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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이재명 무너지면 어디로?’ 민주당의 미래 본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8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송영길 이낙연 이해찬 추미애 그리고 문재인 등의 앞선 당대표들 득표율이 40~60%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후보는 민주당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선될 것이 확실시됩니다. 이재명 후보가 이렇게 압도적인 우세를 기록한 것은 아무래도 ‘차기 대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를 힘차게 밀어 올리는 민주당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습니다. 호남지역 투표율이 저조하고 전당대회 흥행도 지지부진해서 ‘이재명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를 앞세워 대선 때까지 직진할 태세입니다.
민주당이 이렇게 ‘이재명 단독 카드’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가장 큰 배경은 대안 부재입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문진영은 확실한 당권 주자를 내세우지도 못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이재명 후보가 ‘아웃’되는, ‘천재지변’에 준하는 정치적 사변이 발생했을 때 가장 유력한 대안은 이낙연 전 대표입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이재명 후보 급부상 이후 정치적 위상이 급격히 떨어졌고 당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박 논쟁’으로 민주당의 DNA를 상실한, ‘한물간’ 대권주자로 낙인이 찍혔고 정치적 회복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위상이 대권에 도전할 만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면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친문주자들이 약진할 공간이 생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단독 대표 체제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더 이상 ‘이낙연’의 민주당 틈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수박 세력과의 공개 절연’을 선언한 것과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대권주자 대안 부재론은 ‘친명계’가 유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온리 이재명’ 프레임으로 당을 전환하기 위해 ‘작업’을 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윤석열 정권의 ‘부침’과 관련이 있습니다. 당초 이재명 후보가 당권 도전에 나섰을 때 당 안팎에서 맹렬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정치 명분에서 볼 때 이 후보의 이번 당권 도전처럼 무리한 민심 역행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민주당 당심이 ‘이재명’을 억지로 밀어올리고 또한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은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헛발질’에 대한 반사이익 기대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 욕먹는 것에 비하면 이재명은 아무 것도 아니다’는 상대적 우월 의식(?)이 리스크가 많은 이재명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명분이 된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초반 2개월을 보면서 윤 대통령이 집권 내내 만성적인 지지율 침체에 허덕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국민들의 실망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아무리 못해도 윤석열보다 더 못하겠느냐’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다시 민주당과 그 대선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이런 기류는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농담’에서도 확인됩니다. 박 전 수석은 최근 “윤석열 그분이 하는 거를 보고 저도 (대통령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몸이 뒤로 넘어가면서 웃으시더라”는 에피소드를 전해주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허물어질 경우를 대비해 민주당도 ‘이재명’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내세워 ‘정권 접수 작전’에 들어간 것입니다. 윤석열 ‘실정’ 반사효과로 이재명 독주 체제가 더 공고화되었고 민주당도 ‘이재명 올인’의 정치적 부담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셈입니다.
세 번째는 ‘개딸’(개혁의 딸)이라는 확실한 충성 지지층이 있기 때문에 ‘이재명 원톱 신화’가 가능했습니다. 20·30대 여성 지지자들을 뜻하는 ‘개딸’은 대선 이후 민주당에 입당한 이후 당내 가장 강력한 팬덤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들은 지난 대선을 전후해 대거 당원으로 가입한 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이 후보의 70%대 득표율을 이끈 일등공신이 됐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 5월 이들의 활동에 대해 “소위 개딸 현상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긴 한데 저는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행태라고 생각한다”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후보는 대권으로 가는 장벽이 생길 때마다 이들을 돌격대로 삼아 돌파할 것입니다.
사실 이제 갓 초선이 된 ‘정치 신인’ 이재명 후보가 처음 나선 당권도전에서 8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여의도의 ‘대사변’입니다. 일반 정치인들이 누릴 수 없는 강력한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천혜의 정치 환경입니다. 당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당심에 조응하려는 적극적 여론반영 정치가 발하는 긍정적 효과도 많습니다. 당원(열혈 지지층)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당론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그것이 적극적 정치참여의 선순환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이재명 당권 압승은 국민의힘처럼 ‘윤핵관’ 내분으로 당이 아수라장 될 가능성도 없고 민생과 대권승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특장점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후보의 전당대회 압승은 대권 교두보를 일찌감치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권 압승’ 그 이면에 도사린 그림자 또한 짙고 길게 뻗어 있습니다. ‘압도적’이라는 단어 속에 숨은 치명적인 약점을 민주당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2027년 대선 때까지 ‘이재명’으로 외통수 승부를 걸었다고 봐야 합니다. 민주당은 비장의 필승 전략(이재명) 단 하나로 총선-대선의 장기 레이스를 치르려고 합니다. ‘대안’을 마련해두지 않고 외길 승부에 나선 것입니다. 이번 전당대회 압승은 퇴로를 막은 ‘벼랑끝 전술’의 방증입니다.
하지만 이재명 1인에게만 목을 맨 민주당은 앞으로 수많은 리스크를 떠안아야 합니다. 1위 이재명 후보가 사법 리스크로 궐위되거나 재기 불능 수준의 치명타를 입었을 때를 대비한 ‘안전판’을 마련해두지 않았습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2위를 한 박용진 후보가 ‘이재명 대타’로 나설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최고위원 경쟁에서도 친문 주자들은 대부분 탈락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현재 당의 세력분포가 급격하게 ‘친명계’로 재편되면서 이재명 후보 궐위 시 친문후보가 ‘대권 대타’로 나설 가능성도 높지 않습니다. 그만큼 ‘이재명 쏠림’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체제가 총선에서 일찍 무너지면 민주당은 붕괴 수준의 내분을 겪을 것입니다.
특히 이재명 단독 체제는 ‘개딸’이라는 팬덤 정치에 함몰돼 민주당의 확장성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보수 20%, 진보 20%, 중도 30%’라는 한국 정치의 전통적인 진영 비율을 볼 때 ‘이재명 단독’으로 중도의 30%를 끌어오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번 당헌 80조 개정 논란도 개딸들을 중심으로 개정 요구가 빗발쳐 할 수 없이 추진됐다가 비상대책위원회의 ‘저지’로 무산됐습니다. 이때 이재명 후보가 나서서 ‘비대위 입장을 존중한다’며 개딸들을 달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는 앞으로 개딸과 중도층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후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정책이나 비전, 정체성 등이 오락가락 한다’는 비판을 들었습니다. 개딸은 그 ‘오락가락’의 주 진앙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들은 이 후보의 대권도전 핵심 발판이자 동시에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 단색화’를 국민들에게 내놓았습니다. ‘모노’가 주는 직관적이고 뚜렷한 메시지는 ‘반 윤석열’ 세력에게 ‘이재명 집권’의 정당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파할 것입니다. 하지만 다색화가 주는 다양성과 공존의 미학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이 그려낸 ‘이재명 단색화’는 과연 국민들에게 어떤 감동을 주게 될까요.
(여성경제신문 8월 23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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