 못 들어오게 하는데 내가 어떻게 들어가느냐’며 탄식을 하더라. 민주당의 386 등 당 주류 기득권들은 ‘센’ 정치인들이 당에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고만 고만한 외부 인사들만 영입해 뒤에서 조종하며 당을 장악하는 기득권 정치성향이 강하다. 윤석열 대통령 같은 정치신인이지만 강한 카리스마와 반골 기질이 있는 사람은 절대 민주당에 발도 못 붙이게 한다. 현재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386들과 친문들은 강력한 팬덤과 전략적으로 연대하며 기득권을 유지해 나간다. 대선에는 큰 관심이 없고 오로지 총선 공천과 당내 영향력 유지에만 목숨을 건다”라고 말했습니다. 

A씨는 이재명 위원장과도 만나 “절대 친문에 얹혀서 선거에 나가지 말고 독자적인 힘을 키워라”고 조언했지만 이 위원장마저도 민주당의 강고한 기득권 정치에 막혀 타협해서 대선후보가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아직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동영 이낙연 우상호 김민석 정세균 한명숙 김근태 송영길 등의 소장파 신진들을 대거 발탁해 동교동계의 기득권 정치와 순혈주의를 타파하려고 한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권노갑 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 기득권 세력은 ‘정풍운동’과 함께 대거 물갈이됐습니다. 당의 언로가 살아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당시 강력한 ‘DJ 팬덤’이 존재해 정풍운동을 당 분쇄작전으로 매도했다면 전면적인 쇄신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당 주류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당의 구심점을 확보하기 위해 강력한 친문 팬덤의 지지에 의존해야 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외부인사 영입 등의 권력계파 다양성 노력도 폐쇄적인 기득권의 득세와 맞물리면서 설자리를 잃어갔습니다. 이재명 위원장 또한 친문과 강경 지지층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해 그들과 전략적 연대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현재의 ‘개딸’(이재명을 지지하는 2030 여성) 같은 팬덤의 진화로 이어졌습니다. 정치인에게 강력한 지지층이 존재한다는 것은 하늘이 준 힘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 강고한 울타리에만 갇혀있을 경우 팬덤의 ‘재명 아빠’로만 머물러 있을 수도 있습니다. 

노회찬 전 의원마저 ‘민주당이 나의 입당을 가로막고 있다’며 허탈해한 것은 민주당에 순혈주의와 기득권 정치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순혈주의가 고착화되면 특정 계파와 팬덤의 목소리만 존재하게 됩니다. 능력과 비전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닌 계파와 팬덤의 안락한 침대 위에서만 누워있게 되면 당의 중추는 허약해지고 흔들립니다.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수장으로 영입한 박지현 위원장마저도 ‘개딸’들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정치세력이 전무했던 박 위원장이 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당을 통째로 삼키지 않을 것이다’라는 주류의 묵시적 동의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입니다. 당의 미래를 위해 누구든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고 그것이 토론의 장에서 논의되고 합일점을 찾아나가는 일련의 정당정치 순기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20년 집권 불가론’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과연 누가 ‘민주당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요. 

 

(여성경제신문 5월24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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