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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비대위원장의 관종정치?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5. 3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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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기자회견으로 민주당은 격심한 내홍에 빠져들었다. (사진=연합뉴스)

 

6.1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판세는 대선승리 이후 국정안정론을 내세우는 국민의힘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견제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지만 168석의 압도적인 의회권력으로 검수완박 등을 밀어붙이며 오히려 여당보다 오만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요구한 쇄신안으로 당 전체가 내홍에 빠져든 것이 뼈아픈 대목입니다. 선거를 사흘 앞둔 29일 윤호중 박지현 두 위원장은 “국민과 민주당 후보들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서둘러 봉합에 나섰지만 민주당의 쇄신 갈등이 지방선거의 막판변수로 작용할 듯합니다. 박지현 위원장을 둘러싼 쇄신 내홍의 전말을 따라가 봤습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대선 패배 뒤 ‘삼고초려’ 끝에 ‘모시고’ 온 청년영입 인사입니다. 이 위원장은 고사를 하는 박 비대위원장을 1시간 동안 끈질기게 설득하며 ‘당을 살려 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이 총괄선대위원장이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당의 상임고문 자격으로 박 비대위원장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 움직였다는 것은, 그가 0.73% 차이로 패배한 대권주자이기 때문에 당 지분도 73% 정도 있다는 당의 암묵적 합의가 전제 됐을 것입니다. 여기에는 올해 지방선거와 2024년 총선을 2022 대선의 연장선상으로 끌고 가려는 이 총괄선대위원장의 원려와 영향력 유지 의중이 숨어 있습니다. 또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수습하는 비상대책위원장을 ‘젊은 여성’으로 영입한 것은 대선 때 결정적 지원군이었던 2030 여성표를 지방선거에도 그대로 연결시키려는 선거 전략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박지현’이라는 정치경험이 거의 없는 인물을 영입한 것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민주당의 당 가치와 정체성, 역사를 충분히 인식하고 공유하지 못하는 인사를 단지 젊은 여성이라는 상징 때문에 영입한다는 것은 책임회피를 위한 면피성 인선이자 지방선거 일회성 기용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박지현’이라는 한 페미니즘 여성전사의 개인적 정치능력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민주당의 쇄신 대응책이 너무 단편적이고 즉흥적이라는 비판이기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5월 27일 자신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 대해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과 민주당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사과했다.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당내 비판 속에 불과 사흘 만에 '백기'를 든 셈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최근 민주당 내홍 사태와 관련해 "열심히 뛰고 계신 민주당 후보들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특히 마음 상하셨을 윤호중 공동위원장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자료=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실질적인 권한을 주지 않는 비대위원장은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례대표 5선의 노회한 정치력으로도 제대로 쟁취하지 못한 것이 ‘실질적인 권한’이었습니다. 대선 선대위 때는 결국 ‘한줌 권력’을 더 얻으려다 ‘윤핵관’들에게 쫓겨났습니다. ‘뿌리 없는 나무’인 영입인사는 당의 지분도 없고 정치세력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기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당의 제도적 지원이 있다고 해도 얼마든지 실무선에서 ‘꼭두각시’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마저도 ‘공동’이라는 타이틀이 더 얹혔기 때문에 박 비대위원장에게는 허울뿐인 임명장만 쥐어준 셈입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박 비대위원장의 쇄신 요구와 당 내홍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박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주류가 지정해준 안전한 길로 가지 않고 그 위험 선을 넘어버렸습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정말 많이 잘못했다. 자리에만 목숨 거는 정치를 버리고, 국민과 상식에 부합하는 정치를 하겠다. 586 운동권 용퇴 등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금주 중으로 발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를 해버렸습니다. 당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당 ‘대표’가 사전협의도 없이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내부총질’을 했다며 일제히 성토에 나섰습니다. 박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 기자회견도 지도부 협의해서 하느냐’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박 비대위원장은 당 주류의 ‘대본’에 따른 연기를 거부하며 ‘대표’ 자리에 걸맞은 권력을 얻기 위해 기자회견을 내지른 것입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저를 여성, 젠더로만 가두려고 하는데 비대위원장에 앉은 만큼 민생 현안과 개혁 입법을 분명히 챙기겠다”고 밝혔습니다. ‘여성 젠더의 상징’으로 선거에서 여성표 끌어 모으기 역할만 하는 ‘단순 알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거대야당의 비상시국 당 대표의 역할을 온전히 하겠다는 대 국민 선언이었던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과 윤호중(왼쪽)·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30일 인천 계양구 이재명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맞잡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선거를 일주일 정도 앞두고 당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겨우 봉합은 됐지만 지방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뉴스는 ‘박지현’이라는 이름으로 도배가 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 패배 이후 어려운 선거를 치르는 민주당으로서는 최악의 선거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셈입니다. 반면 ‘박지현’ 개인 입장에서 볼 때는 그야말로 한방에 전국구 거물정치인으로 떴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박 비대위원장이 개인적인 권력욕으로 586 용퇴론을 앞세워 관종정치 사고를 쳤다”는 비판이 계속 나왔습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결기와 용기는 높이 살 만합니다. 더구나 혈혈단신 여성 정치인으로 거물들이 즐비한 민주당에서 비대위원장 역할을 하기란 1만개의 문자 폭탄 이상의 메가톤급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전투를 앞둔 당의 지도부가 쇄신을 명분으로 자당인사 용퇴부터 주장하는 것은, 정권견제라는 야당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이유를 잠시 망각한 실책으로 여겨집니다. 박 비대위원장의 쇄신 요구는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고 지방선거 아젠다도 정권견제가 아닌 민주당의 쇄신이라는 엉뚱한 좌표로 찍히게 됐습니다. 본인은 순수한 쇄신열정의 표출이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정치 타이밍 상 최악의 선택이었습니다. 당 비대위원장의 메시지는 그 자체로 당의 방향타입니다. 하지만 당의 수장이 백병전을 치르는 전사들 바로 코앞에 수류탄을 던진 꼴이 돼 버렸습니다. 

박 비대위원장이 주장한 586 용퇴론도 구체적인 개념정의가 안 된 정략적이고 정치 공세적 성격이 있습니다. ‘586 물러가라’고 했을 때 그 586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물론 80년대 학번 50대 정치인을 지칭하는 동시에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통칭할 때 쓰는 말이긴 합니다. 하지만 나이와 출신만으로 정치퇴출을 주장하는 것은 ‘민주당스럽지’ 않고 오히려 폭력에 가깝습니다. 과거 2000년 초반 민주당에서 정풍운동이 일어났을 때는 그 대상이 권노갑 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 기득권 세력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당심과 민심의 광범위한 공감과 지지가 큰 힘이 됐고 민주당의 권력구도는 ‘창업’에서 ‘수성’으로 자연스럽게 전환이 됐습니다. 하지만 박 비대위원장의 ‘586 용퇴론’ 주장은 불명확한 개념과 선거를 코앞에 둔 부적절한 시기 선택으로 그 ‘순수한’ 의도도 빛이 바랬습니다.


그렇다고 박 비대위원장의 열정이 결코 헛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박 비대위원장이 쏘아올린 작은 공은 민주당의 미래를 결정짓는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나이와 출신으로 마구잡이 퇴출을 결정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안전한 지역구에서 선수만 늘리며 보신해온 민주당 주류의 기득권 정치는 과감하게 청산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거취가 중요합니다. 박 비대위원장이 선거를 앞두고 결정적 실책을 했다고 해서 패배 책임을 뒤집어씌워 바로 ‘퇴출’해버린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암울합니다. 선거에서 지면 그 희생양 찾기에만 급급하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당 분위기도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일부 강성지지층 사이에서는 여전히 “대선 패배는 우리 실수가 아니라 상대의 운수 때문”이라는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주당은 언제나 옳기 때문에 선택받게 돼 있다”는 기묘한 근자감과 우월감도 되돌아봐야 합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쇄신과 변화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됐습니다. 한번 실수한 젊은이를 일으켜 세워 다독이고 격려해서 동행한다면 민주당은 한 뼘쯤 더 성숙해질 것입니다. 약자에게는 관대하되 강자(팬덤)에게는 담대해야 합니다. 그래서 상대가 틀린 게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그 출발선에 민주당은 다시 서야 합니다. 

 

(여성경제신문 5월31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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