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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간 이어질 것" 비례연합정당 찬성 시사 왜?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3. 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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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8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연합정당 참여 문제에 대해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찬성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은 회의에 참석했던 한 최고위원의 말을 인용해 "이 전 총리가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 동안 이어질 것'이란 발언을 했고, 설훈·김해영 최고위원 정도를 제외하고 대부분 동조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래한국당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컨센서스(합의)가 있었다"고도 전했다.

이낙연 위원장은 또한 "역사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판단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해당 발언 이후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고 한다. 이낙연 위원장은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합류로 겪게 될 비난보다, 합류하지 않을 경우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과 이를 통해 문재인정부의 국정 하반기 운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더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동안 비례정당 문제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낙연 위원장 등이 참석해 확대 최고위 형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등은 비례연합정당 합류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최고위원은 "김해영 최고위원은 원칙적인 반대 의사를 밝혔고, 설훈 최고위원은 비례대표 파견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최근 민주당 최고위에서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 "다른 분들의 의견은 비공개라 전하기 어렵다"면서도 "저는 오늘도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최고위는 이날 오후 4시에 비공개로 개최된 후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결국 결론을 못 낸 지도부는 당원 투표로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참석자 대대수가 비례연합정당 합류에 찬성하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진 점을 고려할 때, 당원 투표 방침이 결국 비례연합정당 합류를 위한 '명분 쌓기' 차원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후 브리핑에서 "모바일을 통한 전체 당원 투표로 의견수렴을 해 결정한다"며 "수요일(11일)까지 투표 시기와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투표 결과가 합류 찬성으로 나오면 명분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무슨 결론이 나더라도 비난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지도부 입장에서는 묘안을 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가 예상과는 다소 다른 의견을 낸 것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이 전 총리는 그동안 비례위성정당 문제나 비례연합정당 여부에 대해 일체의 발언을 하지 않아 한때 그가 이 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견표출을 자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 전 총리는 누구보다도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응하는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현재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비례연합정당 문제는 찬반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도층이 빠져나가는 등의 선거 전 정치공학적인 계산도 있지만,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밀어붙인 당의 원칙이 훼손되는 것이 일부 당원들에게는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이 전 총리도 비례연합정당에 대해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당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총괄 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의 평소 정치소신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컸지만 그는 당의 중론을 따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전 총리가 지지율 1위의 대권주자이지만 아직 친문의 완전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정치공학적 선택으로도 보인다. 어떻게 해서든 친문진영의 지지와 환영을 이끌어내야만 하는 그로서는 앞으로 이런 문제가 닥칠 경우 철저하게 친문 지지세력 입장에서 판단하고 행동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의 다소 의외의 선택에 실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전 총리로서는 어찌보면 소신과 실리 사이에서 갈등을 했을 수 있다. 비례연합정당이라는 것 자체가 어쨌든 선거법 개혁의 한 방편으로 추진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정신과 가치를 훼손하는 꼼수 전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이 문제를 '비난은 잠시이지만 책임은 4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실리를 따랐다. 지금 잠시 비난을 받는 것은 감내하지만 4년 내내 미래통합당의 그늘에서 허우적거리는 여당의 입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리의 결정에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전 총리가 그동안의 소신 행보에서 벗어나 여론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친문 출신이 아닌 그로서는 친문핵심의 지지 없이는 민주당 대권주자 차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친문진영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는 '친문에 한번 찍히면 끝이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다. 그 어떤 대권주자도 이런 분위기에 토를 달지 못한다. 이낙연 전 총리도 결국 친문의 '예비고사'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명분보다는 친문이 원하는 정답을 적어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의 이번 결정은 향후 그의 대권 전략을 예상해볼 수 있는 상당히 중요한 '리트머스 시험지'다. 대권에 꿈이 있는 이 전 총리로서는 당내 최대주주인 친문의 영향권 아래에 들어간 것으로도 해석된다. 

 

진중권 전 교수는 이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진 전 교수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뛰고 있는 이 전 총리가 비례위성정당 참여 여부를 놓고 민주당이 당원투표를 통해 의견을 구하기로 했다며 "비난은 잠시, 책임은 4년이다는 이낙연 전 총리 말이 재밌다"고 그가 21대 총선승리에 방점을 찍은 듯한 태도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 말이 "'욕 먹어도 go'라는 본인의 철학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윤리의식도 문제지만 친문한테 묻어가려고만 하는 걸 보니 애초에 대권주자 할 그릇이 못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전 총리가) 총리 하다가 대통령 하러 정치판으로 내려왔으면 자기 '메시지'가 있어야 할 것인데 그게 없이 그냥 무색무미무취하다"며 "그러니 이 중요한 상황에서 고작 양정철의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는 것"이라고 질타냈다.

진 전 교수는 "(이 전 총리가) 욕 먹어도 go 했으면 책임이라도 저야지, 책임은 당원들에게 떠넘긴다"며 "대권후보는 대의를 내걸고 싸워서 쟁취하는 것으로 저만의 메시지를 던져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고, 그걸로 지지자를 스스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이 전 총리처럼) 그냥 남의 팬덤에 얹혀 갈 생각이나 (하면 리더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는 언제나 명분과 실리의 경계에서 줄다리기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를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풀어내 현실정치에 곧잘 인용했었다. 목숨보다 중요한 명분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서생적 문제의식에서 도망나와 상인적 현실감각에만 숨어버리면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올바른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이낙연 전 총리는 평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 가르침을 자주 인용하며 선택의 순간에 자신의 판단 기준으로 곧잘 삼곤 했다. 

 

이제 국민들이 선거에서 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제를 증명해줄 것이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의식을 비례연합정당이라는 현실감각에 얹어 탈출구를 모색하려던 이낙연 전 총리의 전술적 접근이 맞는지 틀렸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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