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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언박싱] 야권 정계개편 고차방정식 풀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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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언박싱] 야권 정계개편 고차방정식 풀이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4. 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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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막이 올랐습니다. 그동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선취권을 내주며 끌려가던 국민의힘은 오세훈 후보가 단일화 싸움에서 승리하면서 한시름 놓게 됐습니다. 그래도 102석 제 1야당은 ‘썩어도 준치’였습니다. 고작 3석의 국민의당에 먹히는 능욕의 대참사만은 막아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자리 욕심’에 안절부절 못하는 안철수 대표의 전략 부재와 조바심을 지적합니다. 오세훈의 승리에는 국민의힘이라는 의석수에 기반을 둔, 실체가 있는 정당조직을 중심으로 야권이 뭉쳐야 한다는 국민의 메시지도 숨어 있습니다. 오세훈의 단일화 승리는(아직 보궐선거 결과가 남았지만) 향후 전개될 야권의 정계개편에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위한 야권 단일화 승부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극적인 드라마였습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양측은 약속한 시한까지 합의를 못 해 엄청난 비난을 받을 뻔했지만, 보수층의 올코트프레싱 압박에 안 후보 먼저 수건을 던졌고 이어 오세훈 후보도 화답해 ‘양보경쟁’까지 하며 일단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번 단일화는 오세훈 후보의 개인 능력에 의한 승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제1야당의 재기를 염원하는 보수 지지층이 밀어 올려준 전략적 선택의 결과입니다.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끝없이 비틀거리며 좌충우돌하던 제 1야당을 이번에 억지로 바로 세워주었다고 봅니다. 180석을 등에 업고 ‘오만질주’하는 집권여당을 제대로 견제하라고, ‘미워도 다시 한번’ 국민의힘에게 힘을 몰아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오세훈 후보의 승리에 대해 ‘2번의 역전승’을 이끈 기적같은 일이라고 치켜세웁니다. 그는 초선임에도 2004년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하는 소위 ‘오세훈법’을 주도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잘나가던 초선의원 오세훈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편하게 재선을 할 수 있었지만 그 탐욕을 억제하고 오세훈은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아마 이때부터 그는 ‘대권’의 꿈을 키웠을 것입니다. 오세훈이 무상복지로 서울시장직을 걷어차지 않고, 정치 입문 초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때의 패기와 무욕의 전략을 견지했다면 지금쯤 청와대에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서울시장이라는 권력을 맛보면서 오세훈은 조급해졌고, 탐욕스러워졌습니다. 그는 2011년 8월 무상복지 반대를 하는 과정에서 자진 사퇴했습니다. 당시 그가 보인 ‘무릎 꿇기 퍼포먼스’는 지금도 회자되는 치욕의 장면입니다. 지금도 ‘아이들 급식을 자신의 대권탐욕에 이용했다’는 주홍글씨를 달고 다닙니다. 오세훈은 당시 한나라당과 상의도 없이 무상급식에 올인을 했지만 실패했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현재의 보궐선거를 잉태한 원죄를 아직도 안고 있습니다. 오세훈은 시대정신을 잘 못 읽고 오로지 대권병에 빠져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이번에 기사회생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먼 길을 돌아 다시 서울시장 3선의 도전 길에 오른 오세훈은 자신이 단일화에 승리했다는 소식을 듣자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10년 와신상담 끝에 다시 중앙정치로 화려하게 복귀해 그럴 만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단일화 승리는 오세훈이 예뻐서 그가 소리 없이 아우성치게 해준 것 아니라, 180석 집권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헤매는 보수야당에 국민들이 나침반을 하나 던져준 것이라고 봅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단일화를 통해 제1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대선 전초전격인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자체 후보를 출마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향후 국민의힘 중심의 야권 정계개편이 가속화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종인 위원장의 어깨에도 힘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기세를 몰아 오세훈 후보를 앞세워 보궐선거까지 선까지 승리한다면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의 ‘반문(반문재인) 연대’ 구심력 또한 강해질 전망입니다. 이번 오세훈-안철수의 단일화는 단순히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뽑는 것이 아니라 야권 정계개편의 단초를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제 3세력의 후보가 정치적 승리를 거둔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경제 대통령으로 불릴 만했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대선 도전 실패, 무소속 박찬종 후보의 서울시장 도전 실패, 2002년 대선 때의 정몽준 의원도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 뒤 2011년 안철수 바람이 불었고 제 3의 후보로 2012년 대선,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서울시장 선거, 2020년 총선에 도전했지만 거의 다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서도 패배해 안철수의 제 3후보 명도 거의 다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제 3후보는 그 실체가 모호하고 현실정치에서 뚜렷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연전연패했습니다. 그 핵심적 원인은 바로 뜬구름 위에서 ‘새로운 정치’만을 부르짖었기 때문입니다. 정당이라는 정치의 근원적 조직 없이 한 개인의 인기만으로 권력쟁취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입니다. 이번 후보 단일화 싸움도 안철수의 ‘허상’보다 오세훈의 ‘조직’과 안정성에 국민들이 더 방점을 찍어준 결과입니다. 모래 위에 성을 쌓는 헛발질보다 썩은 누각이라도 다시 고쳐서 새 집을 짓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국민들의 냉정한 계산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야권 후보 단일화로 오세훈이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이는 한 개인의 승리가 아닙니다. 내년 대선을 위해 국민의힘 중심으로 야권이 뭉쳐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수지지층들이 미리 답을 준 것이라고 봅니다. 국민들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우산 아래 ‘반문(문재인) 연대’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많습니다. 이미 안철수가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합당 의사를 밝힌 만큼 자연스럽게 ‘반문 빅텐트’가 펼쳐질 것입니다. 오세훈 후보 승리 직후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빅텐트’론을 폈습니다. 오세훈이 10년 만에 재기하는 점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보수 재건의 주춧돌을 쌓고 야권 정계개편의 시발점’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국민의힘 중심의 빅텐트에 안철수, 윤석열과 무소속 홍준표 의원 등 당내.외 대권주자들이 모두 모여 경쟁하는 시나리오가 최선입니다. “중도우파 주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 국민들의 관심을 끌면 내년 3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도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했을 때 유효합니다. 야권이 승리하게 되면 국민의힘은 국민의당은 물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포함해 반민주당 세력 규합에 나서며 몸집을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세훈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패배하면 야권은 다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당장 국민의힘으로는 내년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야권의 제 3지대 헤쳐모여론이 다시 힘을 받을 것입니다. 그 중심에는 물론 윤석열 전 총장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 단일화 싸움에서 오세훈 후보가 이김으로써 안철수 대표가 장외에서 드라이브를 걸었던 제 3지대 빅텐트론은 일단 서서히 소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철수의 정치적 공간이 상당 부분 사라졌고 그는 국민의힘 입당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합니다. 권력향방에 영민한 안철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상견례’ 자리에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화끈한 구애작전을 펼쳤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화끈하게 화답해주었지만, 연전연패하고 있는 그를 무시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안철수의 바람은 이제 거의 빠져버렸습니다. 할 수 없이 국민의힘에서 대권도전을 모색해야 합니다. 조금 비굴해 보이지만(입당 하라고 해도 하지 않고 자존심으로 버티다 들어왔기 때문에), 다시 와신상담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오히려 국민의힘에서 그의 입당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엿보입니다. 

지금까지 야권 정계개편은 장외의 안철수 윤석열 양 날개가 102석의 국민의힘 몸통을 합체하느냐의 여부였습니다. 하지만 안철수의 한 날개가 꺾였고, 나머지 윤석열이라는 날개도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 몸통에 합체할 가능성도 조금씩 열리고 있습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윤 전 총장의 행보가) 제3지대냐, 국민의힘이냐는 호사가들이 하는 얘기다. 제3지대로 성공한 예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바깥에서 헛바람 들어 뛰어봐야 헛방이라는 것입니다. 국민의힘이 비록 낡고 초라한 갑옷을 입고 있지만, 그것이 정치의 초짜중의 초짜 윤석열의 불안정성을 덧대줄 가장 강력한 외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이회창 모델을 다시 소환해봅니다. 윤석열로서는 혈혈단신 이회창이 신한국당을 어떻게 통째로 먹고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당내.외 민정민주계 연합 ‘신주류’의 조직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이회창은 당시 거대한 집권여당의 대선후보가 되기는 불가능했습니다. 이회창이라는 원칙주의자가 신한국당을 쇄신하고 그 여세를 몰아 대권에 도전했던 것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도 가장 먼저 할 일은 늙고 병든 국민의힘을 공정과 정의의 칼날로 대수술(쇄신)을 해야 합니다. 국민의힘에 들어가 기득권의 진흙탕에 빠지지 말고 젊고 유능한 전문가그룹을 영입해 국민의힘에 새로운 피를 돌게 해야 합니다. 

윤석열의 국민의힘 접수 작전은(이 과정에서 엄청난 권력투쟁이 있겠지만) 그 자체로 보수야당이 새롭게 집을 보수하는 산고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윤석열에게 저항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수구세력으로 몰려 비판을 받을 것입니다. 문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아무런 저항 없이 곳간 열쇠를 윤석열에게 얌전하게 넘겨주느냐 하는 것입니다. 오세훈의 승리를 맛본 의원들이 점차 ‘이러면 우리끼리 해도 되겠는데 굳이 남을 집에 불러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말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의 국민의힘 합류는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전 총장으로서는 보궐선거 결과와는 상관없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보수의 새로운 집 짓기 역할을 해야 하는 쪽으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합류 시기를 ‘5월’로 못 박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제 3지대에서 힘을 키울 것이라는 시나리오 자체를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5월’로 합류를 못 박은 것은, 국민의힘 합류가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적은 힘으로 대권 도전 직행의 지름길임을 윤 전 총장에게 힌트를 준 것입니다.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패배한다면 제 3지대 중심의 정계개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신당 창당과 대선주자 결정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지난한 길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금 국민의힘의 강력한 ‘오너’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 3지대 헤쳐모여도 일사불란하게 이뤄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을 보수하고 내실을 다져 내년 대선에서 응집력을 발휘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특히 대선주자도 그 과정에서 확실하게 추대를 받게 되는 형식이라면 그 힘은 배가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변수가 바로 ‘안철수’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대선 행보 뉘앙스를 내비친 것과 관련해 “정권교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 대해 “선거라는 선거는 무조건 일단 내 위주로 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자회견 내용을 보니 앞으로 대선 행보에 있어서도 또 한 번 해보겠다는 뉘앙스가 비쳤다”고 말한 김 위원장은 “제가 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년에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데 있어서 본인이 또 장애요인이 될 것 같으면 결정적으로 정권교체에 지장을 초래할 텐데 그 짓을 할 수 있겠느냐”고 쏘아붙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안철수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또 다시 특유의 오만함에 빠져 당의 대권구도 경쟁을 흩으려놓을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을 것입니다. 

안철수 대표가 보궐선거 뒤 국민의힘과 합당하지 않고 뻗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주도의 대선 플랫폼을 인정하지 않거나 합당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의 시나리오는 차질을 빚게 됩니다. 안 대표는 단일화 결과 발표 이후엔 ‘합당계획’을 묻는 기자들에게 “합당은 절차들이 있다. 당의 주인인 당원들 뜻을 묻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해다. 또 “그것뿐만 아니라 윤 전 총장을 비롯한 야권 인재들, 시민단체들 모두 묶어서 범야권 대통합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해 “단일 후보 결정 전과 비교할 때 뉘앙스가 바뀐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안철수 대표의 정치 최대 단점은 바로 모호함과 이중성입니다. 한번 결정을 했으면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하는데 매번 상황논리에 빠져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야권 정계개편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의 줄다리기 힘싸움이 될 것입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 주변에서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에서 활동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습니다. 하지만 오세훈 효과로 재미를 본 국민의힘은 윤석열 입당을 기정사실화 하고 안철수 압박 때처럼 그를 몰아붙여 당으로 불러들일 것입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힘이 쏠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손 쉽게 윤석열 중심의 제 3지대로 피난을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102석이 주는 조직적인 안정감과 전통야당의 저력을 믿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후보 단일화 싸움에서 오세훈이 이겼다는 것은 국민의힘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지만 그 자체로 국민의힘을 옭아매는 덫이 될 수도 있습니다. 먼저 ‘오세훈 후보’가 탄생함으로써 국민의힘은 생명 연장 장치를 좀 더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오세훈의 승리는 고사 직전까지 갔던 국민의힘에게 잠시 산소마스크를 씌워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단기 처방일 뿐 근본적인 치유책이 아닌데 국민의힘이 이번 승리에 자만해 이제 병이 다 나았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어렵게 기사회생함으로써 국민의힘은 중도로까지 더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오만독주를 할 수도 있습니다. ‘오세훈도 배출했으니 대선도 우리 힘대로 할 수 있다’는 오해와 자만이 생기게 되면 당의 확장성은 물 건너 가게 됩니다. 이는 내년 대선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여권 일각에서 ‘오세훈이 승리해 오히려 다행이다. 국민의힘이 더 쇄신하고 중도 확장할 여지를 줄여줬다. 이번 보궐선거에 지더라도 내년 대선에서 여권이 해볼 만한 그림이 그려졌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야권이 예의 자만심과 오만으로 자멸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오세훈의 승리는 윤석열의 운신 폭을 더 좁히고 그의 행보를 어렵게 할 수도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자당 출신 후보라도 대선에 내보낼 수 있다는 성급한 자만심에 빠지게 되고 윤석열의 필요성을 그렇게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오세훈은 이제 ‘예선’에서 딱 한 번 안철수를 이겼을 뿐입니다. 상대는 서울 7연승의 민주당입니다. 절대 호락호락하게 이번 선거뿐 아니라 내년 대선을 국민의힘에 넘겨주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퇴임 직전까지 의미있는 지지율로 버텨준다면 국민의힘의 내년 대선도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야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이번 오세훈의 반짝 승리로 벌써부터 자만심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도 “자만하지 말고 언행을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오세훈 승리로 잠시 산소마스크를 뗀 정도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고질병은 그렇게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국민의힘 자력으로는 내년 대선 승리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번 후보 단일화 전쟁도 안철수라는 불쏘시개가 있어서 화력이 막강하게 세졌습니다. 내년 대선도 강력한 외력이 작용해 국민의힘을 역동성 있게 만들어야 한번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그 외력의 발원지가 바로 윤석열입니다. 윤석열 바람이 계속 불 경우 두 세력은 언젠가는 합체를 해야 할 것입니다. 윤석열도 국민의힘 조력이 있어야 완전체가 될 것이고, 국민의힘도 윤석열이라는 날개가 있어야 보수의 비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권 정계개편은 플러스의 힘으로 풀어내야 승산이 있습니다. 마이너스는 공도동망일 뿐입니다.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기게 되면 그 난해한 고차방정식을 ‘김종인 선생님’이 계속 풀어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이는 현실에 안주할 것이냐, 보이지 않는 미래에 도전할 것이냐’가 그 방정식의 해답이 될 것입니다.

 

(3월 26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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