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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장’ 이재명… 재기의 길은?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3. 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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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이 났습니다. 대승을 기대했던 국민의힘은 0.73%포인트라는 ‘극세사’ 차이 때문에 샴페인보다는 냉수를 찾고 있습니다. 인수위 구성 초반 대응도 신중한 편입니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은 패자임에도 더 당당합니다. 방송인 김어준은 14일 “원래 큰 선거 지면 당이 깨지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일사불란하고 신속하다”고 대선패배 ‘교통정리’를 했습니다. 이렇듯 민주당 안팎에서 ‘졌잘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에 대한 ‘역할론’이 퍼져 나오고 있습니다. “10년 정권교체 주기설의 여의도 법칙마저 날려버린 ‘공룡여당’의 책임의식 치고는 너무 안일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가장 큰 정치이벤트인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은 심각한 후유증에 휩싸이게 마련입니다. 책임소재를 두고 계파 간 갈등이 분출합니다. 당이 문을 닫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은 정동영 후보를 내세웠으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530만표 차이로 대패했습니다. ‘대선 패배 정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은 2008년 2월 17일 민주당과 합당해 통합민주당을 창당하면서 존재 자체가 소멸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의 ‘0.73’이라는 숫자는 민주당과 이재명 고문에게 반성보다 반격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개표가 확정되고 이틀 뒤 이재명 고문에 대한 역할론이 흘러나오자 여러 가지 말들이 흘러나왔습니다. “24만표차이지만 어쨌든 진 것은 진 것이다. 반성과 쇄신이 먼저 공론화돼야 하는데 이재명 고문의 재기 이야기부터 나오는 것은 너무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들 사이에서는 “패배를 잊고 빨리 대여 투쟁 모드로 들어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세로 잡았고, 이재명 역할론은 그런 흐름에서 나온 일종의 돌파구였습니다. 

사실 ‘이재명 역할론’이 처음 터져 나왔을 때만 해도 이 고문이 민주당 계열 후보로서 최다인 1614만 7738표를 얻은 것에 대한 일종의 ‘예우’ 차원으로도 해석됐습니다. 또한 정권교체론 찬성이 대선정국 내내 50%대를 넘기는 상황에서 이재명 고문이 그것을 뚝심으로 이겨내면서 24만표 차까지 따라붙었다는 것에 대한 정치적 경쟁력도 높게 평가됐습니다. 그래서 이 고문에 대한 책임론은 터부시 되는 분위기입니다. 이 고문의 나이도 57세로 아직 젊고 그에 필적할 만한 경쟁자가 눈에 띄지 않는 점도 이 고문의 정치적 효용성을 높여주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이재명 역할론이 선거 직후 부각되면서 민주당 패배에 대한 반성과 쇄신의 과정이 완전히 뒷전으로 물려졌다는 것입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 친문주류가 대선 패배의 책임론을 물타기 하기 위해 이재명 고문 역할 논란을 의도적으로 확대재생산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윤호중 원내대표의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전환은 단 한 차례 의총을 통해 대외적으로 큰 갈등 표출 없이 신속하게 진행됐다. 대선 패배를 책임져야 할 장본인 중의 한 명이 비대위원장으로 다시 영전하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24만표라는 미세한 표차 때문에 대선 패배 책임론도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 이재명 고문 역할론도 그 물타기에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윤호중 원내대표는 대선 패배의 한 원인이 된 민주당의 개혁입법 추진 미흡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인물입니다. 지난 12일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원내대표와 관련해 “위성정당을 만들 때 사무총장이었고 제대로 된 개혁입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해 대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쇄신 요구에 대해 친문주류는 향후 당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계파갈등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김두관 의원이 비주류이기 때문에 지방선거 공천 등을 두고 지분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윤호중 비대위 체제를 흔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친문의 프레임이 작동하면서 윤호중 비대위 체제는 ‘대안 부재’라는 또 다른 순풍을 등에 업고 지방선거를 총 지휘할 사령탑으로 낙점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시리즈에서 패배한 감독 밑에 있던 코치가 감독은 물러났는데도 그의 뒤를 이어 팀을 이끄는 것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민주당은 패배를 초래한 당 지도부의 전원사퇴를 통해 달라진 선거지형에 대한 새로운 체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서 그런 공론 절차는 ‘순삭’한 채 지방선거 준비를 구실로 구렁이 담 넘어 가는 쇄신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작 이재명 고문 측은 ‘역할론’이나 ‘조기 등판론’에 대해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 고문의 핵심 측근인 안민석 의원은 “대선 패배 후 도올 선생님을 뵈었는데 ‘민주당의 귀한 자산이 된 이재명을 당장의 불쏘시개로 쓰지 말고 아껴야 한다’고 하셨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이 상임고문의 역할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또한 SNS를 통해 “‘이재명 비대위원장’은 너무 가혹한 얘기다. 무슨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다시 일어설 기운을 낼 시간마저 뺏는 모질고 명분 없는 주장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고문 입장에서는 대선 패배 뒤 향후 대권구도를 장기적으로 대비하는 신중한 행보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선에서 패배한 대권주자의 선거 이후 행보는 크게 두 가지 모델로 나눠집니다. 먼저 ‘외유형’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나버렸습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이면서 쌓인 앙금이 정치보복으로 되돌아 올 것을 직감하고 아예 정계를 떠난 것처럼 ‘위장은퇴’를 한 뒤 후일을 도모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외유형’ 모델은 그가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성공적인 복귀 전략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지속형’ 모델은 실패와 성공이 엇갈린 전략으로 통합니다. 이 전 총재의 경우 1997년 12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1.6%포인트 차로 분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시장 출마설’, ‘종로 보궐선거 출마설’, ‘총재 경선 출마설’ 등 다양한 복귀 시나리오가 이 전 총재 측근들에 의해 ‘펌프질’됩니다. 현재의 이재명 고문 역할론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당내에서 존재감을 유지하던 이 전 총재는 1998년 8월 전당대회에서 55.7%의 과반 득표로 신임 총재로 선출돼 2002년까지 당권을 지키며 차기 대선에 재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복귀 과정을 통해 이 전 총재는 정작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할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 전 총재의 ‘순탄한’ 정치복귀는 그를 ‘기득권’의 정점으로 화석화시키는 기제가 됐고 결국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게 다시 패배하게 됩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당권 복귀’ 모델은 성공한 케이스로 인식되지만 여기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나섰던 2012년 대선 패배 후 의정 활동에만 전념하다가 2015년 2·8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쥔 뒤 2017년 대권도전 ‘재수’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이재명 고문의 대권 재수 전략도 바로 문재인 복귀 모델을 벤치마킹 하려는 것입니다. 2024년 총선 험지 출마를 통해 여의도 의정 경험을 하거나 이르면 8월 전당대회에 바로 당권에 도전하는 전략 등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재인 복귀 전략’ 벤치마킹이 이 고문에게도 유효한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문 대통령의 경우 당내 마땅한 경쟁주자가 없어 ‘재수’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비교적 적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본선에서의 경쟁력도 인정받아 수월하게 복귀를 한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이 고문의 경우 현재는 당내 마땅한 경쟁주자가 없기는 하지만 20대 여성표의 결집 등 갈수록 대선에서 돌발변수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고문이 만약 ‘재수’를 해서 다음 대선에 다시 나선다면 그때는 또 어떤 시대정신과 달라진 정치지형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를 장기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개인인성 흠결과 도덕성 등 이 고문을 둘러싼 약점들을 반드시 제거하고 ‘새로운 인물 이재명’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고문이 당장 6월의 지방선거를 총지휘하거나 8월 당권도전으로 중단 없는 전진을 할 경우 이 과정에서 그는 과거 이회창 전 총재처럼 심각한 이미지 고갈 사태를 겪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이재명 고문의 정치복귀는 그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윤석열 당선자의 엄지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야반도주 하다시피 급하게 정치를 떠났습니다. 대선이라는 가장 큰 정치이벤트에서 패배하면서 야기된 온갖 증오와 갈등은 패자에 대한 권력의 손보기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이재명 고문 또한 대선과정에서 대장동과 부인 법카 사건 등 검찰의 수사의지에 따라 처벌까지 가능한 약점들을 많이 노출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자는 대선 승리 직후 대장동 수사에 대해 ‘시스템에 의해 처리하겠다’는 의중을 밝혔습니다.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뜻입니다.

윤 당선자는 검찰총장 출신으로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권력형 비리 사건은 딱 보면 견적이 나온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이제 그가 권력을 잡은 이상 눈앞의 비리를 보고 그대로 눈감아 줄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수사’ 특장점을 앞세워 이재명 고문을 심하게 몰아붙이는 쪽으로 엄지를 내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고문의 정치복귀는 그가 향후 닥칠 검찰수사의 큰 파도를 어떻게 넘느냐에 달린 것이지, 민주당 지지자들이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고문이 윤석열 당선자와 검찰의 공격을 잘 방어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대권무대에 복귀해 정치적인 공방으로 자신의 혐의점에서 탈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0.73%포인트라는 미세한 숫자 때문에 대선 패배 책임론에 대해 미온적입니다. 이재명 고문의 복귀 논란도 계파 간 권력투쟁의 도구로 이용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0.1%포인트라도 진 것은 진 것입니다. 민주당은 먼저 패배에 대해 겸허하게 지지층에 사과를 하고 당 쇄신과 정치개혁 아젠다들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건너뛴 채 이재명 고문의 역할론이 먼저 부각되는 것은 그나마 대선과정에서 힘들게 쌓았던 ‘이재명’ 이미지를 스스로 갉아먹는 자멸의 길입니다. 

 

(여성경제신문 3월 15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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