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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언박싱] 서울시장 보궐선거 최종 승자는?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4. 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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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 선거가 불과 닷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4월 1일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기 때문에 여야는 어두운 미로에서 승리의 불빛을 찾아내야 합니다. 지금 판세로는 야당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민주당의 ‘내로남불’에 학을 뗀 민심이 이번에 분노와 응징의 투표를 할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합니다. 여권은 정권 말 심판론이 득세할 것임을 예상했음에도 10년 전 후보(박영선)를 재소환 하는 등 안일하게 대응한 측면도 큽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오세훈 박형준 후보의 ‘거짓말’과 각종 비리 연루 의혹은 국민의힘을 예의 귀족불통정당의 이미지를 고착화시켜주고 있습니다. 승부는 국민의힘에게 유리해 보이지만 문제 많은 후보의 당선이 내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이번 선거에서 시전해 보인다면 꼭 나쁜 결과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메인게임은 내년 대선이기 때문입니다. 

4·7 재보궐선거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에 실시된 마지막 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온라인 검색량을 나타내는 구글·네이버 트렌드 지표에서도 오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정치전문가들도 대체로 국민의힘 승리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최근 15년간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보면 마지막 여론조사 1위가 실제 선거에서도 당선됐습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선 ‘여론조사 경계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가 재보궐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데다 처음 사전투표가 실시되는 시장 선거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섣불리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반영되기보단 ‘적극 투표층’이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서울 지역구 국회의원과 서울 자치구 구청장 수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한 여당이 폭발적인 ‘조직력’을 발휘할 경우 승부를 예단할 수 없습니다. 

오세훈 후보는 3월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지지율 상승세와 관련해 “믿으실지 모르지만, 저는 지금 지지율을 믿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여유 있게 앞서가는 사람의 엄살이 아닙니다. 실제로 오 후보는 여론조사의 덫에 빠져 걸린 적이 있었습니다. 2016년 4·13 총선 서울 종로 선거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기호 1번 새누리당 후보로,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호 2번 민주당 후보로 맞붙었습니다. 선거 초반엔 오 후보가 지금 재보궐 때처럼 모든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나타냈습니다. 투표일 20일 전에 발표된 KBS·연합뉴스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유선전화 RDD 전화면접 방식)에선 ‘오세훈 45.8%, 정세균 28.5%’로 오 후보가 17.3%포인트나 앞섰습니다. 하지만 당시 정 총리는 다음 날 SNS를 통해 “이 숫자를 꼭 기억해 주시라. 이것이 왜곡인지 아닌지 제가 증명해 보이겠다”며 대역전극을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4월 13일 실제 개표 결과에선 정 총리가 52.6%를 얻어 과반 득표에 성공했습니다. 오 후보(39.7%)에 12.9%포인트 앞선 완승이었습니다. 이런 ‘악몽’을 경험한 오 후보가 이번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민주당은 선거를 닷새 앞두고 박영선 후보가 상당한 반등을 통해 오세훈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한 자릿수로 좁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층 중심의 적극 투표 의사층이 여론조사 결과보다 실제 투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 투표일까지 이 격차는 더욱 좁혀질 것이라고 합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서울시장 승부를 3%p의 ‘박빙선거’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선거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이같은 ‘근자감’에 대해 ‘의도적으로 지지층을 겨냥해 투표하면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20%p 이상 격차가 벌어지는 여론조사가 너무 일찍 나와 버릴 경우 민주당 지지층 중에서 투표를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나올 수 있으니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힘도 판세를 낙관하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5~7%p 정도 차이로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은 ‘여론조사기관 결과가 일시적으로나마 야당 지지성향의 답변이 과대 포집되는 경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 응답했던 지지층들이 재보선 투표일에 실제로 투표장으로 나와 야당에 표를 줄 ‘실수요자’일지는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의힘 내부적으론 투표율에 따라 지지율 차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50% 미만으로 극단적으로 저조할 경우엔 패배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치권에서는 ‘투표율이 50%를 넘으면 국민의힘이 신승하고 55%를 넘게 되면 5%p 이상 격차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의 압도적 차이와 다르게 민주당이 자신감을 은연 중 드러내고, 국민의힘이 ‘부자 몸조심’을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오세훈 후보의 ‘거짓말’ 논란과 ‘태도’ 때문입니다. 오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처가 땅이 속한 서초구 내곡동 일대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하고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하는 과정에 직접 개입했느냐는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고 있지 않습니다. 바로 오세훈 후보의 ‘거짓말’ 의혹 때문입니다. 오 후보는 내곡동 땅 의혹에 대해 “몰랐다”(페이스북 글)는 첫 해명 이후 “본질이 아니다”(라디오 인터뷰), “정확히 말씀드리면 제 기억에는 없다. 그러나 기억 앞에선 겸손해야 한다”(후보자 토론회)로 이어진 불확실한 입장 표명으로 점점 거짓말 프레임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가 내곡동 땅에 현장 측량까지 가서 생태탕을 먹고 ‘페라가모’ 구두를 신었다는 구체적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오 후보는 계속 ‘팩트는 내곡동 땅 보상 문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것으로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습니다. 공직자의 가장 기본적 자질인 정직성을 밥 먹듯이 위배한다면 다른 공직수행도 마찬가지로 얼렁뚱땅 넘겨버릴 수 있습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기억 오류’에 대해 인정하고 그것에 겸손했다면 상황이 점점 악화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재 민주당 지지층은 오 후보의 이같은 거짓말 행태에 상당히 분노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사태 등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현 정부에 등을 돌리거나 최소한 기권으로 그 분노를 표출하려고 했으나, 오 후보의 ‘뻔뻔한’ 거짓말이 점점 정권실정에 대한 실망의 수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중도층입니다. 여권 지지층의 거짓말에 대한 단죄 의지 표출과 분노가 중도층으로 옮겨갈 경우 오 후보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 후보의 거만하고 오만한 태도도 말들이 많습니다. 오 후보는 2019년 10월 보수단체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중증 치매환자의 넋두리 같은 소리”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이 말이 논란이 되자 그는 “비유만 쓰면 망언이냐” “독재자 표현을 더 가슴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오 후보가 한창 야인의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입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시장의 공직을 수행할 태도를 검증받고 있습니다. 당시의 모욕은 문 대통령뿐 아니라 치매환자와 가족들에게도 모욕감을 줄 수 있는 발언입니다. 그냥 깨끗이 사과하고 사태를 수습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오세훈 후보는 끝까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다가 지난 3월 31일 “더이상 그런 표현을 쓰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최근의 용산 참사에 대한 발언도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언어 폭력’입니다. 이후 그가 사과하긴 했지만, 그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일어난 불행한 사태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과격 전철연 분자’들의 소행이라는 평소의 생각을 은연중 드러낸 말의 대참사였습니다. 일각에서는 거짓말 논란을 용산 참사로 전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쏟아낸 말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경위야 어쨌든 오 후보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서울시장의 결격사유에 해당됩니다. 시민들은 오 후보가 비록 지금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며 잘 나고 있지만 그의 언행을 면밀하게 지켜볼 것입니다. 과거 서울시장 재임 시절 각종 행사에서 그가 보인 거만하고 오만한 태도를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거짓말 논란과 함께 오 후보의 태도와 품성 변수도 5% 안팎의 승부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낼 폭발력이 있습니다. 

 



선거를 닷새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여유 있게 앞서고 있는 오세훈 후보의 페이스가 확실히 탄탄해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앞서 짚어본 보궐선거 변수, 투표율, 오세훈의 거짓말과 태도 등이 오 후보가 막판까지 절대 경계를 늦추지 않는 족쇄가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이긴 하지만 ‘정권 심판’에 대한 열망도 많이 표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월세 인상 논란은 민주당 집권세력의 내로남불 하이라이트였습니다. 

김 전 실장은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본인의 청담동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14.1% 올려 엄청난 비난을 받았습니다. 국가의 주요 정보를 개인의 사익 편취에 이용한 악질적인 행위입니다. 수많은 기자들과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낡고 오래된 가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던 그의 개인통장에는 14억원이라는 현금이 들어있었습니다. 현금 보유를 탓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도 현금이 없어 전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뻔뻔하게 거짓해명을 한 그의 이중적인 위선에 국민들도 혀를 내둘렀습니다.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전·월세 5%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박주민 의원은 임대차 3법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자신이 갖고 있는 아파트 임대료를 크게 올린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았습니다. 두 가지 사안 모두 정책 입안자들이 정보권력을 이용해 약자들을 ‘착취’한 경우입니다. 현 정권에서 그래도 도덕적으로 보이고(시민단체 출신) 약자들을 위한다고(세월호 참사 대응) 떠들고 다니던 그들의 민낯은 부동산 불평등으로 신음하는 서민들에게 엄청난 박탈감과 배신감을 던져주었습니다. 

이런 여권의 내로남불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대들이 대거 현 집권세력에 등을 돌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앙대 신진욱 교수는 한 칼럼에서 집권여당의 실정에 대해 ‘배타적·독선적인 도덕정치의 문제, 진보의 권력화에 따른 폐해, 민주당의 정체성 혼란’ 등을 신랄하게 짚었습니다. 신 교수는 “소수가 ‘정의’를 독점하고 다수를 배제하거나 추종자로 만드는” 현 집권세력을 맹렬하게 비판합니다. “진보의 권력이 확대되면서 일어난 권력의 특권화”도 짚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문으로 ‘할 수 없이’ 치러야 하는 선거입니다. 진보층의 위선과 무능이 이번 선거의 주 심판대에 오를 경우 민주당 후보는 답이 없습니다. 국민들의 공정에 대한 열망을 깡그리 무시하고 ‘추미애-윤석열 싸움’으로 무능한 국정운영 행태를 보인 집권세력을 응징하는 마음으로 투표장으로 향할 경우 민주당의 패퇴는 기정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우리도 잘 못 했지만 저당은 잘 못한 것이 더 많다’며 적반하장식 선거전략을 보이다 불과 며칠 사이 ‘사과 모드’로 급전환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과마저도 ‘조적조’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 2010년 9월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문제로 중도 사퇴를 앞두고 있을 때 페이스북에 “유명환을 비롯한 고위직들은 무슨 일이 터지면 ‘사과’를 한다. 어디선가 들은 우스갯소리 하나 하겠다.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이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이에 내 말을 추가하자면, ‘파리가 앞발 비빌 때는 뭔가 빨아먹을 준비를 할 때이고, 우리는 이놈을 때려잡아야 할 때이다’. 퍽~~”이라고 적었습니다.

 


지금 조 전 장관의 이 말이 현 집권세력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집권세력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으로 잡고 있는 야당의 전략도 이런 민심에 기초합니다. 이런 정권에 대한 반감과 분노가 중기부 장관 등을 거치며 능력을 키워온 박영선 후보의 경쟁력마저 빛을 잃게 만드는 결정적 가로막이 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후보 개인의 신선함도 떨어지지만 집권세력에 대한 거부감이 박 후보의 존재를 완전히 가리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가 민주당에게 상당히 어렵게 진행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이 문제를 불과 닷새만에 해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차라리 민주당은 ‘졌잘싸’ 전략을 택해야 합니다. 

사실 이번 선거는 임기 1년짜리 반쪽 선거입니다. 내년 대선이 남아 있습니다. 이겨도 별다른 실익이 없는 선거에서 네거티브에 올인해 부득불 이기려는 민주당의 전략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차라리 승패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민주당의 서울시 개발과 비전제시에 주력하는 것이 낫습니다. 동시에 현 집권세력의 내로남불도 통렬하게 반성하는 모습도 보여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이번 선거가 내년 대선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막연한 판단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대선을 목전에 두고 치러진 선거에서의 승리가 반드시 대선 승리를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임기말 치러진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제1야당인 민주당과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 시민사회가 결합해 여당을 꺾고 무소속 후보였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승리를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1년 후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후보로 내세운 여당(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당시 한나라당에게 참패했지만 6개월 뒤에 치러진 12월 대선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내세워 승리를 거뒀습니다. 지금으로선 11개월이나 남은 대선에 이번 선거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줄지 그 근거가 불명확합니다.


 

민주당은 차라리 이번 선거를 ‘가출한’ 2030 세대를 어떻게 집으로 되돌아오게 할지 고민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아온 이들 세대는 그동안 집권세력과 문재인 대통령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지만 최근 들어 급속하게 보수 정당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거듭된 불공정 논란에 취업·부동산 등 경제 문제가 겹치면서 진보집권세력에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들의 급격한 정치성향 변화는 일회성이 아니라 전통적인 세대별 선거지형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는 신호입니다. 2030의 투표성향은 이번 선거는 물론 내년 3월 대선국면에서도 주요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 세대는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사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관련 논란이 이어지면서 정부에 대한 실망이 누적돼 왔습니다. 여기에 계속된 경기침체와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상승으로 인해 내 집 마련이 힘든 상황에서 LH직원 땅 투기 의혹이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습니다. 이러한 2030세대의 전반적 의식 변화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번 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대선국면에서도 2030세의 혁명적인 표심이 변수로 작용할 경우, 이해찬 전 대표가 말한 “저쪽 당(야당)은 대선 후보감으로 볼 만한 사람이 눈에 안 띈다”는 근거 없는 낙관론도 ‘뻥튀기’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보궐선거는 거짓말 논란과 각종 비리 연루 의혹으로 얼룩진 자격미달 국민의힘 후보와 내로남불 정당 소속의 10년 전 옛날 후보가 맞붙는 ‘노잼’ 선거입니다. 서울시민들은 ‘누가 누가 덜 밉나’는 기준으로 시장을 뽑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직하고 솔직하지 못한 데다 거만한 태도로 일관하는 후보의 단점도 김상조와 박주민의 전세금 월세 인상의 위선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조금 덜 ‘미운’ 오세훈 후보가 이긴다고 해도 이는 국민의힘이 그리 기뻐할 일이 아닙니다. 

이번 선거보다 만 배는 더 중요한 내년 대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거나 골프는 고개 쳐드는 순간 집니다(박지원 국정원장 2016년 국민의당 원내대표 시절 발언). 서울시장 보궐선거 토론회에서 내내 고개를 빳빳하게 들어 화제를 모았던 오세훈 후보의 승리가 유력해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오세훈 후보의 ‘태도’와 그의 거짓말을 수수방관하며 오로지 승리에만 집착하는 국민의힘 불통 행태를 분명히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년 대선에서 그 기억을 되살릴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기억 앞에 겸손해야 됩니다. 

 

(4월 2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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