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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VS 김병준’ 윤석열의 선택은?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11. 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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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심각한 권력투쟁에 빠져 있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출된 지 10여일이 돼 가지만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놓고 지금 물밑에서는 치열한 암투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핵심 쟁점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대선 지휘의 전권을 주느냐 하는 것입니다. 윤 후보가 ‘혼자’ 힘으로 경선에서 승리했다면 당연히 김 전 위원장이 지금쯤 그의 옆에서 감놔라 배놔라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승리에 급급했던 윤 후보는 당내 중진그룹에게 ‘자리’를 약속하며 조직을 손쉽게 장악해 나갔습니다. 당원의 압도적 지지 덕택으로 당선된 마당이라 윤 후보가 지금 와서 손 내밀었던 중진들을 내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여전히 “나 혼자 다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국민의힘 당내 중진들을 중심으로 한 윤석열 계파와 이준석 대표 등의 개혁세력이 부딪히는 지점은 바로 당의 권력 시스템입니다. 중진들은 ‘윤석열’이라는 ‘허수아비’를 내세워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지방선거와 총선 등에서 공천권을 수월하게 확보하는 안전장치의 재구성 차원에서 이번 대선 선대위 구성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적폐세력으로 손가락질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계파정치입니다. 힘센 사람을 중심으로 권력의 피라미드를 형성한 뒤 개혁세력의 침입을 막고 그들만의 성을 쌓는 것입니다. 경쟁보다 연줄로, 실력보다 아부로 권력의 수직계열화를 이뤄내는 것입니다. 

이명박 박근혜가 모두 빠져나간 현재의 국민의힘은 말 그대로 무주공산입니다. 전직 대통령 두 명 모두가 교도소에 가고 남은 그 폐허에 윤석열이라는 ‘초짜’를 내세워 또 다시 그들만의 성을 쌓으려고 합니다. 당 안팎에서 줄기차게 줄서기 정치의 폐해를 지적했지만 결국 당원들의 조직력으로, 민심과는 따로 가는 대선후보를 탄생시켰습니다. 이제부터 더 거칠 것이 없습니다. 당원만 잡으면 최소한 이명박-박근혜가 빠져나간 그 권력의 진공상태 일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파리떼’ 논란이 생겼습니다. 

사실 이 ‘파리떼’ 논란은 그 뿌리가 깊습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대세론이 당을 장악하던 시절 7인방(1997년) 8인방(2002년) 등의 측근들을 중용하면서 국민들과의 소통을 외면했습니다. 권력을 바로 잡은 것처럼 오만하게 군림했고, 측근들은 철저하게 이너서클을 구성해 ‘점령군’처럼 행세했습니다. 국민들은 이 총재 측근그룹의 오만에 분노했고 그들을 기득권으로 생각했습니다. 집권여당의 노무현 대선후보가 오히려 ‘야당 투사’처럼 보였습니다. 당시 이회창 총재 근처에는 수많은 ‘파리떼’가 들끓었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일사불란한 대권준비 체계를 명분으로 대세론에 반기를 드는 세력은 철저하게 응징하고 이 총재 근처에 범접도 못하게 했습니다. 이회창 총재는 당내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보니 대통령도 아니면서 대통령 행세를 했습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처럼 군림하는 야당 대선후보를 2번이나 외면했습니다. 이 총재가 파리떼의 접근을 차단하고 열린 선대위를 꾸렸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전 위원장이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계파정치에 대한 잔재입니다. 한번 권력을 맛본 세력들은 자신들의 방식이 먹히는 것을 알면 끝까지 그 관행대로 가려 합니다. 이번 대선후보 경선은 그래서 국민의힘의 미래가 걸린 판이었습니다. 과거의 계파정치 관성이 남아 있는 세력들은 이번 경선에서 자신들의 구태가 먹히는 것을 목도하고 더 권력에 집착하게 됐습니다. 선대위 구성도 ‘죽다 살아난’ 당내 기득권 세력에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장이 크게 들어섰기 때문에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정도가 걸린 ‘국지전’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선은 당과 보수세력의 권력 명운이 걸린 ‘전면전’입니다. 내년 지방선거와 당권을 놓고 끝까지 기득권 사수를 하려고 할 것입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원톱을 주장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당내 중진들이 밀고 있는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중 누구의 손을 잡고 선거를 치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김병준 세종시당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외 시도당위원장 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계파’는 대선후보 경선 결과 뚜껑이 열리자 당내 조직력이 살아있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습니다. 여전히 국민의힘은 기득권이 조종하는 조직에 의해 움직이는 당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끼리 해도 되네’라는 분위기가 순식간에 퍼졌고 이는 ‘파리떼’가 절대 떨어지지 않는 ‘끈끈이’가 됐습니다. 당내 기득권 세력은 대선 경선 직후 김종인 원톱 이야기가 기정사실처럼 떠돌자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로 맞불을 놓았습니다. 즉각적인 언론플레이로 “김종인보다 유화적이고 말도 잘 통하는 김병준이야말로 김종인을 제압할 수 있는 최적의 ‘이이제이’  카드다”라는 논리를 설파했습니다. 개혁성만 따지고 보면 참여정부 정책실장 출신인 김병준 전 위원장이 빠질 게 없습니다. 통합력 면에서는 오히려 낫습니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특유의 ‘벼랑끝 전술’로 자신이 원톱이 아니면 어떤 직책도 맡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에게도 이번 대선이 자신의 마지막 정치 여정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입니다. 노회한 비례대표 5선 출신 김 전 위원장은 적당한 시점이 되면 김병준 전 위원장과의 ‘합석’도 용인해줄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때마침 한 보수언론에서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절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김 전 위원장이 형식상으로 ‘원톱’을 유지해 체면치레를 해주고 실질적으로는 김병준 전 위원장과의 ‘투톱’이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 어정쩡한 ‘1.5톱’은 승리를 위한 최적의 조합이 아닙니다. 정치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김종인 김병준 두 사람이 얼마나 당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로 서로 양보하고 의견을 존중할지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양측의 갈등이 더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양측의 ‘자리싸움’은 언론과 여당의 좋은 먹잇감이 될 것입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김병준 원희룡 박주선 윤희숙’ 드림팀이 최적의 조합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줘 대선의 리스크를 극대화시킬 필요가 없다”며 김병준 총괄 카드에 원희룡 박주선 윤희숙 등의 개혁호남세력이 지원하는 형식이 최적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윤석열 계’에서 김종인 원톱 체제에 대해 거세게 저항하는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솔로댄스’에 대한 반감도 있지만 자칫 김 전 위원장 단독체제로 대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이후의 권력구도는 완전히 김종인에게로 넘어가게 됩니다. 윤석열 후보도 ‘내가 대통령만 된다면 누구를 쓰든지 상관없다’는 안일한 인식이 있다면 김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맡기고 대선 승리 이후 그의 ‘상왕’의 지위를 용인해 정국운영의 절반을 내줄 의향도 있을 것입니다. 이는 윤석열에게 베팅했던 중진 기득권 세력에게는 최악의 결과입니다. 선대위 체제에서 확실하게 ‘구획정리’를 해놓지 않으면 당의 주도권이 오롯이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넘어갈 판입니다. 하지만 선대위의 역할분담이 곧 ‘차기 정권의 권력 분배’로 비쳐지게 되면 윤 후보는 ‘이회창 연패’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사람에 너무나 집착할 것 같으면 성공을 못한다”며 윤 후보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 없다”며 사실상 전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김 전 위원장과의 직간접적인 갈등이 있었던 인사들은 선대위 구성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팽배해 끝까지 김종인 원톱 체제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선 선대위 구성은 전적으로 미래권력인 대선후보 고유의 인사결정권이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는 그에게 당의 조직력을 갖다 바쳤던 당내 중진들의 도움과 위기 때마다 묘책을 건네준 김종인 전 위원장의 조력 모두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이제 윤석열 후보의 정치력이 제대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국민들은 이번 선대위 인사를 눈여겨 볼 것입니다. 그 눈대중으로 윤석열이 대통령 감에 좀 더 가까운지, 아니면 정치입문 4개월만에 대선후보를 움켜쥔 최고의 행운아에 불과했는지, 판가름할 것입니다. 

 

(11월 16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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