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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걸이 과반' 이재명, 더 큰 파도 온다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10. 1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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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최종 득표율 50.29%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습니다. 정치입문 15년만에 기라성같은 ‘선배’들을 물리치고 1964년생 이 지사가 집권여당의 대선후보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지사는 후보 선출 확정 뒤 환하게 웃지 못했습니다. 라이벌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를 ‘억지로’ 끌어안으며 화합의 모양새를 취했지만 정작 이 전 대표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두고 보자’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지사의 득표율은 과반을 불과 0.29%포인트 넘어선,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였습니다. 이 ‘0.29%’가 앞으로 자칫 민주당과 이 지사를 ‘카오스 대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도 있습니다. 

이 지사는 내년 3월 9일 대선까지 넘어야 할 허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경선 불복 리스크부터 제거해야 합니다. 2017년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57%를 득표해 여유 있게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경선은 다릅니다. 이 전 대표의 최종 득표율은 39.14%였습니다. 당내 세력분포에서 무시하지 못할 세력입니다. 이 지사가 완력으로 이낙연계를 제압하기에 0.29%라는 숫자의 힘은 미미합니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승복을 하기에도 0.29%라는 숫자는 왠지 미련이 남습니다. 

여기에 이 전 대표측의 ‘확전’ 의지에 더욱 불을 댕긴 것은 바로 3차 국민선거인단 결과였습니다. 대세론을 달리던 이재명 지사는 28.30%에 그쳤고, 이 전 대표는 62.37%로 압승을 거둔 것입니다. 이 지사가 앞서 1차(51.09%), 2차(58.17%)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줄곧 기세를 이어가다가 3차에 급전직하한 것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이 지사 지지층들은 ‘역선택’ 등의 이상한 일들이 중첩돼 일어난 일이라 자위했지만 ‘대장동 쇼크’가 현실화됐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었습니다. 2017년 경선은 2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3위 이재명 후보가 각각 20여%씩 나눠가져 ‘반 문재인’ 전선의 결집력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2021년 경선은 이 전 대표가 40%에 이르는 득표 응집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당헌당규만 내세우며 경선불복의 후유증을 수습하기는 여의치 않을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이미 2002년 경선 때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사태를 겪은 ‘전통’이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 34명이 노무현 당시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주장하며 후단협을 결성했고 그중 14명은 탈당까지 한 것입니다. 그런데 한화갑 대표를 비롯한 당 주류 및 최대 주주였던 동교동계의 중진들은 후단협 사태를 ‘불감청 고소원’으로 방치했습니다. 당시 동교동계의 이중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행보를 두고 뒷말이 많았습니다. 이런 갈등의 연속이 결국 2003년 열린우리당-새천년민주당의 분당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경선불복의 사례를 보여준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집권을 해본 노하우가 있는 보수층은 기득권을 서로 ‘담합’해 지키는 생존방식을 터득해왔습니다. 하지만 집권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민주당은 눈앞의 ‘소리’(小利)에 집착했고 결국 분열을 했던 것입니다. 이번 2022년 대선은 국민의힘 후보의 미미한 존재감으로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선이 곧 본선인 셈입니다. 이 전 대표 측이 코앞까지 다가온 집권의 이득을 포기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대선 이후 이재명계의 정치 보복에 이낙연계 자체가 공중분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전 대표측은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심정으로 결선투표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제2의 후단협 사태를 막아야 하는 이 지사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이 지사가 경선 불복 사태 뇌관을 제거한다면 사법 리스크가 다가올 것입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지사가 대선 전 구속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이럴 경우 역대 대선 사상 초유의 여당후보의 옥중선거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전에 여당에서 후보 교체론이 더욱 거세질 수도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의 실제 구속 여부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옵니다. 실제로 이낙연 캠프 수장격인 설훈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구속되는 상황을 가상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해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 지사의 ‘측근’으로 의심받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예상보다 일찍 배임 혐의로 구속돼버린 것이 이 지사에게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습니다. 대선이라는 큰 판이 걸려 있기 때문에 집권이 유력한 여당 후보를 검찰이 낙마시킬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의 구속 여부를 예단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한 전략 관계자는 “검찰이 친 정권 김오수 총장 체제로 바뀌긴 했지만 실무진은 아직 완전히 물갈이 되지 못했다. 검찰이 이 지사에게 완전히 면죄부를 줄 수도 있지만, 이 지사와 관련된 직접증거가 돌발적으로 나올 경우 이를 검찰이 덮을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예단할 수 없다. 수사는 말 그대로 생물이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거부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올 경우 검찰이 이를 가지고 ‘정치적 딜’을 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이 유력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찰 ‘패밀리’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검찰 그 누구도 이 지사의 정치적 안전을 도모해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지사가 대장동 사건으로 어떤 식으로든 기소가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대선후보가 기소될 경우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습니다. 이것이 당내 계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돼 혼란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당헌 80조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는데 이것이 ‘기소 시 후보교체’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지사가 경선불복과 사법 리스크를 모두 넘어서게 되면 마지막으로 본선 리스크를 맞이할 것입니다. 사실 이것이 이 지사에게는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정치인입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입니다. 청와대를 나온 뒤 노 전 대통령의 참모들이 다시 그 화초에 물을 줘 권력을 쥐게 한 경우입니다. 반면 이 지사는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 도전하며 정치에 입문한 이후 오로지 자신의 전투력만으로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경선 과정에서도 대부분 정면돌파 전략으로 일관했습니다. ‘두드리면 맞서 때린다’는 게 기본 전략입니다. 대장동 사건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시종일관 이번 사건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규정하며 정면으로 맞붙고 있습니다. 

이런 강경기조가 지금까지는 먹혀들었습니다. 하지만 3차 국민선거인단 결과를 보고 이 지사측은 충격을 크게 받았습니다. 50%를 상회하던 득표율이 28%로 거의 반 토막이 난 것입니다. 3차에 참여한 선거인단은 중도성향의 중립적 투표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표심이 곧 본선에서의 중도층 표심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이 51대 49의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중도층의 캐스팅보트 잡기가 관건입니다. 하지만 이 지사의 전투적 리더십은 지지층의 결집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도층 포섭에는 한계가 노정될 것입니다. 

이 지사는 대장동 사건 대응에서 정면돌파 전략으로만 일관해 이것이 국민들에게 ‘적반하장’의 반작용을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습니다. 민심이 그야말로 뒤집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에서는 이번 대선을 이 지사의 국정운영 능력을 인정한 이익 투표라고 주장하지만 대장동 사건으로 이 지사의 인성과 도덕성 등을 되돌아보는 회고(응징)적 투표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 가능성의 일단을 보여준 것이 바로 3차 국민선거인단 결과였습니다. 이 지사는 흙수저도 아니고 ‘무수저’라고 공언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넘버3(2017년 경선)에서 넘버1으로 우뚝 섰습니다. 하지만 대선후보 확정 직후 그의 얼굴에는 특유의 미소보다 복잡 미묘한 표정이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앞으로 넘어야 할 또 다른 큰 파도를 보고 엄두가 나지 않아서일까요, 아니면 이재명의 전투 DNA가 다시 불붙기 때문이었을까요?

 

(10월 12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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