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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세론’이 지배하는 민주당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6. 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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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소감을 밝힌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 참패 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대역전승이 아니었다면 민주당은 간판을 내려야 할 만큼 심각한 내상을 입었을 것입니다. 당 일각에서는 ‘당의 완전한 환골탈태를 위해서 차라리 경기도도 지는 것이 나았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가장 인구가 많은 경기도의 표심이 8900여 표 차이로 민주당 손을 들어주자 ‘반반 느낌’(김어준)이 돼 버렸습니다. ‘김동연의 생환으로 전쟁에서는 졌지만 중요한 전투에서 승리해 국민의힘도 뼈아플 것’이라는 김어준의 ‘정신승리’ 메시지가 지지층에 급속하게 전파됐습니다. 

그리고 이 ‘반반 느낌’이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 쇄신 논쟁에서 일종의 ‘준거점’이 됐습니다. 이재명 의원과 김동연 경기도지사마저 완전히 강물에 휩쓸려 가버렸다면 민주당은 ‘그라운드 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을 것입니다. 지지층에서 ‘반반 느낌’이라는 표현을 감히 쓸 수 없었을 것이고, ‘완전 폭망’이라는 폐허 위에서 주춧돌부터 다시 쌓는 대공사를 시작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반 느낌’이 돼 버린 선거 결과 때문에 민주당은 집을 완전히 허물지 않아도 되겠다는 자체진단을 내고 있습니다. 쇄신 논쟁도 전면 재건축이 아니라 도시재생 정도로 결론이 날 것 같습니다. 

그 징후는 현재 촉발되고 있는 쇄신 논란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논의의 수준이 ‘네 탓 공방’에만 머물 뿐 완전히 달라져버린 선거지형에 대한 분석과 그 해법에 대한 심도 있는 ‘집단지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친명계’(친 이재명계) 정청래 의원은 SNS에 ‘10년 전에도 당시 문재인 후보의 대선 패배에 의원직 사퇴와 정계 은퇴를 주장한 의원들이 있었다’며 ‘이재명을 상처 내고 공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10년 전 문재인과 현재의 이재명이 어떤 정치적 강점의 교집합으로 동일시되는지 그 근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편협한 대응 논리가 이재명 의원 방어의 주요 ‘방패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민주당의 현실을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입구에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이 보내온 화환들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문진영의 주장 또한 다분히 정치공세적 성격이 짙습니다. 당권을 노리는 친문의 홍영표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해보면 우리가 패배했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이재명 의원이 계양으로 나서고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이게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친명진영에서는 이를 다분히 당권을 노린 친문진영의 ‘억까’(억지로 까다)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대선 직후 신임 대통령 프리미엄으로 치러진 지방선거의 ‘덤 승부’를 감안해볼 때, 이재명-송영길의 수도권 사수가 김동연 지사의 승리를 견인했다는 ‘정치적 평가’도 도외시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친명과 친문의 지방선거 패배 책임공방은 한때 집권여당이었던 당의 능력을 근본에서부터 의심해보게 됩니다. 지난 2020년 총선 이후 정치와 선거 지형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의 격변을 예감한 국민들은 민생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문제해결형 정치’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은 변화하는 민심을 제대로 수용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국민들은 ‘민주 대 반 민주’ 구도에서 안주하며 반사이익을 노리는 민주당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실력 있는 민주당을 원했지만 180석으로 제대로 된 개혁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폭등과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구제 등의 민생도 낙제점, 지지층의 호응을 받는 혁명적인 개혁도 어영부영하다 보니 대선, 지선의 2연패를 당한 것입니다. 

지금 터져 나오는 친명-친문계의 계파 분쟁 속에서 민주당의 정체성과 ‘능력’에 대한 고민이나 최소한의 양심선언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재명 의원에 대한 비판을 ‘당권 잡으려고 꼬투리 잡는 것이냐’는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친문의 정치공세 또한 그들도 한때 집권여당의 공동책임자로서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친명-친문의 계파 전쟁은 지난 2년 동안 집권여당으로서 국가 경영을 책임졌던 정치집단의 ‘오답노트’ 치고는 너무도 수준이하인 드잡이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왼쪽 두 번째)이 현충일인 6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황어장터 3·1만세운동기념탑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 여부는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을까요. 여기서 다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2연속 대선패배를 소환해보게 됩니다. 지금 민주당이 ‘맹신’하고 있는 이재명 의원 못지않게 한나라당의 이회창은 감히 거부할 수 없는 ‘지존’의 대권주자였습니다. 이회창에 대한 ‘이설’은 용납되지 않았고 바로 진압 당했습니다. 이회창 ‘목매론’이 1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은 바로 ‘계파’의 강고한 기득권이었습니다. ‘창 대세론’으로 무장한 7인회 등은 당 쇄신을 주장하는 소장파를 무력진압하며 ‘이회창 사수론’으로 10년을 버티다 결국 당과 함께 몰락했습니다. 

현재 터져 나오는 쇄신 논쟁도 ‘이재명 목매론’으로 점점 화석화되어 가는 민주당 친명계의 버티기 전략으로 잦아들 것입니다. 이재명 의원이 결국 당 대표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예상입니다. 친문이 지금 거세게 저항하는 것은 2024년 총선 공천권 전쟁 때 자신들의 지분을 ‘힘’으로 지키겠다는 일종의 시위 성격이 짙습니다. 최소한의 저항마저 하지 않고 친명계가 당을 접수하도록 방치할 경우 친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최근 분당설이 흘러나오는 지점도 친문의 언론플레이 차원의 저항일 뿐 실행력은 떨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쇄신 논쟁이 나올 수 있을까요. 친명 친문 모두 염불(쇄신)보다 잿밥(당권, 공천)에만 관심이 있으니 앞으로도 70년 역사 야당의 수준 높은 쇄신 논의는 난망해 보입니다. 민주당은 계파를 떠나 왜 180석의 거대정당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속으로 무너졌는지 그 원인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그래서 현재 유력주자인 이재명 의원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합니다. 그 결과 이재명으로 결론이 난다면 그를 ‘다시’ 앞세워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를 최종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이재명’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놓고 과정을 그것에 억지로 꿰맞추는 것은 ‘이회창 목매론’의 전철을 되밟는 길입니다.


 

결국 민주당의 쇄신과 변화의 ‘키’는 이재명 의원이 쥐고 있습니다. 이재명 의원의 한 측근과 최근 대선 패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결별하고 독자적인 길을 가야한다’는 이상론이 ‘당의 비주류가 어떻게 경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는 현실론에 밀렸다며 후회를 했습니다. 특히 이 인사는 “이 의원의 지방선거 ‘참전’을 반대하는 일부 참모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재명 의원 자신이 대선 패배 뒤 즉각 복귀’를 원했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 의원의 ‘자의에 의한 복귀’는 조급함에 쫓기는 권력욕으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지금 당장 대선을 치른다면 이재명 의원이 가장 유력한 주자입니다. 차기 대선 승리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 ‘과정’을 눈여겨 볼 것입니다. 민주당 강경지지층들이 대선 표결 직후 내버린 ‘재수’라는 조급한 결론을 국민들은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재명이라는 한 ‘인간’의 5년 여정을 눈여겨보면서 그의 내적인 성숙과 발전을 더 기대할지도 모릅니다. 국민들은 무한 천재나 능력자보다 겸손하고 정직한 지도자를 원합니다. 이재명 의원은 자신에게 둘러쳐진 심리적 장벽과 거부감을 먼저 걷어내야 합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지금도 5년 후에 누가 우리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거냐 (하면) 저는 자기를 쇄신한 이재명(의원)이 제일 강자라고 본다. 제일 1순위다. 그런데 이대로의 이 의원은 저는 어렵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의 쇄신은 사실 이재명의 자기 쇄신인 것입니다. 

 

(여성경제신문 6월7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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