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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차별화’ 갈길 먼 이재명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10. 2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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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국정감사가 한창입니다. ‘이재명 국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된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야당의 어설픈 질의를 역이용해 국민의힘 책임론으로 프레임을 전환시키면서 대장동 사건을 위기에서 기회로 활용하는 노련한 정치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의 조폭 지폐 공개 소동은 현 야당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는 한심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지사가 완전히 대장동 늪에서 탈출한 것은 아닙니다. 이 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추락중이고 ‘원팀 구성’ 등 산적한 과제도 많습니다. 

특히 이 지사는 대장동 사건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여당 내 야당’ 후보의 이미지를 잃어버리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대장동 전선’을 사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이재명 지사의 대선 승부가 갈릴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대장동 사건은 역대 집권여당 후보들의 대선과 비교해보면 새로운 유형의 변수입니다. 집권여당 후보는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최대 과제입니다. 같은 진영이지만 다르게 보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여당의 후보로서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정권재창출을 이룬 케이스입니다. 

두 후보 모두 현직 대통령에 대한 ‘은혜’나 지원은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은 여당으로부터 ‘후단협’같은 핍박을 당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대선 내내 친이 세력을 배제한 채 김종인 전 의원 등을 전면에 내세워 선거를 치렀습니다. 이들은 집권여당 후보였지만 ‘정권재창출’을 이뤄낸 경우입니다. 당연히 두 전직 대통령은 집권여당에 대한 부채의식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는 역대 집권여당 대선후보와는 다른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 지사는 경선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대장동 사건이 조금만 일찍 터졌다면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을 것입니다. 이재명 지사를 둘러싼 여러 가지 개인적 인성문제나 도덕성 등은 몇 차례 선거를 거치면서 희석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사가 최대강점으로 내세우는 조직운영 능력과 관련된 대장동 사건이 터지자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장동 본선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선 막판 터진 3차 국민선거인단의 참패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민주당 지지층이 뒤늦게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에 회의를 느끼면서 이낙연 전 대표에게로 대거 분위기가 쏠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지사는 대선 후보 확정 직후 환하게 웃지 못했습니다. 컨벤션 효과는커녕 자신의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등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바로 이때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준 사람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경선 직후 곧바로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서 이 지사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이례적으로 빠른 입장 표명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의 표현까지 쓰면서 이 지사의 ‘정통성’을 확실히 인정해줬습니다. 

경선 직후 이낙연 전 대표가 중도사퇴 후보들의 무효표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며 경선승복을 거부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 지사의 승리를 축하해주며 경선논란에 대해 사실상 쐐기를 박았던 것입니다. 이 지사로서는 경선 불복 논란으로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지만 문 대통령이 논란을 일축하면서 상황은 빠르게 정리됐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은혜’를 입은 문 대통령의 의중을 거역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승복선언을 했습니다. 이 지사가 문 대통령에게 1차 빚을 진 것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정치 현안에 대해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며 철저하게 대선과 분리된 정무적 행보를 보였습니다. 중립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선 도중 터져 나온 대장동 사건은 달랐습니다. 대장동은 민심이반을 직격하는 초대형 이슈였습니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짤막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측은 ‘제 논에 물대기식’의 해석을 각자 내놓았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측은 “이재명 지사의 대장동 사건 대응 태도에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고, 이재명 지사측은 “청와대의 일반적인 언급”이라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장동 메시지를 본인이 직접 냈습니다.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하여,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재명 지사의 힘을 실어주려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먼저 문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의 적극 협력”을 강조하며 야권의 특검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고민정 의원). 대장동 사건의 핵심에 있는 이재명 지사가 특검을 회피한다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문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의 적극 협력’으로 수사를 마무리 지으라고 지시했다는 해석입니다. 이 지사에게는 힘이 되는 대통령의 ‘교통정리’인 셈입니다. 이는 이 지사가 문 대통령에게 진 2차 빚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신속하고 철저한 검경의 수사’를 주문한 것에 대해서는 ‘이 지사를 무조건 옹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대선후보 경선 후폭풍으로 이 지사의 당내 입지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이 지사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권력이 미래권력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대장동 사건만 아니었으면 이 지사는 문 대통령에게 기댈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컨벤션 효과도 확실하게 누리면서 문 대통령과의 면담도 자신의 주도로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으로 이 지사가 궁지에 몰리면서 문 대통령에게 SOS를 치는 형국이 됐습니다. 이는 그동안 이 지사가 쌓아온 ‘차기 권력’의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의 긴급처방입니다. 대장동 사건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이재명=문재인 한 몸’이라는 등식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이 지사가 대장동 늪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략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미래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지는 추세임에도 집권말기 역대 최고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변수입니다. 이 지사는 민주당 원팀 구성을 위해 문 대통령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김오수 검찰총장 체제를 구축한 문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대장동 수사도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이 지사가 문 대통령 눈치를 계속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집권여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대선승리는 난망해집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었던 건 경제민주화, 복지 등을 내세우며 본질적 정책의 전환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금 상황에서 차별화하기 굉장히 어려워졌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대장동 사건으로 청와대가 이 지사의 ‘구속’을 전제로 대선후보 플랜B를 구상중”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 지사는 180석 거대여당의 대선후보가 되었음에도 컨벤션 효과는커녕 후보자리 보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언감생심입니다.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이재명 지사에게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한심한 질문에 ‘흐흐흐’를 연발하고 그들을 조롱하는 여유를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지사가 대장동 난국을 완전히 타개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장동 사건은 이 지사의 ‘문재인 구심력’을 더욱 강고하게 만드는 딜레마가 될 것입니다. 과연 이재명 지사는 언제쯤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한 승부수를 띄울까요?

(10월 20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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