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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언박싱] 재보선 종료, 대권가도 7인의 항로는?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4. 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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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가 집권여당의 참패로 끝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 4연패하던 국민의힘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자리를 동시에 탈환하며 모처럼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야당의 승리에 보수층은 흥분하고 있습니다. 일부 보수언론들은 그동안 참아왔던 모멸의 찌꺼기들을 분출하고 있습니다. “내로남불 아집 무능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며 탈원전부터 조국 사태, 성과 없는 남북정상회담, LH 사태 등의 집권세력 실정을 ‘영끌’하며 청와대 ‘모두까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박근혜 탄핵 반사이익에 총선 180석 덤까지 건네받은 민주당은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서민경제는 초토화됐는데 지금까지 가시적인 대응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 참상으로 집을 살 수도, 팔 수도 없게 된 국민들의 원성은 하늘을 찌릅니다. 그러면서 일부 집권세력 기득권층들은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 바쁩니다. 이 모든 민심과의 불화는 분노의 표심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이번 선거는 선량을 선택하는 선거가 아니었습니다. 능력 없고 부도덕한, 위선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서늘한 응징이었습니다. 

이제 선거는 끝났습니다. 이번 선거와 직.간접적으로 얽혔던 정치인들은 각자의 손에 성적표 하나씩을 받아들었습니다. 며칠 벼락치기로 뜻하지 않게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도 있고, 몇 달 밤샘공부를 했음에도 턱없이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 얽혔던 7인의 성적평가로 4·7 재·보궐선거의 관전평을 대신할까 합니다.
 


#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에게 이번 선거는 ‘완벽한 부활전’이라는 찬사가 쏟아집니다. 무려 10년만에 서울시장 자리로 되돌아온 뚝심과 행운의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10년 전 보수의 젊은 대선주자로 떠올랐다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대권도박으로 판돈을 모두 날린 후 거리를 떠돌며 온갖 선거에서 낙선한 뒤 ‘오세훈은 이제 안 된다’는 모멸 찬 말들을 들어야 했습니다. 특히 오 시장은 10년동안 서울시정을 진보진영에 내주며 “보수 궤멸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난까지 떠안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나경원, 안철수와의 극적인 단일화 연승을 거치며 오세훈 시장은 강력한 대권주자로 떠올랐습니다. 오 시장은 자신이 만든 서울시청 신청사로 들어서며 보수 세력의 대권도전 문도 다시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그는 단숨에 차기 대선주자 1위로 올라섰고, 차차기 대선을 노려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당장 내년 지방선거 재선 외에 다른 선택지는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9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 실시되는 국민의힘 후보 경선 때 ‘차출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게 다목적 카드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현직 서울시장으로서 내년 국민의힘 대선을 이끄는 ‘장외’의 든든한 벽이 될 수 있습니다.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도 당내 중도층의 표심을 모아 특정주자를 간접지원해줄 수도 있습니다. 차차기를 바라보며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 하나만으로 그에게는 엄청난 ‘대권도전 자산’이 생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 시장의 단점도 여전히 많습니다. 소통과 통합의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리더십이 미래의 대안으로 먹힐지 회의적입니다. 국민들의 집권여당 1회용 응징카드로 쓰임을 다한 뒤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오세훈은 그의 개인기로 돌파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라는 팀에 속한 1인이었을 뿐입니다. 여전히 오세훈 시장이 이슈를 대하는 태도는 권위적이고 위압적입니다. 이 모난 돌을 자신이 얼마나 다듬느냐에 따라 서울시장 재선이나 차차기 도전의 결과도 확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오세훈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통 능력 부족과 통합의 리더십 등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페이스메이커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였습니다. 오세훈 시장의 승리 1등 공신이라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그는 사실 서울시장직에 너무 목이 말라 국민의힘 앞에서 애걸복걸 단일화를 압박했습니다. 단일화에 대한 패배 징크스가 있는 그는 이번에도 먼저 자신의 패를 보여주는 미숙한 정치력을 보였습니다. 옆에서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안 대표는 조급했고, 또 조바심을 냈습니다. 

그 모든 욕망의 기저에는 안 대표의 ‘1등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는 여전히 정치의 최우선 순위를 국민이 아닌 ‘안철수’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사출신으로 바이러스 잡는 분야에서 1등을 찍은 그는 다음 1등 목표를 정치로 정했습니다. ‘한 10년 파다 보면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바이러스 잡기처럼 정치도 ‘혼자’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줄 알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혼자 밤샘연구로 잡을 수 있지만, 민심은 혼자 날밤을 새운다고 잡을 수 없습니다. 성공방정식이 어긋나자 그는 우왕좌왕했습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영민합니다. 정치를 혼자 할 수 없다고 느낀 결정적 계기가 바로 이번 보궐선거입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단일화의 제단에 던졌습니다. 승리에 대한 열망보다는 단일화와 반문연대 실현에 대한 욕망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결과론적으로 안 대표는 절반의 성공을 이뤄냈습니다. 그는 갈 곳 없는 현재를 내주고 혹시 모를 미래를 다시 잡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번의 살신성인으로 보수층으로부터 ‘까방권’(잘못을 저질렀을 때 비난이나 악성 댓글을 면제받을 권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하나 정도는 받은 것 같습니다. 

안 대표는 내심 오세훈을 서울시장으로 밀어 넣은 뒤 윤석열 전 검찰총장만 젖히면 대권도전 면허가 자신에게로 올 것을 기대하고 지금 국민의힘 문턱을 넘보고 있습니다. 이번 오 시장 열정 유세는 국민의힘 대권후보권을 따내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국민의힘 출신의 정통 보수대권후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안 대표는 그 뒷공간을 노리고 저돌적으로 들이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다시 당에 컴백한다면 그의 꿈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의 특기는 ‘누구를 대통령 만들 수는 없어도 누구를 대통령 못하게 막을 수는 있는’ 노회한 정치인입니다. 안 대표가 김 전 위원장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부공세를 펼칠지, 아니면 마이웨이를 외치며 무시전략으로 나갈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재임 기간 내내 당 안팎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훈계만 하는 꼰대, 아집과 고집으로 똘똘 뭉친 불통 지도자, 사심으로 당의 화합을 저해하는 걸림돌’ 등의 악평들이 꼬리를 물고 퍼졌습니다. 당의 대권주자를 만들지 못하고 자신의 ‘대표’직 수성에만 골몰해 있다는 말들도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보궐선거 압승이라는 선물을 당에 안겼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주도면밀한 전략수립과 추진력, 선거 경륜을 칭찬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실제로 한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로 당이 통째로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단일화 국면 초반에 안 대표가 지지율 1위로 올라서면서 김 전 위원장은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습니다. ‘안철수를 모셔와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며 영입론 추대론을 주장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민의힘은 강력한 후보가 없어 애를 태우던 때였습니다. 이때 웬만한 맷집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해도 그 압박을 견디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장 선거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승리의 카드를 두고 무작정 버티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김 전 위원장은 102석의 제 1야당이 선거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견지했고, 온갖 압력들을 뚝심으로 이겨냈습니다. 이는 그 자체로 김종인 전략의 승리라고 봐야 합니다. 

그의 소신은 당에 대한 쓴소리로 확인됐습니다. 그는 국민의힘에 대해 “서울시장 경선에서 봤듯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 세력에 의존한다든지,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정권을 되찾아 민생을 되찾을 수권 의지는 없고 당권에 오로지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질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장외에서 윤석열 전 총장과 제3세력 파이를 키워 국민의힘을 복속시키는 ‘희망적인’ 시나리오와 그냥 국민의힘이 불러주면 들어간 뒤 윤 전 총장을 영입해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한번 승리를 맛본 국민의힘은 김종인의 ‘매력’과 ‘마력’을 쉽게 떠나보내지 못할 것입니다. 용병의 극적인 홈런으로 당은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는데 굳이 그를 내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승장에게 계속 병권을 맡기는 것은 당연한 전략입니다. 현재 보수층에서는 “결국은 김종인을 통해야 이긴다”는 불문율이 서서히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은 김 전 위원장을 재 소환할 것입니다. 문제는 김 전 위원장의 ‘사심’과 ‘탐욕’입니다. 그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대권주자를 편애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올 수 있습니다. 여차 하면 대안부재론을 내세우며 자신이 직접 링 위에 뛰어들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가 안철수를 강하게 밀어내는 것도 잠재적 경쟁자를 사전처리하려는 제스처로 읽히는데 이것이 지나친 억측일까요?


#박영선 전 의원

박영선 전 의원은 선거에서 패배한 뒤 “많이 울고 싶지만 울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라며 애써 절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 전 의원은 8일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모든 것은 후보가 부족한 탓”이라며 자책했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예상보다 큰 격차로 패배한 탓에 공기는 침울할 수밖에 없었지만, 후회보다는 새 출발을 다짐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선거가 오만한 집권세력에 대한 묻지마 응징 투표였기 때문에 대부분 ‘박영선 후보 잘못이 아니다’라고 쉴드를 쳐줍니다. 

과연 그럴까요? 박 전 의원은 대권으로 직행할 수도 있는 서울시장 도전 자격을 무려 3번이나 받은 ‘행운의 정치인’입니다. 당 안팎에서는 서울시장같은 최고의 대권도전 자리를 3번씩이나 받은 것은 ‘특혜 중의 특혜’라는 평가도 많습니다. 박 후보는 의원 시절 야당의 ‘이명박 저격수’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방송인 출신으로 언변이 뛰어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나 시대정신을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의원들을 통솔하는 능력 등은 알려진 명성에 비해서는 그리 출중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MBC’ 선배인 정동영 전 의원이 대중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대권에까지 도전했지만 ‘역대 대선 최대 표차’인 531만7708표차 참패로 끝난 것과 기시감이 든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 후보는 당분간 잠행하며 후일을 도모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장관까지 거쳐 더 이상 공직에 오를 곳이 없고 서울시장 도전에서도 3연패를 했기 때문에 더 도전할 곳은 이제 ‘청와대’뿐입니다. 서울시장 허들도 넘지 못한 정치인이 높이를 더 높여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정상적인 경로냐는 비판도 나올 것입니다. 그래도 그 누가 알겠습니까. 오세훈 시장도 10년 전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박원순 전 시장의 사망으로 천금같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박 후보도 바로 그런 천운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대권도전의 천운이 누구에게나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이낙연 전 대표

이번 선거에서 박영선 전 의원 다음으로 깊은 타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입니다. 그는 8일 오전 당 수습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도 참석하지 않았을 정도로 충격을 받은 듯합니다. 미래도 매우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당 지도부가 총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대 참사의 한 복판에 그가 있습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후보 공천을 결정했고 선거전을 진두지휘한 이 전 대표가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세입니다. 비주류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올 정도로 당심은 격앙돼 있습니다. ‘총선 180석의 그 좋은 분위기를 이 전 대표가 단 6개월만에 다 말아먹었다’는 다소 심한 공격도 나옵니다. 

사실 이낙연 전 대표의 이번 패배 책임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입니다. 이 전 대표는 뛰어난 공격수 스타일이 아닙니다. 상대의 공격에 요리조리 대처하는 수비형 정치인입니다. 그가 국무총리에서 대권주자로 확 뛰어오를 때 그 주 원동력은 자신의 개인기가 아니라 어리숙한 상대방의 ‘똥볼차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정부질문 때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고함만 지르며 구습에 빠져있던 야당 의원들은 그의 좋은 먹잇감이었습니다. 조분조분하고 논리적인 말솜씨와 경험칙에서 우러나는 훈계형 화법으로 야당 의원들을 몰아세웠습니다. 국민들은 국무총리의 당당함에 환호했고 그를 대권주자 1위로 밀어 올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찬란한 명성에 비해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습니다. 이해찬 전 대표와 같이 당을 장악하는 강력한 그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문 비문을 가리지 않는 완전한 통합 스타일도 아니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서민경제가 파탄 났을 때 당 차원에서 적절한 비상대응을 잘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눈치 없이 ‘사면론’을 띄워 대권 흑심만 드러낸 꼴이 돼 버렸습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상임선대본부장으로서의 그의 존재감은 지극히 미미했습니다. 정세를 예리하게 판단하고 상황을 반전시키는 전략적 노림수를 전혀 만들지 못했습니다. 

호남의원 4선에 전남지사의 ‘온실’을 걷다 비로소 강호의 고수들과 중앙무대에서 대권일합을 겨루었지만, 역부족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참모들의 전략도 임팩트가 없기는 했지만, 모든 책임은 이 전 대표 자신에게 있습니다. 대권은 역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타개해 나가며 쟁취하는 것입니다. 이 전 대표에게 다시 기회가 올지, 물음표가 먼저 떠오릅니다. 한 자릿수로 추락한 지지율의 반등을 꾀하기에는 그의 손에 남은 카드가 너무 부족해보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보궐선거 참패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의문의 1승을 추가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의 최대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이번 선거 후유증으로 서서히 침몰중이기 때문입니다. 여권 내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독주’ 구도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지사도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서 혼자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가지 외부 요인들이 자신의 경쟁자들을 하나 둘 씩 처리해주니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톱으로의 급부상은 타깃의 명중률을 더욱 높여줄 것입니다. 이 지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다는 말은 그에 대한 검증도 더 날카로워짐을 의미합니다. 우월적 지위는 책임을 동반합니다. 대권주자로의 급부상은 곧 ‘털림’을 의미합니다. 친문세력 일각에서 당장 9월 대선후보 경선을 연기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재명 독주에 대한 반감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제 3의 후보를 띄워 그 과정에서 이 지사가 내상을 입고 주저앉아야 친문이 그 공백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이번 보궐선거의 핵심은 중도층의 전략적 선택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진보진영을 지지해주던 중도층이 이번에는 보수로 완전히 돌아섰습니다. ‘문재인 2.0’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재명 식 ‘포퓰리즘’도 냉엄한 검증의 심판대에 오를 것입니다. 중도층 확장성 면에서 볼 때 이 지사의 경쟁력에는 의문부호가 붙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보선을 통해 대선의 풍향계나 다름없는 중도층이 민주당식 개혁 기조에 강한 반감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다소 급진적인 ‘기본정책 시리즈’로 입지를 다져 온 이 지사가 얼마만큼의 본선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유리한 대권 도전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와 불화를 거듭했던 친문들이 ‘대안이 없다’며 이재명 지사를 대안 주자로 인정할 경우, 아니면 대세에 투항할 경우, 그의 당 장악력은 급속도로 높아질 것입니다.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이 될 것입니다.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주당식 내로남불 개혁 헛발질을 답습하지 않고 보다 통합적인 면모를 보인다면 천운도 한발 더 그에게 다가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보궐선거에서 분 정권심판론의 맹렬한 바람과 2030의 변화된 표심이 내년 때까지 이어진다면 이 지사도 참패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마지막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입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윤 전 총장은 슬쩍 발을 담기도 했습니다. 그는 조선일보의 한 기자와 전화인터뷰를 가지며 이번 보궐선거의 의미를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번 선거에 그도 간접적으로 참전을 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잠행하던 1위 대권주자의 메시지 치고는 너무 내용이 없고 수준도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는 선거의 의미를 규정하며 대여 투쟁의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일부 보수언론이 계속 ‘선거에 개입해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해서 그가 전화인터뷰 형식으로 급하게 참전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성적은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습니다. 그의 메시지 파괴력이 예상보다 미미했고 대중의 주목도도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미지근하게 일단 한발 걸친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선거 이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직전 조사보다 7%포인트 떨어진 18%를 기록해 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은 24%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보궐선거 정국에서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윤 전 총장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으로 꺾였다는 평가입니다. 보궐선거를 통해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주기를 기대했던 일부 보수층의 기대는 물거품이 된 셈입니다. 특히 오세훈 후보가 이번에 완승을 하면서 윤 전 총장으로서도 장외에서 편안하게 몸값을 부풀릴 처지가 아닙니다. 국민의힘 입당의 압력이 좀 더 높아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불쑥 들어가자니 그것도 그렇게 명분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윤 총장은 보궐선거 야당 압승으로 복잡한 고차방정식 하나를 받아들게 됐고, 그 문제풀이로 꽤 골치가 아프게 생겼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로 정당조직의 중요성이 확인됐고 윤 전 총장도 국민의힘에 입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시기는 야권 단일화 논의에 탄력이 붙는 7~8월께가 유력합니다. 윤 전 총장에게 가장 좋은 그림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다시 복귀해 그를 입당시키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줘 대권주자로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윤 전 총장이 별을 따려면 ‘별밭’으로 먼저 들어가야 합니다. 그 사다리는 국민의힘에서 만들어줘야 합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102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려면 천재적인 정치력과 리더십, 통찰력 등이 그 전제조건이 돼야 합니다. 몇 달 만에 고액 속성과외를 ‘김종인 선생님’이 해준다고 해도 스폰지처럼 흡수하는 능력이 모자란다면 이 멋진 시나리오는 보수층의 허무한 춘몽에 불과할 것입니다. 과연 백마를 탄 윤석열 장군이 나타날까요? 

 

(4월 9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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