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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단일화 도박’은 성공할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2. 2. 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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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0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안 후보가 단일화의 다리를 불살라버림으로써 대선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단일화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한 안 후보의 또 다른 ‘으름장 전술’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안 후보의 ‘고집’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제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는 시각을 던지고 있습니다. 보수층에서는 ‘다 잡은 고기를 놓친다’며 안달복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마치 싸움판에 나온 ‘선수’들이 담력테스트를 하는 것 같습니다. 누구의 ‘깡’이 더 센가 한번 끝까지 가보자는 ‘깡다구 충만’이 여전히 윤석열 캠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도 이긴다’는 자만은 오만을 넘어 심각한 민의 무시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간 큰 도박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단일화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안철수 후보가 완주하는 4자구도에서도 윤 후보 측은 ‘신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추이입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1월 중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습니다. 안 후보가 자신이 ‘윤 후보 대안’임을 강력하게 어필하지 못한 채 또 다시 ‘간보기’에만 골몰한 결과입니다. 한때 20%에 육박하던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불과 한달여 만에 5%대에 수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캐스팅보트’의 힘을 사실상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윤 후보 측은 안 후보가 완주하더라도 ‘사표’를 우려한 중도층들이 결국은 윤 후보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캠프 분위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한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애초에 그리 비중 있는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온갖 변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일관되게 35%대 이상을 유지하며 버텨주었기 때문에 그것이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반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업다운 편차가 심하다. 고정 지지층이 없는데다 안 후보도 자신의 독자적인 역량을 강조하기보다 정치적 상황에 원칙 없이 오락가락한 결과다. 오히려 단일화 파기 선언이 윤 후보에게 호재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보수층 여기저기에서 곡소리가 나오는데도 윤 캠프 일각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긍정적 시그널이 나오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한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윤 후보 측은 단일화 파기에 따른 위기감이 오히려 보수층의 강한 결집을 불러올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실제로 지난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후보가 대선 투표 직전에 단일화 파기를 선언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진보진영이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전화돌리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기적적인 막판 결집을 이뤄내 노무현 후보가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 이번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파기 선언 뒤 보수층에서는 ‘이러다 다 망한다’는 위기의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 윤 후보 측이 단일화 파기를 보수층이 강하게 결집하는 지렛대로 역이용하려는 것 같다. 위기의식을 극대화시켜 안철수 후보를 완전히 주저앉히고 보수층은 대대적인 투표참여운동을 전개해 4자구도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전략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변수가 있습니다. 지난 2002년 대선의 경우 투표일 전날 밤에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 파기를 선언한 정몽준 후보 자택을 방문해 ‘문전박대’를 당하는 등의 위기감을 극대화시키는 장면이 큰 효과를 본 측면이 있습니다. 여기에다 억울하게 단일화 파기를 ‘당했던’ 노 후보에 대한 동정심도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의 파기 선언은 선거를 2주일 정도 남겨 논 상황인데다 막판 윤석열-안철수 담판의 ‘여지’도 남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수진영의 위기의식이 극대화되지 못하고, ‘잘 되겠지’ 하는 느슨한 기대감이 잔존해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어정쩡한 상태로 이어지다가 대선 투표일이 닥치게 되면 보수진영의 초강력 결집을 이뤄낼 만한 동기부여도 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2002년 진보진영의 기적에 가까운 결집을 이번 대선에서 보수층이 ‘재현’해낼 수 없다면 윤석열 후보도 4자구도에서 패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돌발변수도 있습니다. 바로 안철수 후보가 선거를 며칠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사퇴를 하는 것입니다. 선거 완주를 줄기차게 외쳐온 안 후보의 성향 상 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안 후보가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세력의 조롱과 멸시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불뚝 성질’을 내지를 경우 이는 정몽준 단일화 파기 선언만큼이나 극적인 효과를 줄 것입니다.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결집하는 것보다 갈 곳을 정하지 못하는 중도층이 이재명-안철수 통합효과에 따른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기대하며 이재명 후보에게로 쏠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돌발변수 때문에 윤석열 후보 측도 안철수 돌발변수에 대한 ‘안정적 관리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남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안철수 후보에 대한 안정적 관리 전략을 모르는 바가 아닌데 왜 저렇게 감정적 배설을 하며 안 후보를 억지로 국민의힘과 떼놓으려 하는 것일까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이준석 대표가 20일 “국민의당 유세차·버스 운전하는 분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를 써놓고 가나”라며 안 후보를 정면으로 도발한 것이 단일화 국면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단일화 파기를 선언한 결정적 동기에 대해 이준석 대표가 ‘상중’에 있는 그를 조롱하고 멸시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단일화 제안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작심하고 결정적인 ‘파기 명분’을 안 후보에게 던졌고 안 후보도 그간의 ‘물밑 협상’을 뒤엎고 제 갈 길을 가게 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여기에다 ‘총리 줄 테니 백기 들어라’ ‘경기도지사는 어떠냐’는 식의 모멸적인 언론플레이도 횡행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대표가 억지로 안 후보 등을 떠밀어 국민의힘 문밖으로 내쫓은 이유는 그의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이 있습니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이뤄져 안 후보가 합당을 통해 국민의힘에 들어온다면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전 새로운 통합지도부를 출범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평소 선거 승리를 전제로 ‘대선은 윤석열, 지선은 이준석’이라는 어찌보면 당 대표로서 당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 후보가 입당해 ‘안철수 대표 체제’가 되면 이준석 대표는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이 됩니다. 안 후보와의 합당 과정에서 윤 후보가 일정한 ‘지원’마저 약속한다면 국민의힘은 올해 지방선거를 안철수 ‘대표’ 체제로 치를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윤핵관’들이 지속적으로 이준석 대표를 견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철수 후보와 이 대표를 경쟁시켜 차차기 대선 구도를 관리해나가는 게 윤 후보로서는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는 물리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양 진영이 서로 치킨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안 돼도 너를 주저앉힐 수는 있다’는 모 아니면 도식의 도박정치가 판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캠프에서는 ‘이번 기회에 안철수를 완전히 주저앉히자’라는 강경 분위기가 더 우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 후보가 별다른 수를 내지 않아도 안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 한달 사이에 완전히 무너져 5%대 선을 맴돌고 있습니다. 안 후보가 대선 직전까지 의미 있는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하면 제 풀에 주저앉아 자진사퇴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 후보 주변의 기득권 세력들은 단일화보다 단독집권의 탐욕에 더 빠져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윤핵관 기득권들은 사실 이번 대선에서 져도 크게 상관이 없는 세력들이다. 어차피 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완전히 무너졌고 그 이후의 권력공백을 이준석과 윤석열이 오롯이 메우기가 힘들다. 이렇게 당에 오너십이 없는 상태에서 윤석열이라는 로또를 발견했고 그냥 베팅을 해보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탄핵 이후 정당으로서의 자정 쇄신 기능을 상실했고 지금은 윤석열 후보를 매개로 한 일종의 이익집단으로 변질됐다. ‘윤석열만 되면 지금보다 낫겠지’ 하는 정도로 생각하지 당의 미래와 비전을 위해 고민하지 않는다. 이렇게 ‘져도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논리가 지배하다 보니 대선에서 정책과 비전이 실종되었다. 오로지 윤석열 로또 당첨만 바라는데 정책대결을 중요하게 여기겠는가. 정치신인인 윤석열 후보도 대선후보로서 비전과 정책에 관심을 두지 않고 윤핵관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기 때문에 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8~19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43.7%,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42.2%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이 후보는 같은 기관의 1주일 전 조사에 비해 지지율이 3.3%포인트 올랐고, 윤 후보는 1.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5%포인트로 오차범위(±3.1%포인트) 이내였으나 순위는 바뀌었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후보가 ‘믿는 구석’이 바로 여론조사였는데 이마저도 일부 조사는 뒤집히고 있는 것입니다. 단일화 실패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민심은 ‘윤석열 단독정권 수립’에 대한 불안감을 여론조사를 통해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간의 단일화 대응을 보면, 윤석열 후보 측은 ‘단일화가 안 되는 게 대선 승리 후에도 더 낫다’는 오만함으로 뭉쳐 있는 것 같습니다. 강자가 약자에게 권력을 떼 준다는 ‘시혜성’으로 단일화를 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권력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위임받은 권력은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나누는’ 것입니다. 그것이 상생이고 통합의 정치입니다. 안철수 아니라 그보다 더 못한 세력과도 나누고 협력해야 그나마 집권하더라도 180석 야당과 맞설 최소한의 명분이 생깁니다. 정치를 담력싸움으로만 생각하는 세력이 집권하면 3월 10일부터 또 다시 무한 아귀다툼이 시작될 것입니다. 

 

(2월 22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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