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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이 돼가는 좌충우돌 윤석열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7. 2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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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좌충우돌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대구 민란’과 ‘주 120시간 노동’ 발언으로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빠지면서 그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동안 오로지 지지율(국민 호출론)이라는 로프 하나만으로 힘겹게 ‘혼등’을 하던 윤 전 총장이 제대로 된 절벽을 만난 셈입니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윤 전 총장 관련 이슈는 본인에게 상당히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잇단 구설수가 지지율 하락 추이와 맞물려 돌아가면서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질 기로에 서 있는 상황입니다. 

먼저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추이를 잠시 보겠습니다.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지난 17~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7.1%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19.7%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두 사람 간 격차는 7.4%포인트로 오차 범위(±3.1%) 밖입니다. 윤 전 총장의 경우 최근 각종 여론 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출마 선언 이후 처음으로 10%대 지지율까지 나온 것입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지율로만 먹고 살던 윤 전 총장에게 하락 추세는 그 자체로 정치생명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는 신호입니다. 국민의힘에 입당했으면 어차피 당내 경선까지 완주하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장외에서 지지율이 바닥을 칠 경우 입당의 동력이 사라지면서 이도 저도 아닌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 요인은 복합적입니다. 먼저 가족과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중도지지층의 실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그의 지지율이 빠지긴 했지만, 그 지지세가 야권 타 후보로 전이된 것이 아니라 무응답층으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은 다시 회복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주가조작 의혹 등이 여전히 의혹의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마저도 골프접대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증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여론이 늘어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여기에다 윤 전 총장의 ‘존재감’도 미미해져 가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급피치를 올릴 때 그 주요 동력원은 ‘추미애’였고, 문재인 정권과의 대립각을 극대화할 때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안정국면으로 들어가면서 윤 전 총장의 ‘정권교체’ 타깃도 흐릿해졌습니다. 윤석열의 존재이유는 ‘반 문재인 정서’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의 정치욕망을 부추겼던 문재인이라는 타깃이 뒤로 숨으면서 윤 전 총장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상황에 놓여버린 것입니다. 윤 전 총장은 비전과 정책의 대선후보가 아닙니다. 문재인이라는 ‘적’이 있을 때 그의 전투력도 급상승합니다. ‘추-윤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윤 전 총장의 존재가치도 점차 희석돼 갔고, 이후 그에게는 비전과 정책의 대선후보라는 새로운 방향설정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에서 그가 등한시 했거나 그의 역량 자체가 그 과제를 수행할 능력이 안 되거나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객관적인 검증과 타깃의 부재, 비전제시 역량 부족 등의 이유가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기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은 활발한 대외행보와 언론접촉을 가지며 제3지대 붐업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혼자 힘으로 국민의힘을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근거는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최근 그의 행보는 광폭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달이 났습니다.


 

윤 전 총장은 19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제를 비판하며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 52시간제도 시행에 예외 조항을 둬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했다.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고 이후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는 “윤석열 씨는 말씀하기 전 현실을 제대로 보고 생각을 다듬으라”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이 발언으로 윤 전 총장의 문제인식 방식과 정책개발 능력에 회의론이 퍼졌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의도였지만 예를 든 것이 상식과는 동떨어져 지도자의 수준을 의심케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구 발언’은 더 심각합니다. 윤 전 총장은 20일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았습니다. 그는 2·28 민주운동기념탑을 참배하고 서문시장 상인 간담회 등의 숨 가쁜 일정을 마치 대선 유세처럼 소화했습니다. 현장 반응에 업이 될 법도 합니다. 그는 보수 표심을 잡기 위해 자극적인 발언으로 대구를 추켜세웠습니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지 4개월밖에 안 된 정치신인 치고는 꽤 정치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망국병인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과거 퇴행적 행태입니다. 그는 대구 동산병원을 찾아 “코로나19 초기 확산된 곳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대구에서 애를 많이 쓰셨다”라고 말했습니다. 대구사람들의 높은 시민의식을 칭찬하는 발언이었지만 그 비교예가 다른 ‘지역’이라는 점에서 오해의 소지가 다분했습니다. ‘대구가 유독 시민의식이 높다’라는 말은 ‘다른 지역은 의식이 떨어진다’는 것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지역주의 조장 발언입니다. 여권 대권 주자 이낙연 전 대표는 “지역 갈라치기가 큰 정치냐. 형편이 급하더라도 정치를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윤석열이 몇 달 만에 반 정치인 다 됐다’는 비아냥도 나옵니다. 

윤 전 총장의 잇단 ‘헛다리’ 행보는 윤석열이라는 유력주자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으로 이어집니다. 캠프의 위기대응 역량은 말할 것도 없고,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으로 유력주자의 신뢰감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이 ‘낙제점’을 받고 있는 상황은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윤 전 총장의 ‘하락세’는 국민의힘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권성동 의원은 “범야권 유력 후보를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지켜보는 것은 제1야당의 직무유기”라며 이준석 대표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습니다. 당 일각의 ‘윤석열 방패막이 요구’는 국민의힘을 대선 전 분열로 이끄는 불안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장외에서 국민의힘의 대선 경쟁력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윤 전 총장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판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가 집권이 유력한 지위에서 멀어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꼭 이재명이 아니어도 대선은 해볼 만하겠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는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을 이끄는 반사이익이 되고 있습니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윤 전 총장과 함께 동반 하락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의 하락세는 정권교체 명분을 떨어뜨리고, 국민의힘을 분열로 내몰면서, 민주당의 경선판도마저 안갯속으로 몰고 가는 거대한 블랙홀이 되고 있습니다. 윤석열의 급부상을 가능케 했던 문재인의 재소환만이 그의 유일한 탈출구가 될 것입니다. 

 

(7월 22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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