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윤석열이 불러낸 이재명 본문

정치

윤석열이 불러낸 이재명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5. 10. 13:24







728x90
반응형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을 이틀 앞둔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이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 계양을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대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석열 정권이 공식 출범하기 바로 직전에 패장인 이재명 상임고문이 취임식장에 고춧가루를 뿌린 셈이 됐습니다. 민주당으로서는 지방선거 참패 우려 때문에 불가항력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재명 상임고문의 ‘복귀’에는 여러 가지 구설들이 따라붙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재명 상임고문에게 뼈아픈 지적은 그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을 보궐 선거 출마지로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선택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직 ‘젊은’ 그가 항해해야 할 정치역정이 많이 남았음에도 이번의 명분 없는 출마는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정치권에서는 “‘바보’ 노무현은 당선이 보장된 종로를 떠나 ‘사지’인 부산으로 떠났는데, ‘천재’ 이재명은 자신을 대권후보로 키워준 성남 분당갑마저 버리고 계양을 ‘꽃길’을 택했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명 상임고문이 ‘배지’에 이토록 집착하는 배경에는, 대장동과 법인카드 유용 등의 의혹에 대한 검경 수사에 맞서기 위해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활용하려는 ‘방탄용 출마’ 때문이라는 의혹도 있습니다. 대선에서 패배한 지 두 달도 안 된 시점에서 정치 전면에 나서는 데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엄존하고 있고,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책임과 이유에 대해 충분한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거친 뒤 거취를 결정하는 게 패배한 대선 후보로서 바람직한 자세라는 점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사실 이재명 상임고문 측근들은 그의 출마에 반대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이 상임고문 또한 마뜩찮게 생각하면서도 ‘선뜻’ 출마요구에 응한 배경에는 민주당이나 진보진영 일각의 ‘닥치고 재수’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0.73%’가 만들어낸 착시현상에다 대안 부재론까지 덧씌워지면서 이재명 상임고문 열혈지지층들은 대선 패배 직후부터 ‘대권에 재도전하자’며 여론 물밑작업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두 달 동안 ‘이재명의 재수’는 거의 기정사실화 되었고, 그것이 인천 계양을 ‘안전판’을 통해 검찰수사 예봉을 피하고 차기 당권접수와 대권도전의 플랜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에 따른 당의 역풍과 부정적 기류는 2024년 공천권으로 무마시킬 수 있습니다. 이 상임고문이 원내로 진입하면 당 대표 도전에 디딤돌을 놓을 수 있고 무엇보다 확실한 ‘이재명 계파’를 만들 수 있습니다. 

6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의 ‘오너십’은 대권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상륙작전’은 민주당 의원들이 그를 차기 대권에 재도전시키기 위한 암묵적 합의에 점차 이르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별다른 저항 없이 배지를 달게 된 이 상임고문은 2024년 공천권을 통해 그들의 지지에 보답할 것입니다. 이번에 이 상임고문이 재출마를 선언하면서 ‘반이’ ‘친문’ 의원들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았던 것은 차기 총선 공천권 눈치를 보는 분위기 때문입니다. 이재명의 재수와 의원들의 공천 실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이재명 상임고문이 이번에 명분 없는 선택을 했고, 검찰수사에 대한 ‘방탄조끼’를 걸쳤다는 비판을 받고는 있지만 어쨌거나 출마는 자유의지입니다.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 가운데 17대 대선 정동영 후보는 대선 후 3개월 만에 총선에 출마했고, 19대 대선 홍준표 후보 또한 41일 만에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해 바로 대표가 된 ‘전례’가 있습니다. 이재명 상임고문만 ‘조기복귀’에 대한 비판을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출마를 망설이던 이 상임고문을 윤석열 대통령이 불러낸 측면이 있습니다. 

이 상임고문이 대선 패배 2개월만에 정치에 전격 복귀한 것은 민주당의 절체절명의 지방선거 방어막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그 본질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독주에 대한 강한 견제심리가 깔려 있습니다. 사실 이재명 상임고문의 지방선거 ‘참전’은 대선 직후에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이슈였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인수위 기간 동안 보여준 ‘전력’은 예상외로 허술하고 즉흥적인 것이 많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국방부 이전을 조율 없이 밀어붙였고 민주당과 협치를 할 만한 정책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인사에서는 ‘서육남’(서울대출신 60대남성) 논란이 일었고 장관 후보자들 일부는 서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구기득권세력의 냄새를 물씬 풍겼습니다. 

그 ‘공간’을 야당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하위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간발의 차로 패배한 이재명 상임고문에 대한 ‘향수’가 급격하게 되살아나고 그가 운신할 폭도 넓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실정을 바로잡을 정치인은 바로 그와 대적한 이재명 상임고문뿐’이라는 논리가 야당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이 상임고문이 명분 없는 출마를 선택하고 자숙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비판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들이 더 심각하다는 도덕성의 상대적 우위론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은 사실상의 ‘이명박 정권 시즌 2’입니다. 참모나 장관 구성원들도 MB맨들이 다수 포진해 있습니다. 문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이명박 정권의 전철을 되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촛불집회와 같은 극심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 것은 10년 만에 정권을 내준 민주당의 ‘표독스런’ 뒤끝정치도 한몫했지만 이 전 대통령의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었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ABR’(Anything But Roh·노무현 정부와 반대라면 무조건 괜찮다)로 통칭됐습니다. 인수위 관계자들이 공공연히 떠벌리고 다니던 단어였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국정운영 비전은 보수의 혁신적인 정책이 아니라 ‘ABR’이라는 단어에 함축된 적대적 전략에 기반한 것이었습니다. ‘ABR’은 국정운영 전반을 관통하던 키워드였고, 인수위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그 하나의 단어만 머릿속에 무장한 채 야당을 무시하고 배제하고 깔아뭉개려는 분위기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권 인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과 반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고 그런 부정적 기류가 국민들의 민감한 ‘통합’의 감정선을 건드렸습니다. 그것이 촛불집회의 분노로 표출된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5월 10일 자정 ‘땡’과 함께 청와대 개방을 약속하면서 전임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색깔지우기에 나선 인상을 주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는 단 1초도 ‘합방’을 할 수 없다는 노골적인 적대감이 이번에는 어떤 국민적 저항을 부를지 알 수 없습니다. 

대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야당의 대선불복이 이재명 상임고문의 ‘재출마’로 현실화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인수위 기간 동안 일방 독주한 윤석열 대통령의 자업자득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고 회고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훗날 ‘용산 일대가 촛불로 밝혀진 그 밤에 나는 국방부 옥상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고 회고하는 불행한 사태만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새로운 대장정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통합과 협치에 대한 혜안과 혜량이 깃들기를 바라봅니다. 

 

(여성경제신문 5월 10일 칼럼)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