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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홍준표의 어그로 대작전, 먹히고 있다. 그래서? 본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손석희 인터뷰로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주로 부정적인 반응이 많습니다. 하지만 부고 기사 빼고는 뭐든 환영한다는 정치인의 언론관을 생각해볼 때, 홍준표 후보가 이번에 손석희 앵커를 '낚으면서' 한 건 한 것 같습니다. 기분도 업 됐는것 같네요. 어차피 '안티 홍준표'는 그가 인터뷰에서 매너를 좋게 해도 욕을 했을 것이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내 지지층이나 혹은 갈팡질팡하는 보수층에게만 확실하게 어필하자는 생각에 홍준표는 작심한 듯, 시종일관 이죽거리며 거만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게 또 보수층에게는 일정부분 먹힌 측면도 있고요. 네, 과연 대단하신 내공입니다. 대권주자들이 손석희 앵커의 '할말은 하는' 인터뷰에 적잖이들 당황했는데, 오로지 홍준표만은 홍준표의 프레임을 손석희를 가두어 버렸으니까요. 그래서 기분이 좋았겠죠. 그런데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그의 무례한 태도에 실망하고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챙기면 된다'라고 하면 그만이겠지만, 통합이 절실한 이 시국 상황에서 홍준표의 비매너 인터뷰는 너무도 이기적인 행보로 보입니다. 그래도 어떡합니까. 이를 통해 통쾌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정치가 어려운가 봅니다. 그럼에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는, 그런 정치행위를 보여줄 수는 없었는지, 홍준표의 거만한 인터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셨는지요?
다음은 정치전문웹진 '피처링'에 게재한 기사의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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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가 대박을 쳤다. ‘대박’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 홍준표는 최근의 손석희 뉴스룸 ‘설전’에서 이문을 상당히 많이 남기는 장사를 한 것 같다. 먼저 홍준표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기존의 인터뷰 형식을 파괴해버렸다.
특히 손석희 앵커의 경우 상대에게 아픈 질문만 집요하게 물어보는 공격형이라는 점에서 기존 주자들도 그의 ‘프레임’에 낚여 곤혹을 치르곤 했다. 손 앵커는 MBC 라디오 시선집중을 진행할 때부터 ‘할 말은 하는’ 인터뷰어로서 명성이 자자했기 때문에 그를 거쳐간 정치인들도 대부분 긴장하며 자신의 할 말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인터뷰가 대표적인 경우였다. 손 앵커의 거듭되는 ‘선의’ 질문에 안 지사는 자신의 장점을 잃어버리고 결국 흥분까지 해, ‘완패’라는 평가를 들었다. 인터뷰 내내 끌려다니다 자신의 장점을 전혀 어필하지 못했던 것이다. 인터뷰를 아니함만 못했다는 평가도 그래서 나왔다. 안희정을 모르는, 혹은 관심이 별로 없던 사람들도 5분 남짓한 인터뷰를 보고 ‘속이 덜 찬’ 정치인으로 치부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이 날의 인터뷰는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요인 중 하나였다.
홍준표는 손석희 앵커와의 뉴스룸 설전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손석희의 ‘프레임’에 절대 걸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손 앵커를 몇 번이나 코너로 밀어붙였다. 필자는 홍준표의 이런 전략을 결코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황금시간대에 피같은 시간을 양자간의 쓸데없는 신경전으로 끝낸다는 건 국가적인 낭비다. 그럼에도 손석희-홍준표만의 인터뷰 대결로 보자면 홍준표가 확실히 득을 본 건 사실이다.
'꼰대의 전형을 봤다'는데도 기분 좋은 홍준표, 왜?
선거는 표를 찍는 행위다. 상당히 구체적인 정치적인 행위다. 텔레비전에서 어떤 정치인의 매너없는 인터뷰 태도를 누구나 시원하게 욕할 수 있다. 이번 뉴스룸에서도 홍준표는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상당히 표출할 정도로, 손 앵커를 비아냥거리거나 손가락질까지 하는 등 시종일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네티즌들은 난리가 났다. ‘꼰대의 전형을 봤다’느니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하는 인터뷰 하려면 뭐하러 인터뷰에 나왔느냐’며 홍준표를 거세게 공격했다.
유승민 후보 측 지상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 “오만한 태도와 비겁한 답변 회피, 궤변을 넘어선 국민모독은 이제 정상 수준이 아니다. 정치를 극도로 혐오하게 국민을 내몰고 보수를 궤멸시켜 문재인에게 정권을 가져다 바치려고 아주 작심을 한 듯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해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도를 넘은 노이즈 마케팅은 대선의 질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통령 후보에 걸맞은 최소한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며 홍 후보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야당의 공격을 ‘유도해낸’ 홍준표는 상당히 이 국면을 즐기는 듯하다. 홍준표의 이번 비매너 퍼포먼스는 대선 초반 주목끌기(네티즌 속어로 어그로)와 대 언론 기선제압에 성공한 셈이다. 홍준표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를 지지하게끔 유도하려는 의도에서 인터뷰를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처음부터 전략이 있었다면 지지세력의 재결집 신호탄이었다고 본다. 아직도 그는 보수적자임을 자임하지만 보수층의 광범위한 확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승민이라는 라이벌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비매너 인터뷰를 통해 긴가민가한 보수층에 확실한‘ 사이다’ 발언 서비스를 했다.
그에게는 어차피 민주당 지지세력이나 중도보수까지 외연을 확장해 인기를 얻을 전략이 무의미하다. 집토끼부터 챙겨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뉴스룸 비매너 인터뷰는 머뭇거리는 보수층 지지자들에게 투표장으로 가는 확실한 동인을 제공한 셈이 됐다. 네티즌들의 표는 ‘어음’일 뿐이다. 그날 상황에 따라 어떻게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 부동층일 뿐이다. 홍준표는 그들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욕을 하면 해보라는 식이다. 하지만 그를 유심히 보고 있는 보수층 지지자들은 이번 홍준표의 인터뷰를 통해 ‘사이다’ 느낌을 받았을 것이고, 그들에게 구체적인 정치적 행위를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했던 것이 큰 이득이라고 본다.
네티즌 욕은 '어음', 지지층 결집은 '현찰'
선거는 인기인을 평가하는 게 아니다. 그냥 표로 결정이 난다. 투표장으로 가게 해서 자신에게 표를 찍게 해야 승부가 나는 것이다. 온라인의 댓글이 아무리 들끓어도 그게 ‘현찰’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휘발성 있는 온라인의 인기에 영합하느니, 차라리 확실히 표를 받을 수 있는 ‘샤이’ 보수층을 공략하는 게 훨씬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작심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는 “어제 KTX로 귀경하면서 손석희 박사를 생방송에서 한번 재미있게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후일담을 털어놓았다. 그게 먹힌 것이다. 손석희 앵커와의 대담에 나온 대권주자들은 모두 그가 깔아놓은 프레임에 걸려들어 수세적인 변명 일변도의 대응을 하곤 했지만, 이번에는 손석희가 홍준표의 ‘프레임’에 걸려든 것이다. 손 앵커도 평소 답지 않게 가볍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홍준표는 “어제 방송을 마치고 나오면서 손석희 앵커에게 ‘천하의 손석희 박사도 당황할 때가 다 있네요. 미안합니다.’ 라고 문자를 보냈다. ‘선전하시길 바랍니다.’ 라는 답신이 바로 왔다”고 덧붙였다. ‘이긴 자’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메시지다.
홍 후보와 손 앵커의 인터뷰는 4월 5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최상위권에 올라있다. 이를 두고 홍 후보 캠프와 자유한국당은 홍 후보가 그동안 비판적인 시각을 보인 매체를 상대로 ‘한방’을 먹이면서 주목도도 끌어올렸다고 만족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캠프에서는 “좌파언론의 상징적 인물이 돼 있는 손 앵커를 상대로 우파의 대표로서 당당히 맞섰다. 어제 손 앵커의 질문 의도는 홍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대립각을 세워서 보수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다. 보수끼리 싸움을 붙이는 프레임에 맞서 거부감을 표시한 것에 보수 우파들은 열광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번 해프닝으로 홍준표에 대한 친박 지지성향 유권자들에게도 확실한 어필이 되었다. 친박의 지원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가 되면서 홍준표도 당분간 확실한 보수층 어필 전략을 유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그는 이번 대선이 목표가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교두보 마련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홍준표는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가 장안의 화제가 되자 “시청자들이 재미있었을 것이다. 답답하게 하는 것보다 그렇게 하는 것도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는 방법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재미? 누구를 위한 재미인가? 본인을 위한 재미는 아닌가? 그걸 본 시청자들 가운데 과연 홍준표만큼 재밌게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친박’이나 ‘극보수’의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는 이상, 홍준표의 무례와 태도와 이죽거리는 발언에 얼마나 재미를 느낄까? 일찍이 필자는 한 달 여 전 ‘참으로 서글퍼지는 홍준표의 부상 조짐’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당시 필자는 두 가지를 지적한 바 있다.
먼저 홍준표 식 정치다. 모두를 기쁘게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만 기쁘게 해주려는 게 홍준표 식 정치다. 전형적인 상명하복 마인드다. 요즘 세상에 이런 리더십이 통하기나 할까. 다음은 필자가 한 달 전 언급한 그에 대한 내용이다.
홍준표 정치는 이기적 DNA로 가득차 있다?
“기자 시절부터 오랫동안 그를 지켜봤습니다. 홍준표는 인터뷰를 즐깁니다. 기자와 인터뷰를 할 때도 절대 밀리거나 기 죽지 않습니다. 불편한 질문이 나오면 그것에 대해 궁색하게 변명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왜 그런 것까지 묻느냐며, 오히려 질문한 기자에게 역공을 가합니다. 자리가 어색해질 정도로 심하게 몰아붙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그런 불편한 질문을 모면하거나 방어합니다. 저는 이게 홍준표식 정치라고 봅니다. 자신의 불리에 대해 변명하거나 수세적으로 방어하게 되면, 오히려 불리하게 되니까 아예 ‘판’을 다르게 바꾸는 것이지요. 어찌 보면 ‘적반하장’식 전술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정치판에서는 먹힌다는 겁니다. 그가 항소심 무죄 뒤 대권도전을 은연중 내비치며 했던 첫 마디가 노무현에 관한 것입니다.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문재인을 평가한 거죠. 그의 정치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정책도 없습니다. 오로지, 타인을 공격해 판을 자기 주도로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옳다 그르다는 국민들이 판단하겠지요. 홍준표의 부상을 보면서, 김구라식 예전 개그가 떠올라 마음이 편치만은 않네요. 우리가 뽑은 정치인은 바로 우리의 얼굴입니다. 이 말만 기억하고 싶네요.”
홍준표는 이번 인터뷰에서 지지층 재결집 신호탄이라는 소정의 목적을 이루었다고 자평할지도 모른다. 현재의 한국정치는 보수정당마저 두 개로 쪼개져 있는 등 사분오열돼 있다. 그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대권전략만을 위해 대다수의 시청자들의 바람이나 기대는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줄만한 사람들을 위해 ‘사이다’ 발언을 하는 게 과연 정치인의 역할일까. 퇴행적이고 정략적이다. 홍준표의 정치는 이기적이다. 최대공약수가 아니라 최소공배수만을 위해 존재한다.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찢어진 국론을 어떻게 덧붙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어떻게 하면 더 쪼개고 분열시켜서 한줌만한 권력을 얻을 것인지에 골몰하는 것 같다.
필자가 두 번째로 지적한 것은, 예견했던 것은 ‘막말 퍼레이드’다. 한달여전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지금까지 홍준표 하면 떠오르는 게 뭔지 묻고 싶다. 저격수, 막말... 왠지 긍정적인 단어는 아닌 것 같다. 홍준표의 정치는 남을 띄워 웃기는 유재석식 개그가 아니라 남을 깎아내려 웃기는 김구라식 개그에 가깝다. 그래서 안타깝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생각으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을 볼 때마다, 왠지 서글퍼진다. 그가 권좌에 올랐다 해도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과 함께 협치를 잘 해낼지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그가 이번 대선판을 막말이 판을 치는 난장판으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게 홍준표가 가장 잘 하는 것이니까. 그러기에 지금 우리나라는 너무나 곤경에 처해 있다. 서민경제는 파탄 났고, 사드에 트럼프에 김정남에 김정은에 4차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막말보다 구체적인 대안 좀 내놓아보라고, 제발.”
막말 대장 뽑는 게 대선인가요?
이번에 홍준표의 적반하장 식 인터뷰 태도를 보면서 다른 주자들도 그런 전략에 솔깃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홍 후보의 ‘막말’이나 비매너에 열광하는, 이를 ‘홍트럼프’나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재현’이라며 좋아하는 분위기에 자극받아서 다른 후보들도 그런 말초적인 방법을 쓸 수도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홍준표가 흐려논 대선판에 다른 주자들도 대응하게 되면서 막말이 난무하는 난장판으로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그로’로서 홍준표의 손석희 인터뷰는 꽤 성공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 성공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국민일까, 홍준표일까. 광분하는 대권주자들에게 냉정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정신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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