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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마지막 전투 ‘단일화 vs 정치개혁’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3. 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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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SBS 등 방송3사 합동 초청 TV토론회 방송 캡처. 

 


제20대 대통령선거는 끝까지 판세를 알 수 없는 초박빙의 승부로 결정 날 것 같습니다.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부상했던 야권 후보 단일화가 27일 사실상 결렬되면서 이번 대선은 4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정권교체 민심이 높은 ‘구도’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결승선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법카 등 온갖 악재를 뚫고 야권 단일화 무산에 따른 마지막 결정적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들 ‘고래’ 사이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생존의 길을 찾아 끝없는 눈치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야권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되었지만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한 편입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원망의 눈빛이 가득하지만,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그동안 각종 대형선거에서 보여 온 정치협상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와 자기중심 스타일을 익히 경험한 바 있는 국민의힘은 이번 단일화 무산의 책임을 자신들의 진정성 부족보다 안 후보의 ‘어깃장 정치’로 돌리고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27일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해 직접 단일화 무산의 배경을 설명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민감한 막후협상의 이면을 모두 공개한다는 것은 더 이상 한배를 탈 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일종의 절교선언과도 같습니다. 

이렇게 속절없이 단일화가 무산되자, 윤석열 후보가 ‘안철수 고사작전’을 통해 단일화 파기 선언을 유도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해석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 후보는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 즉시 ‘여론조사 방식은 안 된다’는 1차 방벽을 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또한 시간이 흘러감에도 미적대며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안 후보의 애를 태웠습니다. 그러다 안 후보가 ‘결렬 선언’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의 문자메시지까지 공개하며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말이 기자회견이지 ‘모두 안철수 잘못이다’며 국민들에게 대놓고 고자질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윤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그동안 말을 아끼며 사태를 관망해오던, 비교적 온건한 보수지지층들까지 분노하며 안철수 책임론을 거론하기 시작했습니다. ‘윤 후보가 진다면 모두 안철수 때문’이라는 프레임이 작동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즈음 윤 후보 측은 안 후보의 휴대폰 번호도 슬쩍 흘려 문자 ‘유도탄’으로 안 후보를 외곽에서 때렸습니다. 여기에는 안철수 후보를 단일화 무산의 최대 공적으로 몰아 보수진영의 분노를 유발하고 이를 투표장으로 ‘몰고 가는’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윤석열 캠프의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는 정권교체 구도우위에 따른 ‘근자감’이 그 배경입니다. 국민의힘은 그 근거로 지지율 추이를 꼽고 있습니다. 단일화 무산 악재가 돌출했지만 윤 후보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와 그 격차가 좁혀진 것일 뿐 역전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일화 무산의 악재가 선반영된 것이 현재의 윤석열 박빙우세라는 얘기입니다. 윤석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2%포인트에서 최소 0.5%포인트 이상 이기는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다. 단일화에 대한 효과도 없고, 안철수 후보의 고집과 아집이 드러난 것도 그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선거는 거의 끝난 게임이다. 우리가 이길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야권 후보 단일화는 사실상 막을 내린 것 같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직진성향’과 단일화의 미미한 효과 때문에 이제는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선거 막판 이재명 후보가 거세게 치고 올라와 지지율 역전이 되거나 윤 후보가 위태롭다고 느낄 경우 국민의힘은 마지막 히든카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안철수 집 들이닥치기’입니다. 지난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선거 전날 밤 정몽준 후보 자택을 찾아가 단일화 재론을 요구했지만 문전박대당한 적이 있습니다. 윤 후보도 단일화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들고 안 후보의 집을 직접 찾아가는 ‘그림’을 연출하는 것입니다. 앞서의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캠프 내부적으로 단일화는 사실상 끝났다고 본다. 하지만 막판에 안철수 후보 집을 윤 후보가 직접 찾아가는 것은 한 번 남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윤 후보의 단일화 무산 설명 기자회견을 두고 ‘자신의 퇴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 후보에게 단일화 파기의 모든 책임이 있으니 윤 후보가 지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얘기입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이에 대해 “나중에 실패했을 때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오는 것을 방어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짐작이 갔다. 속된 말로 떠넘기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27일 기자회견은 윤석열 후보의 ‘대국민 (대권) 재수 선언’일 수도 있습니다. ‘윤핵관’들은 대선에서 자신들이 분명히 승리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지만, 만에 하나 지더라도 ‘안철수 책임론’을 들고 나와 윤석열을 다시 내세워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안철수 후보는 불현듯 윤 후보와의 단일화 실무합의를 걷어차 버린 것일까요. 여기에는 3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먼저 안철수 후보의 개인적 정치 스타일입니다. 안 후보는 누구보다도 ‘내가 주인공’이라는 자의식이 강한 정치인입니다. 제3정당의 안착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그 이면에는 여야 거대정당에 들어가 머슴 노릇하는 것보다 자신이 초가집이라도 주인행세를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늘 해왔습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안 후보가 공동정부안에 합의하고 국민의힘에 ‘흡수’되는 순간, 그가 그동안 쌓아온 제3정당 당수 꿈은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국민의당에서 자신 마음대로 하다가 갑자기 국민의힘에 들어가게 되면 윤석열 후보부터 시작해서 중진, 윤핵관, 이준석 대표 등 층층시하가 된다. 안 후보는 이런 수직체계의 조직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진 정치인이다. 그가 삼성에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안랩이라는 벤처로 자수성가를 한 것이 그런 ‘독립군’ 스타일을 잘 말해준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다 이번에도 중도 사퇴를 하게 되면 ‘또철수’의 이미지가 완전히 굳어지게 되는 정치적 부담도 큽니다. 

또 다른 합의안 거부 이유는 부인 김미경 씨 막후개입설입니다. 앞서의 윤석열 캠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렵게 단일화 합의를 이룬 상태였는데 갑자기 안 후보가 거절한 배경이 너무 석연치 않다. 캠프에서는 안 후보가 말 못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정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원인제공자가 김미경 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씨는 평소 안 후보의 일정에 동행하며 정치적 조언도 하는 등 영향력을 미쳐온 것으로 안다. 안 후보가 국민의힘과 합당할 경우 이리저리 내몰리며 곤궁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을 염려해 김씨가 막판에 합의안을 거절하도록 했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수가 고향인 김미경 씨가 민주당 내 호남연고 정치인들과 직간접적인 교류를 해왔고 이런 ‘친분’이 안 후보의 단일화를 막는 강한 기제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 후보의 막판 단일화 ‘몽니’에 대해 보수층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윤석열-이재명 사이에서 이중거래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안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에는 관심이 없었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서 일종의 ‘캐스팅보트’ 역할로 제3정당의 활로를 계속 모색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민주당과 정치개혁안을 매개로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는 안 후보가 윤 후보와 단일화만 하지 않는 것도 자신의 득표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줄곧 통합과 정치개혁을 미끼로 안철수 후보를 ‘관리’해왔습니다. 이런 이재명 후보의 필요성을 안 후보도 잘 알기에 TV토론회 때 민주당이 의총이라도 해서 다당제를 실현하는 정치개혁안을 구체적으로 진행해보라고 이재명 후보에게 요구했고 이 후보도 의총을 통해 다당제 개혁안 당론채택으로 화답했습니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단일화를 통해 국민의힘과 합당해 그 피 터지는 정글에서 대선후보가 되느냐, 아니면 여야의 러브콜을 모두 받으며 최대한 몸값을 높인 뒤 대선 후 제3세력 대표 주자로 남아서 대권도전을 계속 엿보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안 후보로서는 사실상 후자를 택한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자신이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이재명 후보에게 큰 정치적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대선에서 이 후보가 승리한다면 민주당의 정치개혁안 최대 수혜자로 우뚝 설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안 후보가 완주한다는 것은 곧 이재명 후보와의 연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민주당이 이긴다면 안 후보에게 정치개혁안을 즉각 선물할 것이고 안 후보로서도 국민의힘에서 미래가 없는 고난의 대권 길을 가느니 다당제의 보호 아래 정치생명을 더 길게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일주일여 남은 대선에서 여야 후보의 지지율이 똑같은 경우도 있을 만큼 이번 선거는 역대급 초박빙 승부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단일화 없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재명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완주한다면 이길 수 있다는 또 다른 희망으로 마지막 선거전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들 거대공룡 사이에서 안철수 후보는 5% 남짓한 지지율로 절체절명의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누가 이기든 간에 패자는 ‘안철수 때문에 졌다’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안철수만의 ‘새정치’로 당당하게 승부하지 않고 선거 때마다 단일화를 미끼로 요리조리 살아남을 궁리만 해온 간보기 정치의 결과입니다. 

현재 나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이번 대선은 1~3%포인트의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 후보가 ‘묵시적으로’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1~3%포인트의 초박빙 승부 무게추도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것입니다. 안 후보는 불살라버린 단일화의 다리를 다시 복구해 보수야당으로 전향하느냐, 아니면 완주를 통해 가늘게 길게 살아가느냐 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코로나 시대 탈출과 선진국 진입 준비라는 대선의 시대정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선거 때마다 단일화로 연명해온 안철수 정치의 한계이자 수치입니다. 

 

(3월 1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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