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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이명박의 ‘평행이론’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7. 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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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의 초반 국정운영 기조와 ‘여론’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이명박 정권의 국정 초기와 닮았다는 분석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정 수행 평가 여론조사에서 2주 연속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선다는 결과를 받아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선거 때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주변의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니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 마음만 가지고 있다”며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도대체 윤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은 어느 나라 국민이냐’는 따끔한 질책도 나옵니다. 

최근 이준석 대표는 ‘윤 대통령의 임기 초반 지지율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제가 제대로 역할을 맡으면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하락 문제를 20일이면 해결할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집권여당 대표가 20일 안에 ‘여론’을 뒤집어놓겠다는 발상을 하는 것 자체도 민망하지만, 그것보다 자신이 최고인 줄 착각하고 온갖 재기를 부리지만 결국 오행산 안에 갇히고 마는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이 떠오릅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한 생각이 ‘무시’라고 한다면 이준석 대표는 지지율을 ‘도술과 술법’으로 단시간에 바꿀 수 있는 ‘기술 문제’라고 보는 듯합니다. 집권세력을 대표하는 양대 축의 ‘여론’ 인식에 결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초반 국정운영 기조와 ‘여론’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보면 이명박 정권의 국정 초기와 묘한 ‘기시감’이 듭니다. 이 ‘여론’이라는 것은 집권세력 강경파에게는 무시해도 될, 별 것 아닌 문제로 취급됩니다. 하지만 온건중도파에게는 끊임없이 정권의 일방독주와 민심의 거부감 사이 간극을 좁혀야 하는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동영 민주당 후보를 531만표라는 사상 최대의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고 몇 달 뒤 총선에서도 승리했지만 2008년 촛불정국으로 지지율이 한때 10%대까지 추락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승리해 지지율도 진영대결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변명’이라도 할 수 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런 ‘핑곗거리’도 통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부정적 여론의 직격탄을 맞은 셈입니다. 

 

2008년 6월 10일 저녁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열린 6.10항쟁 촛불집회에서 경찰이 시위대의 청와대 진출을 막기위해 광화문 네거리에 쌓아놓은 컨테이너 장애물에 시민들이 명박산성이라 이름 붙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기조 전략이 강경파에 완전히 경도돼 있었던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명박 정권은 정두언 전 의원 등의 소장파 그룹과 이재오 전 의원 등의 친이계 강경파와 이상득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측근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두언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그룹은 대선 때까지 선제적인 여론관리와 중도적인 스탠스로 집권에 공을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인수위 과정에서 이상득 전 의원 등의 측근그룹에게 완전히 밀려나고 맙니다.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여론’을 중시하는 소장파 그룹이 사실상 궤멸한 것입니다. 

이후 이명박 정권은 ‘촛불’이라는 거대한 여론의 파도를 ‘명박산성’과 같은 강경기조로 맞서다 완전히 자멸하고 맙니다. 이 전 대통령은 촛불정국에서 ‘쓴맛’을 본 뒤 2009년 하반기부터 쇄신 정국으로 국정운영 기조를 완전히 달리하면서 지지율 반등의 골든크로스를 이뤄냅니다. ‘쇄신’은 부정적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일방적 국정운영보다 통합과 협치를 내세웁니다. 그 결과 지지율도 일정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결국 2011년 부동산 문제와 반값등록금 문제 등으로 다시 데드크로스를 맞았다가 선관위 디도스 사건 이후 지지율이 20%대로 폭락한 뒤 한국갤럽 기준 24%의 지지율로 퇴임하게 됩니다. 

문제는 윤석열 정권이 이명박 정권의 ‘잘못된’ 점만 되짚어 그 실패의 전철을 되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윤석열 정권은 ‘윤핵관’과 ‘이준석’의 양대 권력축으로 움직입니다. 이준석 대표가 성접대 의혹으로 윤리위 징계를 앞두고 있어 그가 낙마할 경우 ‘윤핵관’이 집권세력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핵관’은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하는 집단입니다. 당내 ‘견제세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정권 때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중심으로 한 이상득 세력과 이재오 등을 중심으로 한 친이 직계 핵심들이 ‘오로지 이명박’을 외치며 일방적인 독주를 한 것과 윤석열 정권의 ‘윤핵관’은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하기 전까지 소장파 그룹을 중용하며 나름대로 측근그룹과 균형을 맞췄지만 권력을 잡은 직후 ‘쓴소리’를 하며 귀찮게 하는(일부에서는 권력지분투쟁이라고 해석하지만) 소장파들을 완전히 제거해 버렸습니다. 이후 ‘여론’에 귀를 닫고 아부만 하는 세력들에게 둘러싸여 직진만 하다 ‘촛불’을 자초했고 결국 징역 17년 추징금 130억의 철퇴를 맞은 ‘실패한’ 대통령이 된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비 정치인’ 출신으로 대통령에까지 오른 ‘성공신화’의 주역으로 추앙받습니다. ‘신권’들이 감히 ‘왕권’에 대해 ‘쓴소리’를 하며 견제를 하지 못합니다. 둘 다 소통통합형이 아니라 불도저 스타일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력한 추진력이라는 긍정적 평가보다 일방독주라는 부정적 해석에 더 많이 오르내립니다. 여기에 ‘친이계’와 ‘윤핵관’이라는 강력한 친위부대를 앞세워 야당과 여론을 제압의 대상으로만 보려는 경향도 비슷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촛불’을 부를 만큼의 심각한 불통과 독주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검찰출신 위주의 편향된 인사와 여론을 ‘별로 의미 없는 것’으로 여기는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리더십으로 야당의 ‘촛불 덫’에 걸릴 위험성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행히 정권 출범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해 그나마 의회권력의 견제를 덜 받았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임기 초반 정권의 허니문임에도 벌써부터 지지율이 부정평가로 뒤덮이게 되면 중간평가인 총선도 위험해집니다. 윤 대통령이 2024년 총선에서 패하게 되면 사실상의 식물정권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지지율 관리 능력이라면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창업보다 수성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은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윤핵관으로 창업에 성공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수성을 위해 ‘신진세력’이 성장할 토대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고인 물은 썩습니다. 윤핵관만 득실거리는 국민의힘은 경쟁력이 없습니다. 상호견제와 감시의 메기들을 풀어야 합니다. 권력의 균형추를 맞출 유일한 인물은 바로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그리고 선제적인 정무대응을 해야 합니다.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밀한 대응을 해야 합니다. 최근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가 ‘자신 사퇴’ 형식으로 물러난 것은 그나마 희망적인 시그널입니다. 박순애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음주운전 무관용 여론에 따라 즉각 사퇴로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합니다. 

또한 윤 대통령은 가는 곳마다 경제위기를 언급하며 경제에 올인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 해답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 영역에 있습니다. 적대적인 정치 환경에서 올바른 경제 해법이 나올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를 끊임없이 외쳤지만 정치에 실패해 경제까지 ‘망친’ 지도자로 기억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경제’를 계속 외치고 있습니다. 해답은 ‘정치’에 있는데 ‘연목구어’(緣木求魚)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성경제신문 7월 5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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