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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복잡한 셈법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2. 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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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3월 9일 대통령선거 공식선거운동의 막이 올랐습니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22일 동안 피 말리는 선거전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대선은 여야 모두에게 절체절명의 생존게임이 될 전망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만신창이가 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마저 진다면 사실상 공중분해의 길로 들어설 것입니다. 적폐청산을 주도했던 민주당 진보집권세력이 패배한다면 또 다른 적폐로 몰려 ‘멸문지화’를 당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여야 모두 존폐의 외나무다리에서 상대를 반드시 거꾸러뜨려야만 ‘압살의 강’을 무사히 건널 수 있습니다. 

이번 대통령선거의 변수는 여러 가지가 꼽힙니다. 김건희 김혜경 두 부인의 리스크는 수사기관의 조사로 가려지게 됐지만 선거운동기간 동안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기를 꺼리는 검찰과 경찰 공히 이 기간 동안 파격적인 조사결과를 내놓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국정운영 능력과 리더십 부재,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등 비리의혹 모두 몇 달 동안의 여야 공방을 통해 이미 지지율에 반영된 측면이 있습니다. 어느 한 변수라도 치명적이었다면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고도 현재와 같은 박빙의 지지율 경합현상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는 곧 그동안 대선을 지배했던 보수-진보의 진영논리가 후보 개인의 도덕성, 비리, 능력 등에 관한 의문부호를 ‘우리편’ 묻지마 결집으로 바꿔놓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박빙승부를 결정지을 마지막 단 하나의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바로 후보 단일화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 13일 윤석열 후보에게 야권 단일화를 전격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1997년 DJP 단일화 선언은 대선 46일 전 있었지만 거의 1년 반 전쯤부터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서로 ‘통합’의 자락을 깔고 있었습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대선 33일 전 양측이 단일화 방식에 전격 합의했습니다.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지난한 단일화 협상을 거쳐 안 후보가 사퇴 형식으로 문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만들어 준 시점이 대선 27일 전이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 대선은 안철수 후보가 대선을 불과 24일 남겨두고 그동안의 완주 의사를 뒤집고 단일화를 제안만 해놓은 상태입니다. 역대 단일화 사례를 볼 때 가장 늦은 시점입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후보 단일화에 나섰던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사실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별의 순간’은 그의 지지율이 20%에 육박하던 지난 1월 중순에 찾아왔습니다. 정확하게는 1월 10~15일 사이에 지지율이 17%로 최고정점을 찍었습니다. 그 이후는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10% 안팎의 기존 지지율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윤석열 후보는 후보 개인 자질 논란, 배우자 김건희 씨 논란,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등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때 안 후보는 상대가 단일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극대화해서 정면승부로 담판을 지었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하게 보이던 윤석열 후보가 단일화 제안으로 더 허둥대는 모습을 노정하면 안철수 대안론이 급부상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천금같은 2~3주간의 시간에 안 후보는 “시중에 떠도는 말”이라며 ‘안일화’(안철수로 단일화)로 자화자찬을 하는 엉뚱한 행보를 보였고 윤 후보는 혼란을 수습하며 점차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생뚱맞게 대선 24일을 앞두고 다시 단일화 불씨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이마저도 진정성이 그리 엿보이지 않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안정감을 찾으며 야권의 확실한 대표주자로 떠오르며 대선구도가 ‘2강 1중’으로 고착되자 명분 없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패배가 기정사실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기 위해 꺼내든 고육지책이 바로 단일화였던 것입니다. 여기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작용했습니다.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는 양강 후보에게 밀리지만, 단일화를 가정할 경우 조사에선 이재명 후보에게 맞서 윤석열 후보보다 더욱 크게 격차를 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결과에 ‘혹’해서 여론조사만으로 단일화 방식을 한정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이런 제안은 전략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방식은 윤석열 후보 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카드입니다.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에 3~4배나 앞서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단일화 여론조사에서는 예측불허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윤 후보가 그런 위험을 굳이 무릅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대선 완주의 뜻을 굳히고 단일화 무산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제적으로 윤 후보가 받을 수 없는 방식의 단일화 카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 후보 측은 ‘단일화 제안 이후 2~3일 지나도 윤석열 후보가 답이 없으면 단일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며 거센 압박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일화 전술’도 윤 후보가 느긋하게 반응하는 것에 비하면 혼자 발표하고 혼자 애달파하는 조급함과 미숙함이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 순순히 안 후보의 제안을 받아줄 리가 없습니다. 먼저 윤석열 후보 앞에 놓인 단일화 경우의 수 4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단독출마 승리와 단일화 후 통합후보로 승리, 또는 단독출마 패배와 단일화 후 통합후보로 패배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이 4가지 중에 윤 후보로서는 단독출마 승리가 최상의 결과입니다. 사상최악의 여소야대 국면이긴 하지만 윤석열 후보에게 힘이 제대로 실릴 수 있습니다. 단일화 후 승리도 나쁘지 않습니다. 권력지분을 나눠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탄핵 이후 국민의힘이 수권세력으로 인정받고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차선책입니다. 

하지만 패배하는 경우는 따져볼 게 많습니다. 먼저 윤 후보가 단일화를 해서 질 경우 그 책임은 오롯이 ‘윤석열’에게 씌워질 것입니다. 천운을 놓친 윤 후보로서는 정치적 재기를 할 기회가 사실상 사라지게 되고 국민의힘도 공중분해 수준의 직격탄을 맞을 것입니다. 또 다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간 뒤 홍준표 의원의 움직임에 따라 당의 권력구도도 재편될 것입니다. 단일화 후 패배는 윤석열 후보에게는 최악의 결과인 것입니다. 이런 분석은 윤 후보가 ‘차차기’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을 가능케 합니다. 

마지막 경우의 수인 단일화를 하지 않고 4자 구도에서 질 경우 윤 후보에게 패배의 책임을 모두 전가할 명분이 약합니다. 오히려 단일화를 거부하고 보수세력을 궤멸로 이끈 안철수 후보에게 평생 ‘공공의 적’ 낙인이 찍힐 것입니다. 국민의힘에서 ‘제2의 이인제가 되지 말라’고 안 후보를 압박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38.74%를 얻어 1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40.27%에 불과 1.53% 포인트(39만 557표) 차로 석패했다. 당시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는 19.20%를 얻어 이회창 패배의 1등 공신이 되었다).

 

단일화 실패 뒤 4자 구도에서 윤 후보가 ‘석패’하게 된다면 그에게 차기 도전의 기회가 주어질 명분이 생깁니다. 사법고시 ‘9수’를 한 윤 후보의 이력을 볼 때 대권 ‘재수’는 무한도전 축에도 끼지 못할 것입니다. 윤 후보가 마음만 먹으면 차차기에 다시 도전해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 후보 입장에서는 지더라도 단일화를 하지 않고 패배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현재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윤 후보가 패배를 예상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그의 머릿속에는 ‘이인제 효과’가 깊이 각인돼 있을 것입니다. 이인제 후보 출마로 대선전쟁에서 석패했다고 믿었던 당시 한나라당 분위기는 이회창 후보에게 ‘재수’의 명분을 열어주었습니다. 

 특히 윤 후보를 부추겼던 ‘윤핵관’들이 과거의 ‘이회창 재수 모델’을 더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윤핵관들은 안철수 후보 완주로 단일화가 깨져 윤석열 후보가 석패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과거의 이회창 재기론을 내세워 국면을 돌파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는 곧 윤 후보가 그동안 당내에 구축해놓은 ‘윤핵관’ 세력이 당장 무너질 가능성이 높지 않음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로 대변되는 당내 쇄신파 그룹은 윤핵관에 맞섰지만 김 전 위원장의 퇴진과 함께 대거 정리됐습니다. 홍준표 의원이 당을 장악한다 하더라도 ‘윤핵관’들이 윤석열을 중심으로 저항할 경우 당은 또 다시 지난 경선 때처럼 ‘윤핵관’과 홍준표 세력 간의 권력투쟁 모드로 접어들 것입니다. 이런 당내 권력역학구도 관점에서 본다면 윤 후보는 지더라도 단일화를 하지 않고 4자 구도에서 패배해야 미래를 도모하기 더 용이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사실 ‘윤핵관’으로 대변되는 당내 기득권세력의 근거 없는 자신감과 오만함은 단일화의 걸림돌이기도 합니다.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중진의원들은 “고작 3석의 안철수와 권력을 나누느니 차라리 지고 말지”라는 배짱과 오만함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승자 독식주의에 익숙해진 보수 세력의 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끝까지 사퇴하지 않고 완주를 한 것도 ‘권력은 나눌 수 없다’는 이회창 세력의 기고만장한 술수에 본때를 보여주려고 한 오기의 행보였습니다. 이준석 대표도 단일화의 걸림돌입니다. 단일화가 이뤄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전격 합당하는 시나리오도 예상됩니다. 그 결과로 윤 후보가 승리할 경우 국민의힘 대권경쟁은 홍준표-이준석-안철수의 3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대표가 노원구 ‘원수지간’에다 잠재적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순순히 용인할 리가 없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3당 합당’을 발판으로 스스로 호랑이굴에 들어가 권력을 쟁취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도 ‘3당 합당’에 준하는 결단력과 권력의지를 이번 단일화 전쟁에서 보여줘야 합니다. 대선을 완주하기 위해 국민의힘이 받아들일 수 없는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선제적으로 요구해 국민 평가를 받겠다는 주장은 위선적인 페인트모션에 불과합니다. 단일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한줌의 권력도 더 이양 받으려는 ‘꼼수’로도 비쳐집니다.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굴욕과 견제를 이겨내고 떳떳하게 호랑이굴로 들어가 사생결단으로 싸워 이겨야 합니다. 이런 결기가 확고하다면 단일화 조건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22일 남은 대선정국의 최대 변수인 단일화. 안철수 후보에게는 마지막 기회로, 윤석열 후보에게는 마지막 쐐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요. 단지 보수 세력의 대선 승리를 위한 정치공학적 수단으로 비쳐진다면 단일화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결이 다른 정치세력이 연대해서 보다 나은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려는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단일화는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입니다. 야권의 단일화 놀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대응전략이 궁금해집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단일화 협상 뒤 사퇴했던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 유세를 했지만 극히 제한적이었고 그 시너지효과는 미미했다. 그것이 문 후보의 패배에도 일조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2월 15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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