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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권성동의 ‘빗나간 우정’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8. 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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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마친 뒤 권 원내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로 내려앉았고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을 결론 내렸지만 여전히 그 출범 요건과 역할 등을 두고 내홍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연거푸 이긴 집권세력이 승리의 샴페인을 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왜 이렇게 갑작스런 위기에 빠진 것일까요. ‘모든 것이 정치를 모르는 윤석열 대통령 탓’이라는 여권 내부의 목소리도 있지만 윤 대통령을 둘러싼 권력핵심들의 밥그릇 싸움 때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최근 대통령실 관계자와 식사를 했습니다. 오랫동안 정치권에 몸담아 온 대통령실 지인은 식사 내내 별 말이 없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하고 국민의힘 지도부 내홍 사태가 최정점에 이르렀던 민감한 시기라 언행에 무척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풀이 죽고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축 처진 어깨가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현재의 여권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 탈출전략에 대해선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필자의 여러 가지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하면서도 그에 대한 반박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것이 생경하게 다가왔습니다. 

과거 ‘청와대’에서 일하던 인사들은 정치권의 온갖 시비와 공격에도 비교적 떳떳하게 자신들의 상황과 인식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의 ‘관계자’들은 유독 그들만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 청와대 정무라인들은 자신의 의견이 곧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언론인들을 대했습니다. 이는 대통령이 비교적 아랫사람들과 잘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청와대 ‘관계자’들은 항상 자부심이 넘쳐흘렀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대통령이 정무라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에 충실히 따르려는 노력을 보여주었기에 아랫사람들도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 있게 업무를 수행하고 기자들을 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정권 사람들은 왠지 자신감이 결여돼 보입니다. ‘대통령실’ 업무에 대한 자부심도 별로 없어 보이고 ‘될 대로 되겠지’ 하는 자포자기 심정이 언뜻언뜻 엿보입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80여일 만에 20%대로 내려앉았고 이곳저곳에서 비난이 폭주하니 기가 죽을 만도 합니다. 그럼에도 과거 청와대 관계자들이 비슷한 상황에서도 보여주었던 확신에 찬(비록 그것이 일방적인 자기주장이긴 하더라도) 정권의 비전과 가치관이 이번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대통령실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정치를 모르는’ 윤석열 대통령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9일 대권도전을 선언하고 불과 9개월여 만에 대통령 꽃가마에 올라탄 ‘불세출의 스타’입니다.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정치’는 불과 9개월 경험한 게 전부입니다. 본인 스스로도 정치를 잘 모른다고 했고 국민들도 그에 대해 별반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무너진 상식과 공정을 바로 세워 줄 적임자로 ‘윤석열’을 찍었던 국민들이 많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경험하지 못한 것은 새삼스러울 게 없습니다. 국민들도 노회한 정치인 출신보다 새로운 시각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비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선택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문법으로 국정을 운영해줄 기대에 부풀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마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정치9단’ 홍준표 후보를, 본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연거푸 눌렀을 때 ‘정치가 별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9개월 동안 경험했던 정치는 타협하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어퍼컷만 잘 날리면 대통령도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엉뚱한 자기확신이 아니었을까요. 

 

지난 7월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문자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 기자들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정치를 모르는 것에 대한 후유증은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쉽게 권좌에 오른 대통령이기에 정치도 우습게 보일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참모들의 정무 보고서와 조언을 심각하게 경청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취임 직후부터 흘러나왔습니다. 필자가 만났던 대통령실 관계자도 의견을 얘기하고 일을 추진해봤자 그것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지레 패배의식에 빠져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장관의 업무보고 때 앞부분만 조용히 듣다가 갑자기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와 훈시로 끝난다는 뒷얘기도 나옵니다. 참모나 장관과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내는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랫사람들의 의견은 형식상 듣고 대통령 마음대로 지시를 하는 정치 부재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치를 모르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닥친 가장 큰 불행은 바로 그의 ‘친구’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정치를 모른다는 것 정도는 인식했기에 ‘윤핵관’인 권성동 원내대표를 맹신하고 그를 통해 집권여당 ‘섭정’을 시도했습니다. 그것이 ‘내부총질’ 텔레그램의 본질입니다. 윤 대통령은 집무시간에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문자를 한가하게 보내 집권여당 정치를 ‘메신저 장난’으로 희화화시켰습니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던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심 가득한 정치입니다. 20여 일 동안 당 대표 집무대행을 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역대 최악의 ‘여당 대표’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과의 텔레그램 문자 유출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일각에서는 “4선의 노회한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신임을 자랑하려고 의도적으로 문자를 공개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모르는 윤 대통령을 ‘패싱’하고 ‘자기 정치’를 하려다 집권세력 전체를 벼랑 끝으로 밀어넣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권 원내대표의 정무적 감각과 인식도 수준이하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대통령과의 문자에 등장하는 강기훈 대통령실 행정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중국속국 문재인’ ‘페미와 대선과 간첩’ ‘윤석열의 대선’ 등을 주제로 극우 성향의 주장을 편 바 있습니다. 그런 극우 인사가 대선 직후부터 최근까지 권 원내대표의 정무실장으로 일했고 지난달 말 필리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권 원내대표의 특사 방문에 동행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을 과거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민주정의당’ 수준으로 되돌리는 권 원내대표의 수준 낮은 정무적 안목이 윤석열 대통령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9급 공무원 비하 발언’은 권 원내대표의 오만함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입니다. 

윤 대통령과 권 의원은 1960년생 동갑내기로 윤 대통령 외가인 강릉에서 함께 자란 친구 사이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검찰총장을 그만둔 후 ‘친구’ 권성동 원내대표와 어깨동무를 한 사진을 통해 정치에 데뷔했습니다. 권 원내대표가 ‘정치 멘토’인 셈입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가 2017년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일할 때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국정감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보다 정치구력이 한참 높았고 그때의 심리적인 ‘상하관계’가 지금도 두 사람 사이에 남아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권 원내대표의 위세는 대단했고 대통령을 패싱한다는 의심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두 사람의 ‘특수관계’ 때문에 정치도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본심’을 드러낸 문자가 공개되었는데도 윤 대통령은 ‘해프닝’으로 간주하며 ‘친구’를 두둔했습니다. 이는 끓어오르는 민심에 기름을 붓는 ‘도발’이었습니다. 권성동 의원은 여전히 ‘친구’를 믿고 원내대표직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를 모르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를 너무 잘 아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빗나간 우정’ 때문에 국민의힘 내홍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여성경제신문 8월 2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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