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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블랙홀 ‘검찰개혁’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4. 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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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5월 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마지막 국무회의 때 '검수완박' 법안을 최종 공포하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에 당력을 총 결집시키고 있습니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딛고 일어서려는 민주당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민주당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처리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일부 비상대책위원마저 검수완박 전쟁에 ‘검찰개혁의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해 ‘문재인 이재명’을 지키기 위한 성벽 쌓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강공에 물리적으로 맞설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또 다시 민생과 관련 없는 ‘검수완박’ 전쟁으로 공회전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은 대체로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반성의 목소리보다 책임소재를 두고 볼썽사나운 권력투쟁이 벌어지곤 합니다.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이후 2번의 대선 패배를 거치면서 ‘야당의 분열’로 큰 홍역을 치렀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는 그 학습효과 때문인지 ‘질서 있는 패배’를 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0.73%포인트’가 가져온 효과는 패배에 대한 착시현상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대선 패배를 두고 ‘남 탓’을 하며 내부총질은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편’의 잘못으로 진 것이 아니라는 데 방점이 찍히면서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면밀한 ‘복기’ 없이 곧바로 다음 대선모드로 진입한 모습입니다. 

그런 일련의 분위기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검찰개혁 이슈입니다. 민주당 지도부에 새로 선출된 박홍근 원내대표의 취임 일성은 “4월 국회에서 검찰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도 수차례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검찰개혁 완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문제, 초반 내각 인사에 대한 비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살인적인 물가고 등의 주요 이슈들은 일단 뒤로 물리고 검찰개혁에 당의 화력을 모두 쏟아붓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가 검찰개혁 말고도 민주당의 쇄신의지와 미래지향적이고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이슈가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그 골치 아픈 검찰개혁 카드를 다시 빼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풀리면 민주당의 절박한 대선 승리 방정식도 풀릴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서 검찰개혁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다시 지적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듯합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어떤 문제를 이번 검찰개혁 전쟁의 최대 과제로 삼고 있는지는 한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검수완박’의 핵심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인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 기능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해 이관한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 등에 관한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넘겨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부패 경제 방위사업 등 사회 전반의 대형사건에 대한 수사권도 ‘완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민주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검찰은 사실상 공소장에 도장만 찍는 ‘기소 자판기’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김오수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이에 검찰은 11일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어 ‘검수완박’에 대한 방어작전에 돌입했습니다. 검찰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지만 “엄연한 정부 조직의 공무원으로서 도를 한참 넘어섰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좀 의아스러운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친 정부 인사’ 김오수 검찰총장마저도 ‘총장직에 연연하지 않고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며 저항을 하는 장면입니다. 검찰의 수장이 그 존재의 요체인 수사권을 뺏기는 상황에 놓이자 그도 사람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하는 검찰 제일주의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오수 총장은 검찰개혁에 항거하는 윤석열 당선인의 뒤를 이어 검찰개혁의 임무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하명 받은 일종의 ‘해결사’였습니다. 그렇게 대통령의 미션을 받은 검찰총장이 윤석열 당선인이 처했던 똑같은 상황이 전개되자 이렇듯 대범하게 조직 우선주의를 내세워도 되는지 의아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아군이 적군으로 돌변하는 상황까지 자초하면서 이번에 또 검찰개혁에 올인을 하려는 걸까요. 무엇보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순수한 검찰 시스템의 전면 쇄신이라는 틀 속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대선 패배로 자멸에 빠진 당의 활로를 찾기 위한 탈출작전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검수완박’ 법안 추진은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해도 윤석열 당선인 취임 전 통과가 여의치 않습니다. 먼저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명분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법안에 대해 가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야당이 필리버스트와 물리적 저항 등으로 강경대응할 방침이어서 이 모든 장벽을 뚫고 5월 9일 윤석열 당선인 취임 이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를 뻔히 알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이지만 ‘검수완박’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검찰개혁 전쟁은 민주당 지도부가 패선 패배 후 지지층의 구심점을 재구축하려는 ‘정략적 접근법’입니다. 

사실 대선 패배로 흩어진 지지층의 결집을 한 곳으로 모으는 이슈 가운데 검찰개혁만큼 그들의 혈기와 열정을 다시 끓어오르게 하는 소재도 없습니다. 1600만명의 ‘안티 윤석열’ 국민들이자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찍었던 지지층들은 ‘윤’이라는 글자를 거꾸로 뒤집어 ‘굥’으로 표기하고 밤마다 ‘굥’ 주문을 수십번 외워 윤석열 당선인의 좌절을 기원하는 섬뜩한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윤석열 정권에 적대적입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민주당의 검찰개혁 전쟁 패배로 태어난 장본인이기에 그를 흔들기 위해서는 다시 검찰개혁 전쟁에 나서야 한다는 명분도 있습니다. 

민주당 의총에서 검찰개혁 신중론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는 다음날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됩니다. ‘좌표 찍기’를 독려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떻게 뽑아준 180석인데 그렇게 한가하게 놀고 있느냐’며 의원들을 압박합니다. 대선 이후 일부 강경 지지층들은 주말에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민주당개혁 촛불집회’도 열고 있습니다. ‘협치’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없습니다. 언론개혁과 검찰개혁만이 민주당이 살길이라며 지도부를 연일 압박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11일 의원총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저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의 시위는 너무도 정당하고 이해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일부 강성 지지층의 겉으로 드러난 목소리에 너무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들은 민주당의 자체 반성과 쇄신에 대한 아젠다 제기보다 대선 직후 곧바로 ‘대 윤석열 정권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점만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잘못으로 진 대선이 아니기 때문에 반성과 쇄신은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지지층의 강경 기류에 당 지도부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의 이런 고질병은 2018년 조국 사태 이후 더욱 극심해졌습니다. 이는 ‘어떤 쪽이 잘하고 잘못했다’의 시시비비 영역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 소통과 다양성의 문제임에도 당 지도부나 강성 지지층들은 이에 대해서는 모두 외면하고 있습니다. 

사실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이 검찰개혁에 더욱 목을 매는 이유는 검찰 수사권의 자의적이고 선택적인 남용 의혹 때문입니다. ‘검찰 눈 밖에 난 사람은 반드시 당한다’는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하는 것 자체를 막아야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 이후 계속돼 온 악순환이 끊어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검찰개혁 시즌 2도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키기 위한 방어작전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선출되지 않은 검찰권력을 분산하고 그것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수사권 완전 박탈로 이어지면 그것은 또 다른 권력의 ‘통제’ 올가미를 씌우는 것과 같습니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고문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단순 이분법적인 발상입니다. 그래서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이번 민주당의 ‘검수완박’ 전쟁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경찰 비대화 등의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의 ‘검수완박’ 밀어붙이기를 이재명 상임고문의 당 안착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상임고문의 최측근인 박홍근 원내대표가 당력을 검찰개혁에 집중하며 밀어붙이기를 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당 지도부가 검수완박이 법안처리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이재명 상임고문의 당 복귀를 위한 일종의 사전작업이다. 검찰개혁 전쟁을 통해 민주당을 하나의 이슈로 결집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 이슈를 반대하는 신중론자들은 ‘안티 이재명’으로 분류될 것이다. 검수완박 전쟁을 통해 적군과 아군을 가려낼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개혁현안에 대해 감히 앞장서서 이견을 냈다가는 문자폭탄에다 따돌림까지 당하게 된다. 그것을 감수하면서 반대 입장을 낼 의원들이 많지 않다. 이는 향후 이재명 상임고문의 복귀 때에도 적용된다. 주류와 강성 지지층이 결정한 사안에 토를 달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검수완박 전쟁은 겉으로는 검찰개혁 이슈로 보이지만 속을 보면 이재명 상임고문의 당 복귀와 차기 대권 재도전을 위한 준비작업인 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검수완박’ 이슈는 민주당 내 기득권이었던 친문세력을 견제하고 당 역학구도를 ‘친 이재명 계’로 완전히 탈바꿈하기 위한 권력재편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검찰개혁 전투 과정에서 ‘찐 이재명’ 계와 ‘가짜 이재명’ 계, 그리고 ‘안티 이재명’ 계가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대 선거 패배 블랙홀이었던 검찰개혁 이슈를 굳이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당 지도부의 정치적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주장이 흘러나옵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검찰개혁에 속도를 냈다가 오만한 민주당 프레임에 갇혀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했던 전례를 되풀이한다는 우려도 상존합니다.

애초 민주당이 내걸었던 검찰개혁의 본질은 국민의 보편적 인권 확보와 검찰 수사의 자의적인 사법화를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전쟁을 국민들이 여전히 그런 시각으로 바라볼지 의구심이 듭니다. 검찰개혁 논란이 민주당의 대선 패배를 수습하고 문재인-이재명을 지키기 위한 ‘사수대’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있다면 그런 의혹부터 제거해야 합니다. 시대와 불화하는 개혁명제는 그 자체로 독선이자 독단입니다. 과연 민주당은 한번 들이켰던 ‘독배’를 또 다시 들어 올릴까요.

 

(여성경제신문 4월 12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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