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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을 살려야 이재명이 산다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10. 2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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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장동 사건 후유증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정감사를 무난하게 잘 돌파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위기이지만 이 지사는 좀처럼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지사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민주당의 ‘원팀’ 구성인데,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낙연 전 대표입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측과의 만남이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지면서 이 지사의 대권 로드맵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대장동 여파로 집권여당의 정권재창출도 안갯속으로 빠지고 있기 때문에 이 지사는 반드시 이 전 대표를 붙잡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주변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사실 이 지사가 ‘원팀’을 구성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이낙연 전 대표가 아닙니다. 대장동을 두고 양 갈래로 갈라진 민주당의 지지층입니다. 이 지사가 국감에 ‘출연’한 모습을 지켜보는 민주당 내 ‘이재명 지지층’들의 마음은 복잡 미묘했습니다. “이 지사가 국민의힘 책임론을 적극 주장하며 영리하게 잘 돌파했다”는 것이 대체적 반응이긴 합니다. 하지만 ‘수사권’이 없는 국회의원 질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지사가 ‘정치적으로’ 잘 대응한 것일 뿐 향후 검찰 수사과정에서 ‘법적인’ 증거가 드러날 경우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성남시장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전격 이뤄지면서 이 지사를 직격할 만한 증거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민주당의 ‘이재명 지지층’은 국감이 끝난 뒤 홀가분한 마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앞날을 더 걱정하는 기류가 지배적입니다. 특히 민주당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상최대의 ‘후보 리스크’를 안고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도덕성에서만큼은 보수진영 경쟁자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습니다. 흠결을 따지자면 ‘무능력’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부패’ 이명박 전 대통령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상 처음으로 보수진영 후보에 비견될 만한 ‘하자 있는’ 대선후보를 확정지었습니다. 민주당의 재집권을 바라는 열혈 지지층들은 여전히 이재명 지사에 대한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 한켠에는 걱정스러운 빛이 역력합니다. 

한 민주당 당원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대선을 치렀지만 민주당 지지층들은 그들의 후보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이재명 지사는 애증이 교차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으로 민심이 얼마나 험악해지고 있는지 몸으로 느낄 때가 많다. 부동산 폭등에 대출 어려움까지 민생과 직결되는 이슈가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들끼리는 적폐청산도 외치지 말라고 한다. 촛불도 꺼내지 말자고 한다. 지금 당원들 분위기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대선을 준비하자는 분위기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던 세력들은 여전히 이재명 지사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지난 14일 민주당 경선 결과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낙연 후보의 승복으로 민주당 경선이 끝났다”라고 하자 댓글로 항의하는 지지자도 보였습니다. 일부 강경지지자들은 소셜미디어에 조국 전 장관의 저서 ‘조국의 시간’을 불사르는 인증샷을 릴레이로 올리며 분노를 표시했습니다. 자신들이 친 이재명 지지자들로부터 ‘수박’(겉은 민주당이지만 속은 국민의힘에 이익이 되도록 말하고 행동하는 스파이나 변절자들을 일컫는 민주당원들의 은어)이라며 조롱을 당한 것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도 섞여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친 이재명 세력과 친 이낙연 세력의 화학적 결합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친 이재명계는 친 이낙연 계를 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악마’라고까지 부르며 경멸합니다. 친 이낙연 계는 이재명 지사와 같은 부도덕한 후보를 확정한 것은 민주당의 수치라며 물러설 뜻이 없습니다. 양측의 강성 지지층들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고,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한 세력 가운데 이재명 지사에게 투표를 할 의향이 있는 응답자가 14%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양측의 분열 정도를 말해줍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의 ‘급한 만남 요청’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도 바로 이러한 강성 이낙연 지지층의 눈치를 보는 측면이 강합니다. 이 전 대표 측은 지지자들이 법원에 제출한 민주당 경선 결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기까지 이 지사와의 만남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이 지사가 국감 후 이 전 대표에게 전화해 “어떤 역할이라도 맡겠다”는 사실을 일부 매체에 흘리며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 전 대표 측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양측의 통화 해프닝은 경선 종료 11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감정의 앙금이 강하게 남아 있음을 말해줍니다. 

이 전 대표의 ‘계파 챙기기’도 양측의 결합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전 대표가 결선투표까지 가서 아슬아슬하게 패배했다면 이 전 대표는 ‘공동정권수립’에 준하는 정치적 지분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이 지사가 경선에서 압도적인 과반수로 이겼다면 향후 정권수립 과정에서 ‘이낙연 계파’에 대한 지분은 거의 인정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과는 이 지사의 신승이었고, 이 전 대표가 무효표 논란을 양보하고 승복을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일정정도의 ‘정치적 지분’이 있습니다. 

특히 대장동 사건으로 이 지사가 경선에서 40% 가까이 득표한 이낙연 세력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아쉬운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이 전 대표도 정치적 지분을 더 요구할 명분이 생겼습니다. 현재 양측이 만남 시점을 놓고 샅바싸움을 벌이는 것도 집권 이후 정치적 지분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으로 비쳐집니다. 대장동 사건 돌파를 위해 이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한 이 지사로서는 그들에게 정치적 지분을 더 보장해주며 ‘원팀’으로 유인해낼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이 지사는 이낙연 전 대표와 완전한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야 발길 둘 곳 없는 중도층의 마음도 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됩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금까지 이 지사가 대장동 사건에 대해 ‘국민의힘 책임론’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그 책임을 피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와 반성의 시각도 나옵니다. 민주당은 지난 4.7 재보선 때 지금의 이재명식 정면대응을 핵심전략으로 삼았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개인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때리는 네거티브전략을 구사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양쪽 모두 참패였습니다. 4.7 재보선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이 지사도 대장동 사건의 ‘국민의힘 책임론’ 프레임에 대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치전문가들은 “야당이 더 썩었다는 식의 대응은 무능과 오만의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어 오히려 정권심판론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지사가 이낙연 전 대표와 실질적인 결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장동 사건 대응에 대해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 전 대표측은 경선과정에서 대장동 사건이 본선에서 터질 시한폭탄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전 대표가 이 지사 진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대장동 사건 비판에 대한 회군의 명분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자신이 비판한 후보 밑으로 들어가면서 대장동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바꿔 이 지사를 옹호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합리성과 명분을 최고의 정치 덕목으로 삼는 이낙연 전 대표에게 대장동 사건 비판의 출구를 어떻게 마련해주느냐가 양측 만남의 핵심열쇠가 될 것입니다. 이 지사가 이 전 대표를 진심으로 끌어안으려면 이낙연의 포용 리더십도 함께 끌어안아야 합니다. 이재명이 살기 위해서는 이낙연을 살려야 하는 것입니다. 

 

(10월 23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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