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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경선 “제3의 후보가 뜬다”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10. 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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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간의 양강 구도로 좁혀지는 양상입니다. 그런데 경선열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최종후보가 확정되는 11월 5일까지 아직 2주 정도가 남았는데 벌써부터 막판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당내 유력인사들을 영입하며 세 불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국가운영능력과 도덕성, 정책이해도 등의 대통령 자질 검증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벌어지는 지지율 숫자놀음에 따라 ‘대세를 따라가자’는 안일한 분위기가 노골적으로 엿보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현재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잦은 실화, 정책이해도 부족 등의 지도자 자질 미비가 계속 드러나고 있지만 지지율은 여전히 굳건합니다. 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11월 5일 최종 후보선출 때까지 경천동지할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윤석열 대세론이 뒤집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당원들의 도드라진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본 경선에서 50% 비중으로 반영되는 당원 지지가 윤 전 총장의 대세론을 떠받치는 최대 대들보인 셈입니다. 

또한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열성 지지층들이 여론조사에 적극 응하며 자신의 지지율을 견인해주는 시너지 효과까지 누리고 있습니다. 이는 곧 당원들이 윤 전 총장의 국가운영 능력 자질보다 정권교체 기수의 역할에만 국한시켜 평가하기 때문에 웬만한 구설수에도 끄떡하지 않는 철벽의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만큼 보수와 진보의 진영대결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적도 없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지사 또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초강력 태풍을 뚫고 최종주자로 확정되었습니다. 민주당의 재집권을 열망하는 열성파들의 ‘묻지마 지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이재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그의 대권운도 가히 역대급이라 할 만합니다. 

여야의 유력 대선후보는 모두 ‘곧 교도소에 가도 이상할 게 없는’ 초대형 의혹의 폭탄을 몸에 두른 채 내년 대선을 노리고 있습니다. 차선도 아니고 차악을 뽑는 게 당연시되는 대선이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보들도 자신의 국가운영 능력 검증에 대한 준비보다는 네거티브 공세에 오히려 더 당당하게 대응하는 ‘철면피 작전’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최근 윤 전 총장이 TV토론회에서 보여준 대응이 대표적입니다. 홍준표 의원의 도덕성 관련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위축되기는커녕 ‘중진의 격을 지켜라’며 오히려 홍 의원을 거세게 몰아세웠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도덕적 흠결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진정성 있는 답변 대신 정치적으로 역공을 하며 빠져나갔습니다.


 

‘지지율이 깡패’라는 여의도 문법 덕분에 윤 전 총장은 6월 29일 대권도전 선언 이후 불과 4개월여 만에 기성 정치인 뺨치는 ‘프로’가 되었습니다. 철옹성 지지율은 윤 전 총장을 점점 ‘괴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이 그동안 몇 번의 구설수에 오르며 크게 곤경에 처했지만 지지율이 빠지지 않고 있는 점을 빠르게 간파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은 ‘당신들이 나를 안 뽑고 배길 수 있느냐’는 배짱이 더욱 커진 것 같다. 당내에 대안이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지지율을 통해 확인한 뒤 더 이상 그에게 거칠 것이 없어진 느낌이다. 윤 전 총장도 앞으로 당내 검증에 대해 더욱 노골적으로 적반하장식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의 이런 빠른 여의도 정치 습득 능력이 자신의 장점을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여야 모두 국회의원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최종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만큼 기성정치인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탈 여의도 인사’를 호출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국민적 부름에 후보들도 호응을 해야 합니다. 사실 윤 전 총장은 정치입문 초기만 해도 어색한 화법과 시종일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심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새 여의도 정치에 적응했는지 지금은 ‘반 정치인’이 다 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를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토론회에서) 여유도 생기고 많이 늘었다”라고 호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보기에 따라 기성정치인의 낯 두꺼운 행태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유들유들하게 위기상황을 모면하는 정치적 스킬이 늘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 본선의 경쟁력이 될 수 없습니다. 윤 전 총장이 토론회에서 홍준표 의원의 도덕성 질문에 대해 노골적으로 조롱한 것을 두고 ‘시원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민들을 대신해 질문을 던지는 경쟁자를 무시하는, 정치신인답지 않은 오만한 모습에 불쾌했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윤 전 총장은 국가운영 능력과 대안세력 리더의 신뢰성을 더 강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홍준표 의원 또한 지난 15일 토론회에서 자신의 밑천을 모두 드러냈습니다. 진중권 전 교수는 홍 의원이 시종 네거티브로 일관했다면서 “술 먹고 행인에게 시비 거는 할아버지 같다“고 혹평했습니다. 전여옥 전 의원도 홍 의원의 토론회 평가에 대해 “기운이 달렸고, 에너지가 모자랐고, 총기가 흐려졌다. 예전의 ‘눈부셨던 홍준표’가 아니었다”라고 강한 인상비평을 남겼습니다. 홍준표 의원의 최대 단점은 자신만의 정치적 DNA가 없다는 것입니다. 과거 단골 닉네임이었던 ‘저격수’도 결국은 강한 상대를 때리면서 자신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것이었습니다. 홍 의원은 대표적인 ‘반사이익 정치인’에 속합니다.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가 아니라 강한 상대가 있을 때 빛을 발하는 대표적인 반사체 정치인입니다. 

이번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바로 이 반사체 정치인의 한계를 홍 의원이 가장 극적으로 노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토론회에서 보여준 홍 의원의 토론 수준은 윤 전 총장의 뼈 때리는 지적대로 중진에 걸맞은 송곳 질문이 아니라 초선 때 무작정 때리고 보는 저격수의 ‘묵은 습성’을 다시 보여준 셈이었습니다. 새카만 정치신인에게 TV 생방송으로 무안을 당하는 장면은 애처로움을 넘어 대선후보로서의 최소한의 자질마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홍 의원도 15일 토론회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자신을 향한 일부의 네거티브 올인 비판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토론회 다음날 “도덕성 검증과 네거티브를 구분 못해 참 안타깝다”며 뒤끝작렬 멘트를 날렸습니다. 하지만 홍 의원이 황금같은 TV토론회에서 검찰후배로 무시하는 윤석열을 확실히 압도할 만한 국가운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팩트’는 향후의 경선 레이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발표되는 각종 전화여론조사는 응답률이 5~6%선에 그치고 있습니다. 한정된 여론을 표본으로 추출한, 어디까지나 ‘예상치’입니다. 하지만 이를 신줏단지 모시듯 믿는 분위기는 국민의힘 경선을 도박판의 베팅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대선후보들이야 정치적으로 그것을 이용해서 그렇다고 해도 유권자들마저 10%도 안 되는 여론조사의 숫자놀음에 매몰돼 후보들의 ‘민낯’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면 이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는 어느새 ‘우리 편’ 늘리기 게임으로 변질돼가고 있습니다. 최재형을 영입했느니, 주호영을 데려왔느니 하면서 서로 손들어주고 사진 찍기 바쁩니다. 일국의 국가운영 최고책임자를 뽑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과연 그럴 만한 자격이 되는지 최소한의 검증도 얼렁뚱땅 넘어가며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시간만 허비하고 있습니다. 4개월 동안의 지지율로 ‘내가 왕이다’를 외치는 후보나, 20년 전의 저격수 수법을 아직도 그대로 써먹는 후보나, ‘엎치나 메치나’입니다. 

탄탄한 경제지식과 정책능력을 두루 갖춘 유승민 전 의원. 국회의원 3선에 제주지사를 역임한 소장개혁파 원희룡 전 지사. 이들은 그동안 국민의힘이 지지율 숫자의 안대에 가려져 볼 수 없었던, 소리 없는 제3의 강자들입니다. 정치인들이야 지지율 숫자놀음에 빠져 주제파악을 못한다고 해도 국민들은 진정한 대선후보를 가려낼 줄 아는 ‘혜안’이 있습니다. 2주 남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진정한 ‘국민의힘’이 발현되길 기대해 봅니다. 

 

(10월 19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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