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국민의힘 경선, 대선후보 누가 될까? 본문

정치

국민의힘 경선, 대선후보 누가 될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10. 30. 21:09







728x90
반응형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구도가 출렁거리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판도를 예측할 때 가장 핵심적인 변수는 바로 ‘윤석열’입니다. ‘반문의 기수’를 자임하며 정치에 입문한 윤 전 총장이 대권도전 4개월 만에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된다면 그 자체로 천지가 개벽하는 것입니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의 대세론이 먹힐지, 아니면 4개월 만에 드러난 밑천으로 낙마할지, 정치사상 유례없는 ‘윤석열 실험’이 이번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정치 전문가들이 이번 대선후보 경선 정국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 중의 하나는 ‘윤석열 병풍 세우기’ 효과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여의도 문법’이 있습니다. 바로 세 과시입니다. 지난 1987년 대선 정국에서 야권후보였던 김영삼 김대중은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여의도나 보라매공원 등지에서 대규모 군중동원 연설을 했습니다. ‘백만’ 군중이 운집했다는 기사를 예사로 보던 시절이었습니다. 실제로 세어 보면 천문학적인 숫자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냥 백만으로 뭉뚱그려 발표해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곤 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독재반대 천만 명 서명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참모들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백만 명으로 줄이자고 하자 ‘그거 누가 세리 보나?’라고 태연하게 반문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여의도 정치의 전설로 전해내려 옵니다. 

이런 ‘구태정치’를 요즘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입니다.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것처럼 보이자 윤석열 캠프가 가장 먼저 빼든 칼이 바로 ‘윤석열 병풍’입니다. 이제 정치 입문 넉 달 밖에 안 된 윤 전 총장이, 과거에 한때 유행했던 ‘동원정치’를 인공위성을 우리 손으로 직접 쏘는 시대에 버젓이 행하는 게 놀랍습니다. 과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오갈 데 없는 민정계, 권력핵심에서 밀려난 민주계, 오로지 집권만 바라보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아부를 하던 중진들을 대선이 다가오면서 하나둘씩 ‘이회창 병풍’으로 세웠습니다. 결과는 뻔했습니다. 정치노선이 죽이든 밥이든 일단 그냥 한 곳에 넣고 끓이면 배고픈 사람들이 먹을 것이라는 배짱 정치가 통할지 궁금해집니다. 

윤 전 총장이 이렇게 동원정치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최종 승리를 한다면 보수야당에게는 더 이상 미래나 희망이 없습니다. 윤 전 총장이 운 좋게 ‘병풍 효과’로 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는 있어도 이러한 전략과 마인드로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민심은 언제나, 힘들어도 바른 길을 가는 정치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지역주의 청산을 외치며 종로에서 ‘사지’ 부산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던 노무현의 소신과 원칙이 결국은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36세 이준석 대표는 ‘나홀로’ 전국을 휘젓고, SNS로 대중과 소통하며 제1야당의 수장이 되었습니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고 그 변화를 추동하는 민심은 언제나 그렇듯 정치를 ‘정도’로 이끌고 갑니다. 

 

(사진=연합뉴스)


윤 전 총장의 지도자 자질도 이번 경선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됩니다. ‘전두환 발언’이나 개 사과 사진 등의 황당한 실수는 결코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닙니다. 대선후보의 역사인식이나 인성은 그 자체로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체입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중도층들이 윤 전 총장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 그것이 여론조사 지표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최근 잇단 실언 실책으로 윤 전 총장은 대선후보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뼈아픈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런 치명적인 단점에서 그가 대선후보로 당선된다면 이는 보수진영의 ‘묻지마 정권교체’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는 ‘당심’으로 윤석열을 고립시키는 자충수가 될 것이며 대선에서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변수’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 국민의힘 당원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최적 경쟁자로 누구를 밀어 올릴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자체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누가 이재명 후보와 맞섰을 때 비교우위를 보이는지 가려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여론조사회사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5~26일 전국 성인남녀 2035명을 상대로 ‘국민의힘 후보 경쟁력’을 4지선다 방식으로 물은 결과 홍준표 38.2%, 윤석열 33.1%, 유승민 10.9%, 원희룡 4.1%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여론조사는 ‘귀하께서는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맞설 국민의힘 후보로 다음 중 어느 후보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고, 후보들의 이름을 돌아가면서 불러주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보면 윤 전 총장이 홍 의원을 20%포인트 가량 앞서 있지만 ‘민심’에서는 홍 의원을 더 믿음직한 후보로 여기고 있습니다. 홍 의원이 이렇게 윤 전 총장을 앞서고 있는 것은, 그동안 몇 차례의 TV토론회를 통해 윤 전 총장의 국정전반에 대한 이해도 부족이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며 쌓은 행정가로서의 높은 정책 이해능력과 리더로서의 추진력 등이 최고 강점으로 꼽힙니다. 어떤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해결능력과 축적된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윤 전 총장이 이재명 후보와 국가주요정책과 사회갈등 이슈 등을 두고 TV토론을 한다고 할 때, 과연 출중한 토론가 이재명 후보를 제압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윤 전 총장이 대장동 이슈 등을 가지고 이재명 후보를 공격한다고 해도 이 후보가 기본소득제 등의 복잡한 경제민생 이슈로 프레임을 전환해서 대응할 경우 윤 전 총장이 그 난해한 토론을 어떻게 주도해나갈지도 의문입니다. 공정과 정의만 가지고 토론회를 이끌 수는 없습니다. 복잡다단한 경제 외교 국방 등의 정책에 대한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토론이 거듭될수록 윤 전 총장의 한계가 드러날 수 있습니다. 이는 ‘지도자의 신뢰성’을 중요시하는 중도층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경선 막판 돌발변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후보단일화 선언입니다. 최근에는 유승민 전 의원이 ‘국무총리 자리’를 전제로 홍준표 의원과의 단일화 설이 나돌았지만 유 전 의원이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흐지부지되는 모양새입니다. 단일화의 생명은 극적효과인데 경선 전에 동네방네 소문이 다 나면서 그 파괴력과 가능성이 급격하게 소멸하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당원들의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하면서 3~4위 후보를 거세게 압박하거나, 현실적으로 1위를 기대하기 어려운 주자들이 단일화로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실리를 택할 경우 막판 깜짝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후보들이 대선이라는 큰 판에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서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책임정치를 하는 것이 가장 실리적인 선택일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전통적으로 당내 선거에서 조직이 승부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당대표 선거에서 36세 이준석의 거센 바람이 ‘조직’을 여지없이 몰아내버렸습니다. 비주류의 상징인 홍준표 의원이나 유승민 원희룡 등의 소장그룹이 기적적으로 후보가 된다면 그 자체로 국민의힘은 ‘초기화’ 됩니다. 기득권 세력들에게 빚진 것이 없는 후보는 당의 권력구도를 완전히 새롭게 리셋할 수 있습니다. 대선본선에서 패배하더라도 그라운드제로에서 다시 태어나는 새로운 보수정당의 희망을 기약해볼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경선에서 완전히 불판을 갈아엎어야 대선에서도 희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후보로 선출되면 권력의 단물만 빨다가 변방으로 밀려났던 구태 기득권 세력들이 다시 당을 장악하려 할 것입니다.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병풍을 세웠던 정치인들을 윤 전 총장이 챙겨줘야 한다면 그 자체로 국민의힘은 기득권 연장세력이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웰빙당 꼰대당이라는 이미지로 점철된 보수야당이 ‘병풍’으로 국민들의 선택을 강요하는 구태 후보를 억지로 밀어올린다면, 대선본선에서 중도층을 제대로 소구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후보 경선에서 ‘우직지계’(迂直之計:가까운 길을 곧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손자 군쟁편의 한 병법)의 지혜를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10월 30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