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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지도자 유승민, 대권 고지 밟을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17. 3. 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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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의원이 드디어 바른정당의 대선후보가 됐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유승민은 일단 잘 보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기자들 전화도 안 받는 의원으로 유명하고요. 인터뷰 한번 하려면 당 대표보다도 어려웠구요. 유승민도 동료 선후배들과의 교류가 별로 없었죠. 이러니 4선을 하는 동안 그리 큰 세력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정책 개발 등에는 유능했습니다. 이런 점이 이회창 박근혜의 눈에 띄어 요직에 중용되기도 했죠. 참모로서는 괜찮은 성적표였습니다. 대구에서 4선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과연 대통령이라는 직에는 맞는 정치인일까요. 저는 그가 보수정당 의원들 가운데 대표적인 '은둔형 지도자'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잘 나서지 않고 조용히 지내면서 정책 전도사 역할을 하지요. 하지만 대통령이란 직위는 그가 걸었던 길과는 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복잡다단한 갈등을 팔짱 걷어붙이고 해치워야 합니다. 샌님 유승민이 우당탕 갈등구조를 잘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하네요. 어쨌든 대권 도전의 나팔을 불었네요. 유승민의 대권 도전,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다음은 정치전문웹진 '피처링'에 게재된 기사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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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의원이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유승민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4개 주요 정당 가운데 가장 먼저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바른정당 출범 전만 해도 차기 보수정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였지만 바른정당의 지지율 침체와 함께 유승민의 존재감도 미미해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경선에서 남경필 후보에 비교적 여유있게 승리함에 따라 차기 대권의 교두보는 일단 마련한 셈이 됐다.

 

하지만 대선 직행의 기쁨도 잠시인 것 같다. 유승민의 앞길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주요변수가 아니라 단일화나 연대를 위한 종속변수로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바른정당이나 대선주자인 유승민 모두 바닥을 기고 있는 지지율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2553명을 대상으로 지난 2024일 실시한 34주차 주간집계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포인트, 1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유승민 후보는 2.2%, 바른정당은 4.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유승민의 지지율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2.9%에도 못 미쳤고, 바른정당의 지지율 역시 5.2%를 기록한 정의당에도 밀렸다. 한때 거대 보수여당의 직계임을 자임했던 정치세력 치고는 너무도 부끄러운 지지율이다. 그래서 연대론이 나오는 것이다. 현재의 유승민 지지율로는 본선까지 가기도 전에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정통보수세력의 지지를 업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에 복속될지도 모른다. 이런 점 때문에 유승민으로서는 비문연대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어야 한다. 지금은 단일화나 연대에 목을 매지 않고 자강론으로 맞서겠다고 하지만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라 큰 전환점이 없는 한 유승민으로서는 생존을 위한 수를 내야 한다.

 

당의 상황이 쪽박신세니 대선주자 유승민의 입지도 옹색해질 수밖에 없다. 바른정당 사람들은 대선후보들을 놓고 보면 유승민이 자질은 최고인데 말이야”, “능력에 비해 지지율이 왜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라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실제로 유승민의 스펙은 대단하다. 유승민은 1976년 대입 예비고사 차석에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위스콘신 대 박사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4선 의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 전문가이자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8년간 활동한 안보 전문가임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다. 숫자 하나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공약이 없다. 특히 유승민식 정치의 신호탄인 2011년 전당대회 출마 선언문과 야당의 박수를 이끌어낸 2015년 교섭단체 대표연설 등을 통해 개혁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한마디로 똑똑하다. 그런데 이 똑똑함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지도자는 똑똑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똑똑해서 탈이다. 지도자는 똑똑한 것도 좋지만 똑똑한 참모를 유능하게 잘 써야 한다. 이런 점에서 유승민은 은둔형 지도자로 분류하고 싶다.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그속에서 정치의 본령을 찾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자존심이 세다. 골방에서 연구하고, 똑똑한 머리에서 나온 그의 역작이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소통보다는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정책들을 사람들이 이해해주고 받아들여주길 수동적으로 바라는 것 같다. 다가서서 적극적으로 그 정책을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그것의 단점을 받아들이고 수정하는 그런 소통의 과정을 좀 어색해하거나 두려워하는 것 같다. 반에서 1등하는 친구가 모르는 문제 한 개를 틀리면 얼굴이 벌게지며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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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는 4선을 하면서도 세가 별로 없는 정치인이었다. 까탈스럽고 엘리트의식도 강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문고리 권력 4인방을 향해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보면 평소 그의 보좌관에 대한 생각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그는 원칙을 세우면 좀처럼 굽히지 않는 데다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는 꼬장꼬장함이 몸에 배어 있다. 유승민은 여의도에서 찬바람 쌩쌩 부는 까칠한 정치인으로 통한다. 유승민의 이런 점들은 차세대 개방형 리더로서의 자질에 맞지 않는 것 같다.

 

기자 시절 그에게 전화를 해서 통화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 물론 주간지 나부랭이 기자의 전화를 받을 것이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내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그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웬만한 중진이나 당 대표보다 인터뷰 잡거나 만나기가 어려운 사람이다. 오죽했으면 남경필 후보가 경선 때 왜 그렇게 만나기가 어려운 사람이냐고 질문까지 했을까. 사람 만나기 어려운 게 뭐 그리 대수냐고 할 사람도 있겠다. 유승민 본인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앞으로 안 그러면 되지 않느냐고.

 

그런데 필자는 이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일 수 있다. 적절한 예가 될지 모르겠지만, 2002년 대선 때 대선주자들 집 탐방을 기획한 적이 있었다. 나는 이회창 후보의 집을 담당했다. 예상하시겠지만, 그의 옥인동 집 근처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다가 결국 퇴짜를 맞은 적이 있었다. 초인종을 수없이 눌렀건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내 후배는 당시 명륜동에 있던 노무현 후보의 집을 담당했다. 그는 초인종 한 번 눌러 모든 것을 해결했다. 권양숙 여사가 후배에게 차라도 한잔 하고 가라고 했단다. 그렇게 해서 노무현 후보까지 만나서 집 탐방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 후배 기자는 지금도 노무현 후보에게서 받은 따뜻한 환대를 못 잊는다고 했다. 조중동의 메이저 언론사도 아니라서 더욱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기자에게 인터뷰 거절이나 문전박대는 병가지상사. 개의치 않는다. 그만한 사건으로 후보의 품성이나 태도를 평가하는 건 견강부회라고 지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정치인들의 그런 평소의 태도에서, 작은 성품에서 큰 것을 느끼기도 한다. 정치는 인간이다. 사람의 영역이다. 위대한 지도자일수록 대중의 감성을 잘 살핀다. 버락 오바마가 지금도 미국인들의 가슴속에 감동적인 지도자로 남아 있는 건 그가 평소 소탈하고 서민적인 행보를 보여주었고, 그 작은 마음 씀씀이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보면 유승민은 분명 범접하기 어려운 정치인이다. 이런 은둔의 리더십으로는 피폐해진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없다. 한국 정치판에는 엘리트들이 너무 많다. 잘난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 잘남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이제는 따져봐야 할 때다. 제발 이번만은 헛똑똑이는 뽑지 말자. 똑똑한 유승민도 이런 시대정신을 잘 알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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