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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유죄’도 부정하는 내로남불 정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7. 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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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징역 2년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김 지사는 판결 뒤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며 결백을 거듭 주장했습니다. ‘착한’ 김 지사가 ‘사악한’ 온라인 작업자들에게 낚인 것이라는 여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6년 12월4일부터 2018년 2월1일까지 경공모 일당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무려 7만6000여개의 기사에 달린 댓글 118만8800여개에 공감·비공감 신호 8840만1200여회를 조작했다는 사실은 김 지사의 연루 여부를 떠나 민주주의 여론정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볼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여론조작은 민의를 왜곡해 권력을 탈취하려는 최악의 범죄입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온라인 ‘댓글 작업’ 등을 통해 여론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이웃 일본이 ‘넷’ 여론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것에 비해 한국인들은 지나치게 온라인 댓글과 ‘호감’에 민감하다는 것이 대체적 인식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본문 기사는 ‘스킵’하고 기사에 딸린 댓글만 읽는다고 합니다. ‘내’가 기사에 나온 사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남’들이 그 이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더 관심을 가지며 그 ‘시류’를 따라가야 ‘시민의식’이 있는 존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수의 의견은 다수의 두루뭉수리 분위기에 편입돼 여론은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됩니다. 

일찍이 이런 여론형성의 왜곡된 회로를 간파한 일군의 무리들이 있었습니다. 옛날 PC통신 등을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던 ‘온라인 전사’들이 여론형성에서 댓글의 영향력과 파괴력을 간파한 것입니다. 이번에 드루킹 사건을 주도한 경공모는 일개 인터넷 경제카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일찍이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댓글 순위를 조작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조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그 레이다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걸려든 것입니다. 그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 지사에게 과감하게 접근해 작업을 해주겠다며 공직까지 요구했습니다. 그러다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게 되자 ‘그래 맛 좀 보라’며 부정적인 댓글세례 ‘역 공작’을 퍼부은 것이 드루킹 사건의 전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 김경수 지사의 ‘공모’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은 김 지사의 ‘개입’을 인정하며 유죄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 직후 나온 여권의 태도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합니다. 민주당과 여권의 ‘적반하장’식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먼저 전 정권과의 비교우위론입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정부 때는 국정원이라는 국가조직이 댓글 작업을 해서 된 것이고, 이것은 드루킹이라는 고도의 훈련된 전문가에 이용당한 측면이 있다. 드루킹의 이익, 조직 확대를 위해 (김 지사가) 활용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작의 주체가 국가기관과 ‘민간인’이라는 점에서 범죄의 경중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여론을 조작했다는 실체적 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보다는 우리가 덜 하다’며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내로남불 식 남 탓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 반응은 ‘진실은 우리 편’ 전술입니다. 친문세력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으레 그랬듯 사법부의 판결까지 ‘선택적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방송인 김어준은 드루킹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시킨 인물입니다. 그는 지난 2017년 12월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뉴스공장’과 유튜브 ‘다스뵈이다’ 등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포털 뉴스 댓글들에 대해 “이거 전부 댓글 부대가 단 댓글이다. 댓글을 달 때 위에서 지시를 받아서 했다”며 적극적으로 이슈화를 시켰습니다. 하지만 김 지사의 최종유죄가 확정되자 추미애 전 대표와 함께 ‘자살골’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김어준은 자신의 ‘뉴스공장’ 방송에서 드루킹 사건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를 비난하며 사법부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김어준은 방송 시작과 동시에 김 전 지사 판결 건에 대해 “드루킹의 진술이 사실상 전부다. 대단한 증거가 없다. 웃기는 판결이다. 김 전 지사와 드루킹이 공모해서 네이버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유죄다. 그걸로 감옥에 간 사람이 아무도 없다. 거짓과 번복으로 점철된 드루킹의 진술을 (법원이) 다 믿어줬다. 드루킹의 말만 신뢰하고 김경수 전 지사의 말은 하나도 신뢰하지 않았다. 판결이 이상하다고 해야 정상”이라고 강변했습니다. 

친문 여론의 향도 역할을 하는 김어준은 드루킹 사건 판사의 정치적 편향성을 언급하며 사실상 공격 ‘좌표’를 찍고 있습니다. 대선을 앞둔 ‘정치적 대응’이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김어준의 유죄판결 부정은 사법부 판단을 ‘정략적’으로 받아들여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김어준이 사법부 유죄판결을 정면 부정한 배경은 “국정농단 재판에서 정유라의 세 마리 말은 뇌물이 아니라는 최순실의 말을 신뢰한 판사”라는 사실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무죄가 난 재판에서 ‘유죄’라고 판단한 분이다. 이분의 소신은 선택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태극기 부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 듭니다. 지금까지 여권은 그들에게 불리한 이슈가 터지면 ‘우리는 비교적 깨끗하다’며 비교우위론으로 자락을 깐 뒤 ‘사법부도 믿을 수 없다’며 그들만의 진실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말도 친문에게는 진영논리에 꿰맞추는 궤변일 뿐입니다. 

청와대의 반응도 한심합니다. “입장이 없다는 게 입장”이라며 말장난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2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을 때, 2015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조직적 대선 개입이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하고 진실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당시 댓글사건은 ‘공작’이었고 이번 여론조작은 ‘누명’이라는 뜻일까요? 청와대로서는 ‘지지율이 안정세에 있는데 굳이 더러운 물을 스스로 끼얹을 필요가 있겠느냐’며 ‘구렁이 담 넘기’ 전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한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김 지사 유죄 판결에 “현 정권의 근본적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사법부 판결로 확인됐다”며 문 대통령을 정면 공격했습니다. 정작 본인도 그 정통성에 문제가 있는 정권에서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며 적폐청산의 ‘앞잡이’가 되었다는 점에서 책임이 가볍지 않습니다만, 문재인 정권의 정통성 시비는 향후 대선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경수 지사는 성품이 온화하고 항상 경청하는, 요즘 보기 드문 반듯한 정치인이었습니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그의 인신구속과 피 선거권 박탈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그가 의도했든 ‘낚였든’ 간에 118만8800여개의 소중한 민의는 무참하게 짓밟히고 왜곡되었습니다. 여론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하는 정치집단이 그것을 존중하려는 자세를 가질 수 있을까요? 코로나19로 지자체장의 컨트롤 타워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에 집권여당은 전국 주요 지자체 3곳의 시.도정 공백을 초래했습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민주당과 청와대는 집권세력의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태도는 오만하고 무책임합니다. ‘상식을 존중하라’는 주문마저 정치적 공세로 받아들이는 세력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7월 23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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