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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영입 효과 미미...4.15 총선 비상 걸린 내막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4. 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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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참배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민'이라고 처음 썼다가 재빨리 지우고 미래통합당이라고 써나갔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현재 제1야당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국을 돌며 표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존재감이 그리 부각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가는 곳마다, 심지어 부산의 경우에도 이전의 폭발적인 환호나 응원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선거를 불과 10여일 앞두고 당 지지율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김종인 영입 효과로 인한 지지율 상승이 그리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김종인 위원장이 선거 구원등판 전 시대정신을 잘 못 읽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가 제1야당 선거 총사령탑으로 취임한 뒤 던진 첫번째 메시지는 "못살겠다. 갈아보자"였다. 그는 지난달 29일 "이번 선거는 50년대 야당의 선거구호가 딱 맞는다"라며 "'못 살겠다. 갈아보자', 이게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1956년 3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내걸었던 선거구호다. 김 위원장은 "정부 여당의 무능과 부도덕함은 이미 국민 마음속에서 심판이 끝나있다”며 “투표만 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또 "국회 의석 과반 정당을 만들어 6월 개원국회 개시 1개월 내에 코로나 비상경제 대책을 완결해 제시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못살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때 코로나19로 전국이 부글부글 끓고 있을 때였다(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국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점차 지쳐가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방역 대응이 전 세계의 관심을 끌면서 한국형 방역체계에 대한 학습열풍이 막 피어오르던 때였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3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신기시장에서 인천 미추홀구갑에 출마한 전희경 후보(왼쪽 두번째)와 함께 물건을 사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정치에 복귀할 때 여러가지 준비를 많이 했을 것이다. 그것이 제1야당의 선거전략에도 맞춰져있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김 위원장은 미래통합당에 합류했고 준비한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하지만 이미 그 음식은 상해있었다.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것이다. 며칠 새 민심은 총알처럼 빨리 흘러갔고, 그 본류는 코로나19의 정부대응과 한국과 다른 선진국과의 비교 등등에 있었다. 

 

코로나19와 같은 돌발적인 글로벌 위기가 오지 않았다면 '못살겠다'도 괜찮은 메시지였을 것이다. 간결하게 정권심판론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민심은 이미 '못살겠다'에서 '이만하면 다른 외국에 비해 살만하다'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물론 대구경북 등 일부 보수세가 뚜렷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자리잡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여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합격점을 주고 있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 심판론은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유권자들에게 권하는 것 만큼 어색하다. 김 위원장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내놓은 음식이 철지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색한 모습으로 준비한 것을 내놓고 있다. 민심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뭔가 철 지난 음식, 뭔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지금의 전국 순회 김종인 위원장은 어색해 보인다.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야당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문재인 정권이 3년차를 맞아 어떤 식으로든 '중간평가'에 대한 기본적인 국민요구가 있다.

 

여기에 지금은 거의 유명무실해진 소득주도성장 같은 실패로 여겨지는 경제정책에 대한 반성과 책임추궁도 있을 수 있다. 코로나19 대응도 한국 정부가 잘 하고 있지만 100점은 아니다. 제1야당이 정부가 놓치고 있는 방역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대안도 아주 구체적으로 내놓는다면민심은 어느정도 호응해줄 것이다. 

 

하지만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고 며칠이 지났지만 미래통합당의 선거에 보이는 것은 황교안 대표의 말실수와 짜증내기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N번방 호기심’ ‘키 작은 사람’ 발언 논란과 시각장애인 안내견 접촉 등으로 여러번 구설수에 오른 황교안 대표. 그는 잇단 논란에 대해 “사사건건 꼬투리 잡아 환상의 허수아비 때리기에 혈안이다. 적당히들 하라”고 발끈했다. 해명에는 여러가지 타입이 있다. 유머와 위트로 별일 아니라는듯 눙치며 넘어가든지, 정식으로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든지 두 가지 중에 골라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자신의 감정 속풀이만 해버린 '적당히들 하라'는 역대 최악의 야당 대표 반응으로 손꼽힌다. 

 

김 위원장이 시대정신을 잘 못 읽고 철지난 구호를 외치면서 그에게 기대야 할 전국의 수많은 미래통합당 후보들조차 그를 어색해하고 있다. 정체성도 맞지 않는 후보들이 많다. 선거를 이끌어야 할 총괄선대위원장과 그를 믿고 따라야 할 후보들간에 '어색한 동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웃지 못할 상황도 많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국립서울현충원 방문 당시 방명록에 맨앞 글자에 ‘민’을 썼다가 지웠던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부산 지원유세에서도 비슷한 실수를 두번 했다. 그는 회의에서 “현명하신 인천 유권자들이 높은 수준의 지혜를 갖고 우리 통합민…”이라고 말했다가 곧장 “통합당을”이라고 정정했다. 또한 정승연 인천 연수갑 후보를 지원 방문한 자리에선 “솔직히 말해서 민주통합당, 아니 미래통합당이 마음에 흡족하게 드는 건 아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 자신이 '나는 누구, 여기는 또 어디' 증후군에 빠져있는 것이다. 보수 한번, 진보 한번을 오락가락 하면서 3번째에는 지금이 보수인지 진보인지도 헷갈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말 실수다. 황교안 대표 말대로 '사사건건 꼬투리 잡지 말고, 적당히 해라'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의 말 실수는 실수로 보이지 않는다. 민심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본인도 자신의 몸을 완전히 미래통합당으로 체화를 시키지 못하고 헷갈리는데, 민심은 오죽할까.

 

후보들은 또 선거지원이라고 내려온 위원장을 보며 '나를 살려줄 구세주'로 인식을 할까. 정체성도 맞지 않고, 새로운 인물 카드도 아니고, 정권을 뼈때리는 정곡 메시지를 내는 것도 아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김 위원장과 미래통합당 후보들은 어색한 동거를 하고 있다. 시너지 효과가 날 리가 없다. 서산에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너무도 멀다. 거기에 보폭까지 맞지 않다. 선거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의 선거 전략 미스다. 판을 잘 못 읽고 있다. 이는 이미 '못살겠다'를 들고 나왔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정권심판론이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는 당 안팎의 불만이 있다. 정권이 그렇게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전 3년 동안 수많은 실책을 저질렀지만, 그렇다고 지금 완전 죽을 쑤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이 지난 3년 까먹은 실수를 어느 정도 벌충해주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정국이다. 미국 독일 영국 스페인 중국 이탈리아 등 세계 선진국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선진국 맞나' 싶을 정도로 코로나19 방역 대책은 낙제점이다.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민심은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우리도 고통스럽고 어렵지만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사재기도 눈에 띄지 않고, 촘촘히 짜인 의료지원 시스템이 있고, 무엇보다 인명이 타국에 비해 그렇게 많이 희생당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정권심판론은 철 지난 구호가 아니라 철이 없는 구호임이 드러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야당은 선거구호를 바꿔야 한다. 2020년 4.15총선은 코로나19 선거다. 민심은 코로나19 이후의 경제수습과 대안을 훌륭하게 해낼 만한 정당에게 표를 줄 것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는 것을 목도하면서 리더의 중요성과 사회복지 시스템의 완결성, 위기대응에 대한 평시 준비성 등이 전쟁준비만큼 더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깨닫고 있다. 굳이 정부가 프로파간다로 자화자찬을 하지 않아도 한달여 이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엄혹한 불편함을 느끼면서 국민들은 이미 그 중요성을 몸 깊숙이 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사상유례 없는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앵무새처럼 정권심판론을 외칠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방역 대응을 1차적으로 인정하고 '다 같이' 대안수립과 향후 수습책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야당이 문재인 대통령이나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보다 더 치밀하고 똑똑한 인재를 미래통합당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사실 주기도문처럼 매일 하는 지적이지만 미래통합당에게는 '소 귀에 경읽기'인 모양이다.

 

여의도 한 식당에서 식사중인 황교안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 

 

당 지도부는 현재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민주당과 연동되면 될수록 야당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상승에 일부 중도층과 보수층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선거 전문가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지층이 더 결집하고, 코로나19 평가도 여전히 긍정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아 지금의 지지율 추이는 총선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수도권 박빙 지역이나 중도·무당층이 많은 선거구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투표장에서의 선택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래통합당은 뒤늦게 선거전략 수정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경제 관련 특단의 반전 카드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의제를 여당에 뺏긴 터라 무엇을 해도 '뒷북'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며칠 사이에 경천동지할 코로나19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여론이 신뢰를 할지도 의문이다. 애초부터 선거전략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코로나19 대안제시로 밀어붙었어야 했다. 

 

2020년 4.15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비전과 대안이 중요시되는 선거로 기록될 것이다. 위기대응에 대한 비전과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세력이 우세할 것이다. 야당이 집권세력이 될 만한 능력과 실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권심판론은 남의 다리 긁는 철지난 전략처럼 보인다.

 

코로나19 위기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국민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것이 바로 이번 선거의 해답일 것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황교안 대표가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정답을 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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