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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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허경영 인터뷰 해프닝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10. 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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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오징어게임의 흥행 촉수는 한국 정치에도 뻗어 있습니다. 많은 대권주자들이 ‘오징어게임’ 밥상에 숟가락을 얹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단연 발군의 ‘정치 마케팅’을 보여주는 주자가 있습니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입니다. 파격적 퍼포먼스와 공약,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정치와 예능의 경계선을 왔다 갔다 하는 인물로 여겨집니다. 허 대표는 일찍부터 정치의 예능적 속성을 간파하고 이를 상당히 잘 활용해 왔습니다. 

허 대표는 오징어게임이 대박을 치자 정치인 가운데 가장 먼저 그것에 올라타는 타고난 정치적 순발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오징어게임’에 전화번호가 노출돼 피해를 본 당사자에게 1억원을 주겠다고 선언해 뜨거운 화제를 불렀습니다. 필자도 그의 파격적인 제안에 급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러던 차에 최근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오징어게임에 노출된 문제의 그 번호를 허 대표가 실제로 샀는데 1초에 한번씩 휴대폰 벨이 울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필자는 허경영 대표의 사진과 함께 올라온 문제의 그 번호로 전화를 해봤습니다. 12시가 넘은 야심한 시각이었지만 ‘허경영’이라면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휴대폰은 꺼져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네티즌들이 장난으로 올린 글에 내가 낚였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뒤 오징어게임을 보다가 문제의 명함이 등장하자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사람의 하이톤 목소리가 한밤의 정적을 뚫고 휴대폰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허경영 대표였습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지만 기자의 촉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다음은 허경영 대표와 나눈 한밤의 대화 내용 일부입니다. 

“허경영입니다. 대통령 되면 1억씩 주는 거 알죠? 또 매월 150만원씩. 우리나라 국민이 얼마나 잘 사는 나라 국민인데 이렇게 거지가 돼 가지고요. 전부 마이너스 통장 가지고 고생하고 있는데. 나는 대통령 선거운동 하는 게 아니라 내 게임이 그것입니다. 내가 당선되면 1억씩 주는 것. 1억을 받으려면 돈 없다 하지 말고 찍으면 되는 겁니다.” 

실제로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그 번호를 샀는지 허 대표에게 먼저 물었습니다. 대답은 ‘노’였습니다. 몇 년 전 정보통신부가 휴대폰 명의변경을 금지하면서 ‘골드번호’ 매매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필자가 네티즌의 ‘가짜뉴스’에 낚인 것입니다(내용을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필자가 걸었던 전화번호는 허 대표가 20여년 전부터 공개한 실제 자신의 휴대폰 번호였던 것입니다. 휴대폰이 꺼져있었던 것은 1초에 한번씩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잠시 충전중이었다고 합니다. 내친 김에 허 대표와 대화를 더 이어나갔습니다. “공약이 너무 심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심하지 않다. 그렇게 안 해주면 도둑놈들이 다 닦아 써버린다”며 일관된 ‘도둑놈론’을 시전합니다. 하지만 계속 1억원 ‘선거 마케팅’을 반복하기에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허 대표가 묻지도 않은 말을 시작합니다.  

“화천대유 때문에 여야 대선후보들이 그것에 연루되어 가지고.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많다’는 얘기가 맞다는 거 아닌가요. 그 사람들은 대통령 선거 전날까지 그 문제로 만신창이가 될 겁니다. 여야 대선후보 둘 다 법적으로 완전히 문제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서로 상대의 문제를 파헤치면서 복수전을 벌일 겁니다. 그러다 정치권이 공중분해가 돼요. 국민들이 절대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화천대유 대주주가 무엇 때문에 이재명 재판하는 판사를 8번씩 만나러 다니나요? 이상하지 않나요? 큰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우리 국민은 바보가 아닙니다.”

허 대표가 갑자기 1억원 마케팅에서 민감한 대선 이슈로 화제를 전환하자 필자도 정치부 기자 모드로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유력주자가 전부 무너지고 그 반사이익으로 집권한다고 주장하는데, 집권하면 실제로 국가운영이 가능합니까.
▲현재의 정치세력들은 타이타닉처럼 침몰해가고 있어요. 당내에서도 (이 대목에서 급 흥분) 왜 저 ** 혼자 많이 해 먹었나 이런 말이 나옵니다. 반발이 생기는 것이죠. 엄청난 일이 앞으로 예고되고 있어요. 허경영이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사람입니다. 전부 내 공약도 그들이 가져가고 있지 않나요? 나는 어떤 게임을 하고 있지 권력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내 게임은 오차가 없어요. 

정치인의 과시욕과 지나친 자기애는 아마 본능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허 대표가 현재의 1, 2위 후보가 모두 문제가 생겨 자신이 대권을 잡는다며 예의 ‘흰소리’를 장시간 반복하자 급 ‘현타’가 왔습니다. 허 대표의 ‘정치적 뻔뻔함’을 흔드는 기습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10여년 전 한 방송에 나와 공중부양을 한다고 했다가 결국 못하지 않았나요? 그런 점들이 허 대표의 정치적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 같습니다(허 대표는 2012년 10월 장성규 아나운서가 진행한 JTBC ‘김국진의 현장박치기’ 녹화 현장에서 공중부양을 시도했지만 실패해 지금도 유튜브 등에서 허 대표에 대한 패러디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아니 그런 게 아니지. 방송에서 공중부양을 하는 게 아니라 기본자세를 보여준 것인데. 시간이 걸려. 왜 못해?
-그런 거를 적당히 빠져 나가지 말고 확실한 것만 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더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못하는 걸 한다고 그래 가지고... 
▲아니지. (점점 흥분하면서) 못하는 게 아니지. 한다니까. 공중분해(공중부양과 말을 헷갈린듯) 하는 걸 보여준다니까.
-말장난 하지 마시고.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게...
▲그러니까 ‘들어가세요, 들어가세요’. 내가 공중분해 못한다는 사람과는 대화를 안 하니까, 허허.
-그런 비판도 받아들여야 국가를 운영하시지 않을까요. 
▲아니에요, 들어가세요, 들어가세요. 비판 받아들이지 않습니다(전화 뚝).

허 대표는 20여년 동안 자신의 번호를 공개해 대중들과 불철주야 소통할 정도로 민심에 민감한 사람입니다. 날마다 걸려오는 민초들의 고충을 들으며 그는 국민들이 느끼는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그 좋은 머리로 서서히 깨달았을 것입니다. 바로 ‘돈’입니다. 허 대표는 ‘돈의 결핍’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허기’를 일찍부터 간파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억원을 준다는 ‘공약’을 과감하게 내걸 수 있었고, 그 어떤 비난과 굴욕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허 대표는 대중들의 ‘돈’에 대한 욕구를 정치판의 동력으로 활용해 왔고, 급기야 기존 대권주자들까지 그의 공약을 베끼는 상황으로까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렇게 인지도를 끌어올린 허 대표는 지난해 총선 뒤 현역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는 자신의 국가혁명배당금당(배당금당)이 정부로부터 8억원이 넘는 국고보조금을 받는 ‘신통술’도 보여주었습니다. 배당금당은 여성추천보조금을 받기 위해 기준이 되는 76명을 간신히 넘긴 77명의 여성 후보를 내세운 유일한 정당이었습니다.

‘돈’ 게임의 말에 불과한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묘사한 오징어게임은 허경영 대표에게 가장 알맞은 정치홍보의 소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는 1억원 지급 등의 파격 공약을 보면서 허 대표를 정치인이 아닌 ‘예능인’으로 생각했습니다.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한 ‘허경영 토론게임’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정치를 오로지 ‘돈 게임’으로만 바라보았기에 공중부양을 할 줄 안다는 ‘과대광고’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1초마다 전화를 받는 그 노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자신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일들에 대해 성실하고 진지하게 답변했다면 그는 지금보다 훨씬 괜찮은 ‘정치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는 여전히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예능인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가 정치의 영역으로 완전히 넘어오지 않고 예능의 경계선에 걸터앉아 있는 것이 어찌 보면 한국 정치를 위해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판 받아들이지 않습니다’며 도망치듯 전화를 끊어버리는 ‘야간도주’를 보면서 그런 생각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국민은 오징어게임의 ‘말’이 아닙니다. 

 

(10월 5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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