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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처음 해봐서’···윤석열의 변명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6. 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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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지 넉 달이 돼 가지만 여권은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으로서 중심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는 측면도 있지만 윤 대통령의 ‘초보’ 이미지가 자주 부각되면서 각종 구설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준비되지 않은 ‘초보’ 미숙함이 점차 고질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따른 미국발 금리인상과 경제위기 등으로 국민들의 인내심도 예상보다 빨리 바닥을 드러낼 조짐입니다. 윤 대통령이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될 위험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 9일 대선에서 승리한 후 인수위원회를 거쳐 집권 4개월 차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9일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인근 주민과 자영업자들을 초청해 집들이 행사를 열었을 정도로 아직 주변 인사에 바쁜 모습입니다.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의 집들이’ 행사가 열린 것은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대통령의 소탈함과 격식파괴가 신선해 보인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도 대선 승리에 취해 한가하게 인사나 할 때인가’라는 비판도 많습니다.  

윤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초보 대통령이니 좀 봐주자’라는 분위기가 여전하지만 야권과 ‘중도층’에서는 ‘경제위기 상황이 심각한데 너무 한가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만만찮은 것 같습니다. 이런 상반된 분위기는 대통령 지지율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최근 2주 연속 50%를 밑돌고 있습니다. 리얼미터가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29명을 대상으로 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 ±1.9%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와 동일한 48.0%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부정평가는 전주보다 1.2%포인트 높아진 45.4%로 집계됐습니다.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 간 차이는 2.6%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입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집권 4개월밖에 안 된 대통령의 지지율 치고는 너무도 낮은 수치입니다. 여권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평가절하’돼 있다”며 아직은 대선승리 도취에서 덜 깨어난 모습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집권 초반에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공개하는 등 ‘일 하는 대통령’의 이지미를 심어주며 의욕적인 출발을 보였고 집권 4개월 차의 지지율 긍정평가는 78%선을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국민들이 대통령을 믿고 밀어주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지배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지지율은 문 전 대통령에 비해 거의 반토막 수준입니다. 가볍게 넘기기에는 집권 초반 지지율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시중에 떠도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덧씌워진 몇 가지 부정적인 이미지도 한 몫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어떤 이슈든 ‘초보 대통령’과 연결시켜 윤 대통령을 ‘모두 까기’하고 있습니다. 야권은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리기를 통해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수습하는 양상입니다.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시중에 확산중인 ‘윤석열’ 관련 이미지는 ‘한량 대통령’으로 요약될 수 있을 정도로 부정 일색입니다. 

윤 대통령의 소탈함과 격의 없는 태도는 ‘술’이라는 매개에 의해 완성됩니다. 워낙 애주가이기도 한데다 의전과 격식을 멀리하다 보니 ‘술’은 윤 대통령의 ‘정치 초보’ 딱지를 떼는 데 가장 만만한 ‘미장센’으로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행사 때 잔을 부딪치며 건배하는 모습만을 모아 만든 ‘짤’이 유포될 정도로 ‘술’은 윤석열과 거의 동일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소탈하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얻지만, “일은 하지 않고 놀고 먹는 대통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공고화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정무라인의 적극적인 대응과 메시지 관리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입니다. 

 



‘초보 대통령’ 이미지는 윤 대통령이 자초했습니다. 지난 15일 ‘도어스테핑’ 때 취재진이 ‘(김건희 여사의) 공개 일정이 많아서 제2부속실을 아예 만들자는 의견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는 질문을 받은 윤 대통령은 “모르겠다.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비공식 이걸 어떻게 나눠야 할지”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방법을 좀 알려 주시죠”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의 한 논객은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역대급 말”이라고 촌평했습니다. 말실수로 치부할 수 있지만 윤 대통령 자신이 ‘나는 아직 초보라 실수해도 국민들이 봐 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국정을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대통령 자리는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은 그 자체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출근 때마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소통’ 방식입니다. 기자들의 질문은 곧 시중의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통로가 됩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 유형과 구체적인 내용을 통해 여론의 온도와 흐름을 감지하게 됩니다. 기자들이 핵심적으로 뽑은 질문 자체가 곧 여론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이 거의 매번 ‘말실수’를 하며 논란이 되고 있지만 국가최고통치자에게 여론을 그대로 전달하는 창구로서의 도어스테핑은 상당히 중요한 소통 방식입니다. 각종 현안에 대해 ‘단속적 침묵’으로 일관하며 문제를 덮는 데 급급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소통방식과 대통령과 기자들의 공개된 질문-대답의 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논란을 수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지, 윤 대통령이 그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침체’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여소야대 국면으로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제대로 잡지 못해 헤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합니다. 여기에 국민의힘도 장외에서 대통령 ‘백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당 윤리위 회부로 ‘토사구팽’ 신세에 놓여 있습니다. 2024년 총선과 차기 대권을 앞두고 계파 간 전쟁이 치열합니다. ‘윤석열 계’도 뚜렷하게 형성되지 못했고, 당도 조직적으로 윤 대통령을 지원할 상황이 아닙니다. 이렇게 외부 지원사격 없이 윤 대통령이 단독으로 여권의 공격을 막아내며 집중조명을 받다 보니 부정적인 이미지도 더 크게 쌓여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구중궁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꽁꽁 숨기기에 급급했던 ‘청와대 관행’에 비춰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정치실험’은 파격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 1인 플레이에 그치다 보니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내각과 대통령실을 관료와 검찰 중심으로만 짜다 보니 적극적인 언론 소통보다 몸 사리기에 바쁜 듯 보입니다. 그러니 ‘윤석열’에게만 이목이 집중됩니다. 이제 와서 ‘보수의 탁현민’을 찾고 있다는 대통령실의 뒷북 대응도 안쓰럽기만 합니다. ‘초보’ 윤석열 대통령의 미숙한 국정운영도 문제이지만 잦은 ‘실수’를 뒷짐 지고 수수방관하는 대통령실의 적극적인 정무대응도 아쉽습니다. 윤 대통령의 집권 초반 ‘좌충우돌’을 초보의 실수로 넘기기에는 작금의 경제위기가 너무도 심각해 보입니다. 

 

(여성경제신문 6월21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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