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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언박싱] 민주당 쇄신 ‘2주의 법칙’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4. 1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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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 선거 참패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필자는 민주당의 참패 직후 ‘대응 태도’를 예의주시했습니다. 그 시기에 쇄신의 동력이 마련되지 않으면, ‘표심’을 담보해내는 민주당의 담대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아가는 것 같습니다. 

재보궐 선거 이후 쉽사리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민주당의 면을 세워준 건 ‘초선족’들이었습니다. 선거 이틀 뒤 민주당의 20~30대 의원 5명이 그간의 일방독주에 대해 반성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민주당이 이번에야말로 선거의 참패에 대해 제대로 반성을 하려는 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이내 물거품이 됐습니다. 초선 5인방은 친문 강경파의 타깃이 돼 버렸습니다. 온라인 상에 ‘좌표’가 찍힌 5명의 의원들은 수천 건의 항의 전화와 문자에 시달렸습니다. ‘초선 5적’에 ‘초선족’까지 원색적인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2년 전 ‘조국 사태’를 패인으로 지목한 점이 이유입니다. 

친문들은 초선들의 쇄신 요구에 대해 “행동 없이 말뿐인 반성 아니냐. 조국 사태가 2년 전인데 그동안 뭐하다가 이제 와서 난리냐”라며 몰아세웠습니다. 친문의 ‘향도’ 김어준은 “여기서 2년 전 조국을 소환한 것은 매우 게으른 거라고 봅니다. 그 정도 게으른 분석으로 선거를 이길 수가 없어요.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위험한 사람이에요. 자기가 아는 것만으로 세상을 보는 거죠”라며 초선족 ‘손절’을 유도했습니다. 

‘초선족’에 대한 조리돌림이 있고 난 뒤 민주당의 자정과 쇄신 열망은 서서히 꺼져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최고위원 선출 방식입니다. 민주당은 선거 직후인 지난 8일 비대위 1차 회의에서 중앙위원회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하기로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사흘 뒤인 11일 그 결정을 번복했습니다. ‘초선족’이 친문 강경파로부터 집중 포격을 당한 것이 9일입니다. 이때 사실상 쇄신의 예봉이 꺾였습니다. 초선들의 쇄신 요구가 친문의 반격으로 무력화되면서 친문의 조직적인 저항이 시작된 것입니다. 

최고위원들을 원안대로 중앙위원회에서 뽑았으면 친문 외 비문 인사들도 지도부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흘 만에 애초의 결정을 번복하고 전당대회에서 선출하기로 수정 의결해버렸습니다. 쇄신의 핵심은 변화를 추동하는 ‘사람’을 바꾸는 것입니다. 하지만 원내대표, 당 대표에 이어 최고위원도 경선 선출로 결정되면서 당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친문 열성 지지층이 여전히 위세를 떨칠 것으로 보입니다. ‘도로 친문당’으로 될 게 뻔합니다.


 

선거 참패 뒤 불과 일주일 사이에 초선들을 중심으로 분출된 쇄신 열망은 권리당원 ‘일동’의 성명서로 허망하게 날아갈 처지에 놓였습니다. 민주당의 권리당원이 80만명인데 불과 몇 명의 당원들이 그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정치권에서는 친문 극성세력을 2000~3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비문 박완주 의원은 “과대 대표되는 강성 당원들의 입장이 당의 입장이 된다면, 민심과의 괴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도 민주당의 쇄신작업은 당심과 민심의 괴리만 확인한 채 ‘질서 있는 포기’를 하기 직전에 놓여 있습니다. 

민주당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친문 대 비문의 퇴행적 갈등구도’입니다. 정무수석으로 내정된 이철희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일찍이 “친노(문) 대 비노(문)의 진영 대결은 돌부처도 돌아앉게 할 정도의 꼴사나운 행태를 비호하는 숙주였고, 새 인물의 등장을 막는 창살이었다”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2014 ‘2003 체제를 혁파하라’ 중에서). 친문과 비문의 갈등은 민주당의 가장 큰 폐해인 정파주의에서 나옵니다.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당이 잘되고 우리 계파가 잘못되느니 당이 잘못되더라도 우리 파가 잘 되는 것이 낫다”라는 게 민주당 정파주의자들의 생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계파 간 감정적이고 소모적인 샅바싸움은 결국 시간만 허비하고 올바른 쇄신은 얼렁뚱땅 물 건너가게 되는 것입니다.

김태일 전 영남대 교수는 민주당의 쇄신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과거에 이미 지적한 바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의 집단 기억력은 유효기간이 2주다. 그 기간엔 당원부터 원로급까지 ‘바꾸자’, ‘안 그러면 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2주가 지나면 파벌의 특수 관계가 고개를 들고 결국엔 계파 간 담합으로 마무리된다.”

이 민주당 쇄신 ‘2주의 법칙’은 4월 7일 재보궐 선거 참패 뒤에도 어김없이 들어맞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초선족’의 좌절과 친문의 진압 사태를 보니 민주당 쇄신은 이제 ‘1주의 법칙’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4월 14일 여성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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