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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필마 윤희숙의 대권 도전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7. 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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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은 역대 선거 사상 가장 많은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권은 그나마 8명에서 6명으로 압축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예비경선도 치르지 않은 야권은 무려 20명에 이르는 주자들이 대권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20일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는 하태경 윤희숙 박진 김태호 의원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장기표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이 공식적으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습니다. 여기에다 최근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출마선언만 남겨둔 채 몸을 풀고 있습니다. 

이밖에 당 바깥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장성민 전 의원 등이 대권도전에 나설 계획입니다. ‘등’으로 표현한 것은 이밖에도 시장상인, 기업인 외 5명의 ‘일반인’ 주자가 더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국민의힘은 ‘15룡’(현재 야권의 대선주자는 20명에 이르지만 지명도 등을 따져 편의상 15룡으로 함)이라는 역대 최다의 대권주자를 품에 안으며 대선의 대장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자들은 대권이라는 염불보다 정치생명 연장이라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입니다. 대부분의 주자들은 국가운영에 대한 비전 제시보다 정치공학적인 자기정치에 매몰돼 있습니다. 

대권주자들이 대선에 도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권력의지에 대한 정치인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집권세력이 간과하고 있거나 실정을 범한 정책들을 재검토하고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야권 15룡 가운데 눈에 띄는 후보가 한명 있습니다. 바로 윤희숙 의원입니다.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재정, 복지 분야 전문가입니다. 21대 총선 때 ‘소장파’ 영입 케이스로 정치에 입문해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됐습니다. 그는 비교적 행운의 정치인으로 분류됩니다. 21대 국회는 151명(50.3%)의 초선을 배출했지만 이 가운데 국민들이 기억하는 초선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정치가 워낙 대선 등의 큰 판으로 돌아가다 보니 초선의원은 웬만해서는 그 존재감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윤희숙 의원은 지난해 8월 ‘나는 임차인이다’이라는 주제의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일약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전월세상한제 등의 민주당 임대차법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서민 코스프레’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윤 의원의 연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 맹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울림을 주었고, 초선임에도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연설로만 끝났다면 윤 의원의 정치력도 더 발전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뒤 윤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기본소득 논쟁’을 이어가며 자신의 전공분야로 유력한 대권주자와 맞짱을 뜨며 정치적 웨이트를 키웠습니다. 최근에는 여권 집권세력을 ‘탈레반’이라고 직격하는 등 현안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15명이 난립하는 야권의 대권주자 가운데 윤희숙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금기와 기득권을 깨려는 정치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윤 의원은 지난 2일 초선으로서 야심차게 대권도전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여기에서 드러난 그의 소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기존 정치 시스템을 기득권의 ‘생명 유지 장치’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윤 의원은 출마선언에서 “제가 이곳에 와서 본 정치판에서 정치가 없었습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기술만 있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의 패스트트랙 전쟁을 기점으로 여야의 ‘정치’는 실종됐습니다. 여의도는 진영논리에 꽉 막혀 타협과 양보보다 배척과 분노의 정치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정치기술만 판을 치는 행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여의도 기득권이 해체되어야 합니다. 윤 의원의 단기필마 대권도전에 주목하는 것은 그가 기득권의 해체에 도전하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야 기득권의 사슬을 끊고 1%의 지지율로 대권까지 올랐습니다. 그동안 대선판에서 노무현같은 소신파 대권주자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려는’ 윤희숙의 등장은 그래서 반갑습니다.


 

윤 의원은 또한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그 금기를 깨려고 합니다. 그는 대선출마 선언에서 “앙상한 이념으로 국민 삶을 망가트리는 탈레반들로부터 권력을 되찾아오는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진보의 탈을 쓰고 기득권 노조의 편만 들면서 개혁을 막아서는 그런 수구세력에게 책임을 묻는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윤 의원의 ‘귀족 노조’ 비판이 무조건 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진영논리에 따라 그냥 내팽개쳐질 정도의 사안도 아닙니다. 

사실 ‘노조의 기득권화’는 민주당 의원들이 접근하기 꺼리는 대표적인 민감 사안입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자칫 표가 날아갈 수도 있는 ‘계륵’같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윤 의원은 귀족노조에 대한 공론화를 주장하면서 정치인들이 꺼리는 금기의 영역을 허물고자 합니다. 진영논리에 매몰돼 찬반양론이 부딪치다가 결국 유야무야 되는 소모적 논쟁이 아닌,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노동시장의 질적인 변화를 정치와 여론의 ‘외부 압력’이 추동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그의 소신은 평가받아야 합니다. 노조의 귀족화라는 아젠다를 공적인 영역에 올려놓고 토론과 협의를 통해 노동운동에 대한 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정치는 진영논리에 점점 질식돼 가고 있습니다. 생산적인 논쟁보다 죽고살기 식 ‘타살의 정치’만 남았습니다. 윤 의원은 기득권의 흑백논리가 지배하는 정치에 회색의 틈입을 허용하라고 주장합니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편 가르기와 획일성, 전체주의적 편향성으로 집약됩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민주주의란 한 사회의 중심을 다원화하는 경향을 발전시키는 힘이어야 한다”(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라고 설파했습니다. 윤 의원의 도전이 한국정치에 다원화를 촉발하는 마중물로 기능했으면 합니다. 

윤 의원은 한 유튜브 방송에서 압박면접을 받으며 “정치적 세가 없이 어떻게 대권에 도전하려고 하느냐. 집권을 위한 정치공학적 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솔직히 나는 정치공학을 모른다”라고 밝혔습니다. 일반인들도 대선판이 다가오면 누구나 ‘정치 9단’쯤 되는 관전평을 쏟아낼 정도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하지만 윤 의원은 정치공학이나 전략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또한 정치적 세력도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박근혜 문재인 등의 지도자들은 그들을 뒷받침하는 큰 정치세력이 있었지만 모두 ‘통치’에 실패했다고 일갈합니다. 정치세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권주자가 어떤 국가운영 메시지를 던지느냐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윤희숙 의원은 초선으로서 정치세력 확장의 한계도 있고, 정책도 편향적인 시각이 일부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의 등장이 반가운 것은, 해박한 지식으로 모든 현안에 대해 척척 대안을 제시하는 포지티브 정책행보입니다. 소신이 점점 사라지는 여의도 정치에 자신의 언어로 대권에 도전한다는 것도 돋보입니다. 한 가지 윤 의원에게 주문을 한다면, 그가 대선이라는 오페라 무대에서 훌륭한 연기를 하는 ‘프리마돈나’가 되었으면 합니다. 미국의 엘 고어는 역대 어느 대권주자보다 똑똑하고 식견이 뛰어났지만 대통령이 되지 못했습니다. 지식이 학자의 소신에만 머물러 있으면 박제된 동물과 같습니다. 윤희숙의 뛰어난 지식과 바위같은 소신이 국민들과 소통해 살아 움직일 때, 비로소 단기필마의 대권 꿈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7월 21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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