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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언박싱] '아사리판'에서도 '꽃'은 필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4. 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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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4·7 재·보궐선거 압승 뒤 전리품을 쌓아놓고 서로 가져가겠다며 온갖 추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에서 사상 초유의 참패를 당한 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어르고 달래 모셔왔고, 어쨌거나 이번 재보선에서 그의 ‘뚝심 처방’으로 오랫동안의 병마에서 훌훌 털고 일어서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선거의 결과에 대한 해석은 각자의 잇속에 따라 달랐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야당의 승리가 아니라 여당의 패배’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잘 나서 서울·부산 시민들이 찍어준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민의힘 초선 윤희숙 의원은 선거 결과에 대해 “패자는 여당이되 승자는 분명치 않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이것이 가장 적절한 재보선 결과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는 집권여당의 오만과 폭주에 대해 민심이 이반한 결과인 동시에, 민주당 지지층들도 적극 투표에 임하지 않음으로써 견제구를 한번 날린 것입니다. 

국민의힘 승리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집권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입니다. 그들이 예뻐 보여서가 아님에도, 현재 국민의힘은 너저분하게 쌓아놓은 선거의 전리품들을 서로 가져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런 야당의 탐욕 악다구니를 보고 ‘아사리판’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선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세운 공이라고는 유세 며칠 따라다닌 것 외에는 거의 전무함에도 서로 자신들의 공적을 내세우며 ‘차기’ 찜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김 전 위원장이 초선이 당 대표를 맡으라는 말까지 했을까요.

현재의 국민의힘 내분은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는 ‘중진 용퇴론’과 ‘단일대오론’이, 통합 이슈에 대해서는 ‘통합론’과 ‘자강론’이 맞부딪치고 있습니다. 험악한 고성도 터져 나왔다고 합니다. ‘머리’가 없는 괴물이 서로 자신의 몸통이 쓸 만하다고 악을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런 추태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벌써 국민의힘에 대한 ‘정’을 끊으려고 합니다.


 

사실 이번 재보선은 임기 1년짜리의 몸 풀기 게임입니다. 내년 대선이 향후 5년의 정치 권력구도를 결정할 본 게임입니다. 국민의힘은 4연패 뒤 오랜만에 1승을 챙기자 그 승리에 도취돼 이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선거의 1등 공신인 김종인 전 위원장이야 나가면서 쓴소리를 좀 했다고 쳐도, 퇴임 며칠만에 돌변해 그에게 저주의 말들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이번 선거의 의미를 한참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제원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을 두고 “끝없이 가능성 높은 대선주자를 헌팅하여, 마치 자신이 도와주면 대권을 차지할 수 있는 것처럼 현혹시켜, 과도한 정치적 청구서를 내밀고, 청구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또 다시 떨어져나가 총질하는 기술자 정치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구악”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 ‘기술자 정치에서 나온 구악’ 덕분이었다는 말인가요. 권영세 의원이 ‘마시던 우물에 침은 뱉고 나가면 안 된다’라며 김 전 위원장을 몰아세웠는데 지금 국민의힘 내분 사태는 누워서 하늘을 향해 침을 뱉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습니다. 김 전 위원장의 퇴임 뒤 ‘상왕 정치’ 욕심도 볼썽사납지만, 오랜만에 선거에서 압승한 제1야당의 책임 있는 전공 수습이 더욱 아쉽습니다. 

국민의힘 내분과 김종인 전 위원장의 공세는 온전히 대선 때문입니다. 당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대권주자를 당내 인사로 키우느냐, 아니면 외부에서 영입해오느냐의 문제가 결정됩니다. 김 전 위원장이 차라리 초선으로 결정하라는 말은 자신이 협상할 대상을 만만한 상대로 앉히겠다는 의중이 숨어 있습니다. 

지금 야권은 ‘이번 선거로 잘 하면 대권도 먹겠다’는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미 몸이 달았고, 김종인 전 위원장도 이번 결과로 크게 고무돼 여차하면 자신이 직접 꽃가마에 올라탈 기세입니다. 오로지 자리와 권력에만 욕망의 촉수가 기가 막히게 꽂혀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집권여당에 몰아줬다가 이번 재보선에서 서울 25개구 전체 야당 승리로 돌아선 국민들의 ‘헛헛한 변심’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이번에 참패한 민주당은 내년 대선에서 바로 이런 야권의 분열과 무능, 구악의 빈 공간을 노릴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서민경제가 주저앉고 있고, 백신은 멀기만 하고, 그래서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집권여당 정신 차리라고 준 그 소중한 표를 야당은 자신들의 꽃길 단장에 뿌리고 있습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려워서 못 살겠으니 제발 능력을 보여달라는 국민들의 아우성에 정치는 귀를 닫았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아사리판에서도 꽃이 필 것입니다. 힘들어도 코로나19의 정부 방역에 순순히 따르는 국민의 진정한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4월 15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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