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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잃은 '박근혜 옥중편지'…유영하, 이번에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탈락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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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잃은 '박근혜 옥중편지'…유영하, 이번에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탈락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3. 2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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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 원본을 들어보이고 있다.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후보들을 발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집사' 역할을 하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는 1차 후보 리스트에서 빠졌다. 그 뒤 공천 파동이 있었고 '2차'에서는 유 변호사의 이름이 오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한때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유영하 변호사는 최종 탈락했다. 유 변호사의 탈락은 박근혜 정치의 종언을 의미하는 것이다.

 

보수 통합을 요구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는 발표 19일 만에 사실상 영향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편지를 육성으로 전하며 '박근혜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렸던 유영하 변호사는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순번에서 또 빠졌다. '태극기 세력'도 총선을 앞두고 각각 흩어져 정치세력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해나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장까지 찍힌 편지를 발표했던 유영하 변호사는 그 길로 곧바로 미래통합당의 비례용정당인 미래한국당에 공천 신청을 했다. 당연히 박 전 대통령의 내락이 있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 등을 떠밀었든, 아니면 유 변호사가 집사 역할에 대한 대가로 공천을 원했든, 어쨌든 유 변호사는 비례대표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것은 다소 의외였다. 박 전 대통령 편지의 진정성이 훼손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 편지는 유영하 공천에 대한 공개 청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친박 그룹 중 유 변호사만 콕 찍어 '박근혜'의 이름을 등에 업고 공천을 신청했던 것도 어찌보면 유 변호사에 대한 특혜였다. 그가 3년여동안 '옥바라지'를 해온 것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미안함을 느껴 '유영하 맞춤공천'을 부탁한 것이 '옥중편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첫 공천 명단에 유 변호사의 이름은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분노했다. 이례적으로 그의 날선 반응이 공개됐다. 유 변호사측은 '도와주려던 의도를 능욕하며, 두 번 칼질을 당했다'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새로 꾸려진 한국당의 지도부 역시 같은 판단을 했다. '거대야당' 즉 미래통합당이 보수의 중심으로 지목됐을 때, 황교안 대표는 '가슴을 울린다'며 환영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뜻에는 따르지 않은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옥중편지를 수감 3년만에 처음 공개하며 총선에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했지만 그 반향은 거의 없었다. 



배규한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다 보는 과정에서 유 변호사도 물론 거명은 됐다. 그러나 진지하거나 치열하게 거명된 적은 없고 그냥 검토하는 과정에서 지나갔다"라고 밝혔다. 별다른 고민이나 토론도 없이 '만장일치'로 배제를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 어떤 '박근혜'의 그림자도 발견할 수 없었고, 공천위원들도 박 전 대통령을 그리 의식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 뜻을 이어받겠다던 친박 세력은 뭉치지 못하고 흩어졌다. 자유통일당 김문수 전 대표는 우리공화당과 합당한지 18일 만에 탈당했다. 공천 문제를 놓고 조원진 공동대표와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태극기 세력은 조원진 대표의 우리공화당과 홍문종 대표의 친박신당, 그리고 김 전 지사가 이끄는 세력으로 분열했다.

 

박 전 대통령이 옥중편지로 '거대야당을 중심으로 한 곳으로 뭉치라'는 메시지는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하다못해 유영하 변호사에 대한 공천 청탁도 먹히지 않았다. 공천심사 과정에서도 '박근혜'라는 변수는 그리 심각하게 논의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옥살이 3년여만에 공개적인 대외 메시지, 그것도 총선을 앞두고 거대야당을 중심으로 단결하라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날렸다. 하지만 그 반응은 차가웠다. 결과도 형편 없다. 측근 공천은 배제됐고 믿었던 태극기 세력마저 분열됐다.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친박 인사들이나 친박정서와 가까운 인물은 거의 없다. 보수야당에서 '박근혜'라는 이름이 지워지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렇게까지 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을 것이다. 믿었던 '집사'에 대한 공천마저도, 의회 1석마저도 확보받지 못하는 초라한 전직 대통령(그것도 3년 이상 교도소에서 고생을 하면서)으로 전락한 것이다. 

 

박근혜는 카리스마의 정치인이다. 다언하지 않는다. 간결한 메시지속에 함축된 힘이 있었다. 이번 옥중편지는 내용이 길었다. 2006년 선거유세 때 피습을 당하고 깨어나서 첫번째로 했던 '대전은요?' 따위의 신화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정치인이나 국민 그 누구도 '박근혜'를 기억하지 않는다. 민심은 무섭다. 한때 그의 손을 한번 잡아보기 위해 열광했던 국민, 그리고 그의 지지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는 측근관리에 실패한 전직 대통령의 이름으로만 기억될 것이다. 역사는 그를 '최순실의 박근혜'라고 쓸 것이다. 그가 이룬 것에 비해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평가지만, 그것이 민심이고 천심이다. 박근혜는 돌아왔지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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