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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차 대통령’ 윤석열과 정계개편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3. 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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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 20대 대통령선거가 역사상 초유의 박빙 승부로 막을 내렸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0.73%포인트 간발의 차이로 따돌리고 대통령 자리에 올랐습니다. 역대 대선 가운데 이번 선거만큼 논란과 화제가 많았던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치입문 9개월이 채 안 된 신인주자가 대통령으로 수직 점프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반면 민주당으로서는 ‘10년 정권교체 주기설’이라는 최후의 희망마저도 허망하게 날려버리고 석패했습니다. 이런 충격적인 결과는, 그동안 정치를 지배하던 ‘여의도 문법’이 격변하는 민심의 회오리 속에서 속절없이 깨졌음을 의미합니다. 20대 대선의 의미와 향후 정국을 전망해 보겠습니다. 

이번 대선의 개표과정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트였습니다. 일단 출구조사부터 충격이었습니다. jtbc와 방송3사의 예측이 정반대로 나오면서 ‘뭔가 일이 터지겠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투표 전 ‘깜깜이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3~7%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었음을 인지했음에도 ‘혹시나’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었는데 jtbc 출구조사가 이재명 후보 우세를 예상하자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최대 10%포인트까지 압승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 0.6%포인트차의 초박빙으로 이길 것이라는 발표가 있자 분위기가 급속도로 가라앉았습니다. 

민주당은 jtbc 결과에 기대를 걸면서 개표과정을 지켜봤고 이재명 후보는 개표가 정확하게 50%에 이를 때까지 앞서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표율이 51.5%가 되면서 윤석열 후보가 첫 번째 역전을 했고 이 우세가 개표 마지막까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KBS는 새벽 2시 13분 ‘윤석열 후보 당선 유력’이라는 속보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초박빙의 승부는 그것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민주당 지지층들은 ‘윤석열 당선 유력’이라는 메시지가 떴음에도 바늘구멍만한 차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표계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일부 민주당 지지층들은 “윤석열 후보에게 져서 더 자존심이 상한다”며 울분을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민주당의 패인이 숨어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자는 원래 보수야당 출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민주당 사람'이었습니다. 검찰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문 대통령이 그를 임명한 것은 민주당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과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민주진보진영이 경원시한 인물이 야당의 대선후보로 나와 대통령에까지 오른 바로 그 본질적인 ‘정치 사변’을 민주당이 먼저 받아들여야 합니다. 정치입문 9개월의 정치신인이자 ‘문재인의 남자’를 야당대선후보로 밀어 올려 대통령자리에까지 앉힌 그 ‘민심의 격분’을 민주당은 직시해야 합니다. ‘윤석열 후보 같은 무능력 주자에게 진 것이 자존심 상한다’는 것보다 왜 그런 ‘수준이하’의 인물에게 180석의 민주당이 허망하게 무너졌는가를 먼저 분석하고 반성해야 민주당에게도 미래가 있는 것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앞으로 민주당의 선거 패인에 대해 수많은 분석이 나오겠지만 선거는 후보의 게임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번 대선이 막판에 진영논리가 강하게 작동해 여론조사 결과를 뛰어넘는 초박빙의 승부가 나긴 했지만, 후보에게 1차적 패배의 책임이 있습니다. 이는 곧 ‘이재명’이라는 후보를 뽑은 민주당의 안일하고 오만한 분위기와도 직결됩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2020년 21대 총선의 압승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는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오만의 정서가 자리 잡았고 그것이 21대 총선을 통해 확실하게 머리에 각인됐습니다. 이해찬 전 대표가 ‘20년 민주당 장기집권론’을 떠들어대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입니다. 민주당은 그렇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걷어차 버렸고 조국 사태로 오만과 자만의 늪으로 더 깊이 빠져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지만 민주당은 본질적인 혁신과 반성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징표가 바로 대선후보 경선이었습니다. 민주당이 보다 안정적이고 믿을 만한 이낙연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했다면 이번 선거 같은 초박빙의 승부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정권교체의 민심을 얕잡아 보고 ‘이재명 정도로도 이길 수 있다’는 또 다른 자만과 오만의 정서가 경선을 지배했고 결국 그 선택은 대선이라는 가장 큰 정치이벤트에서의 패배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경선 막판 대장동 사건이 터지며 이낙연 후보의 역전조짐이 있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사실 이재명 후보의 행정능력은 뛰어나지만 인성과 가족문제 등이 대선정국 내내 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흠결도 적잖은 대선후보였습니다. 한국의 정치정서는 아무래도 ‘능력보다 인성’이라는 다소 감성적인 변수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곤 했습니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능력’이나 정치경륜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아들의 병역비리라는 국민의 ‘공정’ 감정선을 건드려 실패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이라는 대선후보에 대해 가지고 있는 국민들의 막연한 거부감을 민주당은 ‘능력’을 앞세워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똑똑한 이재명으로 이길 수 있다’는 자만심으로 밀고나갔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이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민주당은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철저한 겸손모드 전략으로 일관했지만 그것이 강고한 정권교체의 벽을 허물지는 못했습니다.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선거 막판 유세를 하면서 시종일관 낮은 행보를 보인 것이 인상적이었지만 그것이 캠프의 대세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패배한 정치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친여매체 등을 총동원해 윤석열 후보를 융단폭격 했지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맷집이 좋아서라기보다 국민들에게 깊이 박혀있던 반 민주당 내로남불 정서를 결국은 걷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선거에서 박빙의 승부에 결정적인 무게 추 역할을 한 곳이 바로 서울입니다. 경기도는 이재명 ‘지사’의 영향력으로 이 후보가 이길 수 있었지만 서울은 윤석열 후보가 우세했습니다. 서울은 유권자가 많고 부동층과 중도층이 유난히 많기 때문에 박빙승부의 결정적 요처가 되곤 했습니다. 큰 선거에서 서울에서 패배한 정당이 이긴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서울의 힘’이 확인됐습니다. 결국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심판이 이재명 후보의 패배로 이어진 것입니다. 한 가지 아이로니컬한 것은 부동산 실정의 책임자는 바로 문재인 대통령인데 그의 지지율이 이재명 후보 지지율보다 높게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의 패배는 곧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입니다. 진보-보수 진영의 ‘10년 정권 교체 주기설’마저 허물어뜨릴 정도로 문재인 정권은 무능했던 것이 드러났습니다. 집권여당 후보는 대선에서 내내 고전하다가 결국 패배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버티기’가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완전한 차별화 전략을 더 강력하게 밀고나가야 했습니다. 문 대통령도 ‘나를 밟고 가라’며 이재명 후보에게 차별화의 길을 담대하게 터줬다면 이 후보가 ‘문재인 정권 계승자’라는 애매모호한 전략으로 청와대 눈치 보며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0.73%포인트로 결정되자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초박빙의 대선 결과를 쉽게 승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벌써부터 민주당 일부 지지층은 ‘도저히 질 수 없는 후보에게 졌다’며 ‘촛불’을 공공연히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의 오랜 폐해인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여기에다 윤석열 당선자는 유세 기간 동안 ‘문재인 정권 적폐청산’을 공공연히 설파하고 다녔기 때문에 정권 출범과 동시에 ‘공안정국’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여야 관계는 파탄으로 점철될 것입니다. 

이번 대선 결과가 윤 후보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면 민주당도 강력한 대여투쟁보다 초심으로 돌아가 ‘그라운드 제로’에서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물론 당의 활로를 확보하기 위해 무한 대여투쟁을 할 수도 있지만 대선패배의 민의를 받아들이라는 명분이 더 높을 것입니다. 그런데 선거가 초박빙으로 끝났기 때문에 질서 있는 ‘후퇴’를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민주진보진영 특유의 ‘재야투사’ 모드로 급속히 전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 지지층들 사이에서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 ‘끝까지 잘 싸웠다’며 격려와 칭찬을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는 곧 이재명 대권 ‘재수’에 대한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입니다. 앞으로 민주당은 ‘이재명 계’와 ‘이낙연 계’ 그리고 제 3의 주자가 난립하는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것입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 내부에서 선거 패배 책임론을 두고 권력투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로 심각한 내홍과 분열에 빠지며 자멸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보수층에서는 “이번 기회에 패배 후폭풍에 빠진 민주당을 흔들어 정계개편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특히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윤석열 당선자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인위적인 정계개편 유혹을 강하게 느낄 것입니다. 민주당 내의 ‘반 이재명 DNA’를 가진 정치인들을 ‘포섭’해 합류시키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체제로 국민의힘을 업그레이드 ‘재단장’시켜 지방선거에 대비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됩니다. 윤 당선인이 이렇게 의도적으로 정계개편을 밀어붙일 경우 정권이 출범함과 동시에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극한대립을 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민의힘은 대선 전리품 나누기로 한동안 권력투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특히 대선 정국 내내 윤석열 당선인의 ‘눈엣가시’로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던 이준석 대표의 ‘홀로서기’가 1차 관전 포인트입니다. ‘윤핵관’들이 이 대표의 야심을 모를 리 없습니다. 당내 우군이 거의 없고 미운털까지 박힌 이 대표에 대해 ‘윤핵관’의 본격적인 견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합당해 그를 통해 이준석 대표를 견제하는 ‘디바이드 앤 룰’ 전략이 기본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역대 대선 사상 최악의 비호감 선거가 끝이 났습니다. 결과도 패자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초박빙이었습니다. 패배한 민주당 일부 지지층은 벌써부터 ‘검찰 공화국 출범’이라며 강력한 대여 투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승자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당선인이 ‘이기면 그만, 이제부터 승자독식’이라며 일방적인 패자 누르기로 정국을 운영한다면 우리 정치는 또 다시 반목과 정쟁의 악순환에 빠질 것입니다. 정치신인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 기적은 전통적인 정치문법의 해체를 의미합니다. 언제나 정치보다 반발짝 앞서가는 민초들의 ‘통합과 협치’ 지혜를 새로운 대통령이 마음 속 깊이 새겼으면 합니다. 

 

(여성경제신문 3월 10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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