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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야당 미래 20년 걸린 국민의힘 경선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11. 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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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뒤에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하는 후보자 4인(왼쪽부터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의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주 최고의 관심사는 5일 발표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결과입니다. 선거 개시 2일 차에 당원 투표 참여율이 50%를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새로 쓰는 역대급 흥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투표율이 18.7%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전벽해의 ‘급변’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경선에서 최종 당원 투표율이 70%를 넘는다면 70.8%를 기록했던 지난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경선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가 될 전망입니다. 

지난 2007년 이명박-박근혜 대선후보 경선은 여야 통틀어 가장 치열했던 ‘예선’으로 손꼽힙니다. 최종적으로 이명박 후보가 49.6%를 얻어 48.1%의 박근혜 후보를 1.5% 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신승했습니다. 당시 상황은 당내 지지도에서 박근혜 후보가 앞섰고, 이명박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 때의 주목받는 정책으로 일반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안정적인 당내 기반을 가진 박근혜 후보와 여론조사로 압박하며 세몰이 전략을 펼친 이명박 후보의 초 접전 경선은 결국 ‘여론’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나고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2007년의 치열했던 경선에 비견되는 박빙의 대선후보 경선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경선 투표율이 이례적으로 높은 현상에 대해 제1야당의 정권교체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다는 쪽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 모두 “그만큼 우리 당원들의 정권교체 열망이 크다는 것”이라며 정권교체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응답 비율이 정권재창출 의견보다 20% 이상 높게 나오고 있는 것도 국민의힘 경선을 주목하는 배경이 됩니다. 이처럼 국민의힘 경선결과가 곧 정권교체의 지름길이 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국민의힘 경선에서 간과되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필자는 경선 투표에 임하는 국민의힘 당원들의 분위기를 한번 들어보았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을 지지하는 그룹은 대체로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지율 1위를 견인한 유력주자를 내세워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강한 열망이 반영된 것입니다. 하지만 홍준표 의원을 지지하는 그룹은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이번 경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당의 개혁과 쇄신도 이번 경선에서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운데)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관권선거 중단과 이재명 대장동 비리 특검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 당료생활을 했고 청와대와 행정부 경험을 두루 갖춘 당원 A씨는 이번 경선을 조금은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는 “아직까지 당내에서 실시한 당원 여론조사가 공개된 적은 없다. 내가 알기로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두 사람 정도가 당에서 올라온 ‘당심’ 여론조사 결과를 이미 살펴본 것으로 안다. 일부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6대2 정도로 우세하다는 소문도 나오는 모양인데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홍준표 의원이 승리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A씨는 “이번 경선에서 조직이 작동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제하면서 “당원 57만 명 중에서 70% 투표율이라고 하면 약 45만명이 선택을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규모가 큰 선거인단을 조직이 좌지우지할 수 있겠는가. 대선후보가 경선 내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5000명이 안 된다. 조직 다 동원해봐야 3만명 정도 된다. 그 10배가 넘는 숨겨진 표심은 일반 여론조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나도 당원이지만, 여러 곳에서 지지요청 문자가 들어오고 전화도 오고 그렇다. 하지만 그 사람들 이야기 듣고 찍지 않는다. 당원들 생각이 대체로 그렇다. 이번 경선에서 깜짝 놀랄 결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사실 A씨를 비롯한 전통적인 당원들은 지금까지 홍준표 의원을 그렇게 지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국민의힘의 한 전직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경선에서 나는 중립을 지키려고 한다. 사실 홍준표 의원은 정치인으로서는 낙제점에 가깝다. 그는 사람을 밀어내는 스타일이다. 만나본 사람마다 대부분 싫다고 한다. 자기 얘기만 하고 남 이야기는 잘 들어주지도 않는다. 포용과는 거리가 먼 정치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정치인’ 홍준표에 대한 국민의힘 평가는 대체로 냉혹하고 부정적입니다. 하지만 일부 당원들은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홍준표에 대한 정치적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앞서의 A씨는 “이번 대선후보 경선이 국민의힘의 개혁과 쇄신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이 정말 운이 좋다면 홍준표 의원이 대선후보가 돼야 한다. 그가 예뻐서가 아니라 이번이 당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번 경선과정에서 당원 A씨도 윤석열 캠프에 합류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끝내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대정신과 명분에 어긋났기 때문입니다. A씨는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이 당내 구태 정치인들을 싹싹 끌어모으는 것을 보고 굉장히 실망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당원들이 윤 전 총장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일부는 그 분위기를 못 이기고 지지대열에 합류했지만 그렇지 않은 당원들이 훨씬 많다. 내가 그곳에 들어가지 못해서가 아니다. 국민의힘이 그런 줄서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됐는데 이번에도 그런 구태정치를 대놓고 하더라. 이번 경선은 윤 전 총장에게 줄 선 구태 정치인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뒤늦게 합류한 일부 거물급 중진들은 쳐내기 정말 힘든 정치인들이다. 윤 전 총장이 경선에서 패배하게 되면 그들도 모두 같이 정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이번 기회에 당을 싹 바꿀 수 있게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을 방문해 청년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윤 전 총장이 경선에서 패배하게 되면 당은 엄청난 혼란이 올 것입니다.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정치인들 가운데 일부는 안철수 쪽으로, 일부는 저항하면서, 당이 큰 내분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쓰나미’는 이명박-박근혜 집권 이후 ‘고인물’이 돼 온 당을 완전히 새로 지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정치인들은 대부분 그동안 기득권을 누려온 인사들입니다. 윤 전 총장은 그들을 함부로 내칠 수 없습니다. 정치를 모르고 세력도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윤 전 총장이 집권한다면 급할 때 ‘모셔온’ 당내 구태 정치인들에게 둘러싸여 또 다시 당은 기득권세력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 

이와 달리 홍준표 의원이 후보가 되어 집권하게 되면 이번에 윤석열 캠프에 부랴부랴 줄 선 구태 정치인들을 대거 정리할 수 있습니다. 줄서기 구태정치를 일거에 해소할 명분이 생깁니다. 홍 의원이 구태 정치인이라는 반론이 있겠지만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일체의 기득권 세력 도움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라운드 제로’에서 당 체질개선과 인적쇄신을 할 수 있는 동력이 확보됩니다. 정치는 명분을 잡고 가는 세력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현상적으로 수적 우위에 있다고 해서 그것이 꼭 승리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의힘은 탄핵 이후 이렇다 할 쇄신도 하지 못하고 노쇠해져 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새로운 인물이긴 하지만 구태 정치인들을 대거 영입했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당의 쇄신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번 경선에서 당의 변화까지 추동해내는 인물이 대선후보가 된다면 그 자체로 대선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국민의힘 당원들 가운데 윤석열 전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인물로 대선에 임해야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면서 당의 쇄신도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 관행과 대세론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당원들도 많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당선된다면 20년 장기집권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결과도 보수야당의 20년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11월 4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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