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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떡 쥔 이재명의 고민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11. 1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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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컨벤션 효과’에다 정치신인의 덤을 얹어 언론의 화끈한 주목을 받는 사이 이 후보는 어딘지 모르게 정체된 모습입니다. 윤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1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돼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합니다. 예의 사이다 발언도 쑥 들어가 버렸습니다. 거침없이 정책을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던 유능한 행정가의 모습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배경은 ‘이재명’을 확실한 차기권력으로 국민들에게 인식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바로 전 정권과의 차별화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대선 레이스 초반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실패했습니다. 역대 정권의 교체기마다 미래권력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바로 ‘차별화’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로 확정된 바로 다음날 아침 한나라당 당사에 첫 출근해서 “당의 색깔과 기능을 바꾸겠다”라고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천막당사에서 어렵게 당을 지켜낸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세력들은 아연실색을 했습니다. 바로 다음날 이 전 대통령은 “당이 첩첩이다. CEO형으로 바꾸겠다”라며 또 다시 당의 변화를 주문했습니다. 3일째 되던 날 “누가 혁명하자고 했느냐”며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미래권력의 서슬 퍼런 위압에 당은 빠르게 ‘이명박’으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이명박의 당 접수작전에 자존심이 크게 상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그는 5년이 지나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뒤 13일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단독 오찬 회동을 가졌습니다. 두 사람은 반갑게 악수를 하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지만, 이 자리에서 미래권력 박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여러 가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회동 직후 당시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근혜 후보는 그동안 민생 현장에서 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대통령께 전달하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께서 적극 나서주실 것을 요청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점잖은 표현 속에 현재권력과의 단절을 꾀하려는 미래권력의 ‘접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를 본 국민들과 새누리당 지지층들은 비로소 ‘새로운 권력이 뭔가 다른 변화를 이끌어내겠구나’ 하며 자기체면 상태로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

시계를 현재로 돌려보겠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경선이 끝나고 16일 뒤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일원 아닙니까. 우리 문재인 정부 성공, 역사적인 정부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래권력 이명박-박근혜가 걸었던 현재권력과의 차별화와는 완전히 딴판입니다. 이 후보 스스로 ‘문재인=이재명’을 만천하에 선언한 셈입니다. 이 차별화 실패의 근원에는 예기치 않게 터져 나온 대장동 사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청와대 회동 직후 정치권에서는 ‘대장동 수사 검찰 가이드 라인 이야기가 나왔느냐’는 것이 주된 이야깃거리였습니다. ‘이재명’이라는 미래권력 이야기는 뒷전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문 대통령에게 달려가 ‘살려주세요’라며 처분을 기다리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었다”라는 뒷말이 무성했습니다. 청와대 회동에서 이 후보는 ‘차기는 이재명’이라는 확실한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이 후보는 민주당에서도 왠지 겉도는 것 같습니다. 그는 여의도 정치 경험이 전무한 ‘0선’입니다. 민주당에는 하늘같은 정치 ‘선배님’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서열을 중시하는 당 분위기에서 ‘0선’의 대선후보 출현은 분명 낯선 장면입니다. 민주당은 ‘새파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후단협’ 사태로 선배들의 집단 따돌림을 받은 ‘구습’이 남아 있습니다. 초선들의 집단 성명에 선배들이 우르르 몰려가 진압을 하는 분위기가 아직도 존재합니다. 이런 ‘기수문화’ 때문에 이재명 후보가 마음껏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송영길 대표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재명의 트레이드마크인 한 타이밍 빠른 적극적인 일처리를 당이 완전히 ‘구현’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운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인쪽),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10일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 참석해 VIP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표적인 것이 요소수 대책입니다. 지난 11월 7일 이 후보는 자칫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수 수급 대책을 위해 직접 당에 긴급점검회의를 열 것을 요청했습니다. 장기적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가격통제’같은 강력한 정부대책도 나왔습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때였으면 이 문제가 발생하고 하루 이틀 안에 바로 현장점검과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했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가도 당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자 본인이 직접 대책회의를 요구했다. 아직도 이 후보가 청와대뿐 아니라 민주당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이 후보가 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민주당부터 1차적으로 완전히 자기 색깔로 바꾸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거침없는 사이다 발언과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며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로 집권여당의 대선후보 자리를 움켜쥐었습니다. 하지만 당 선대위에 ‘편입’되면서 백브리핑을 없애는 등 조신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의 이재명 색깔이 사라지고 이도 저도 아닌 ‘밋밋한’ 집권여당의 대선후보가 돼 버렸습니다. 선대위가 이재명의 색깔을 살리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꼰대’같은 거물중진들이 대거 포진해 이 후보가 눈치를 보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이 후보로서는 ‘젊고 새로운 지도자’의 장점을 살려나가기 힘듭니다.

또한 최근에는 조율되고 정제되지 않은 대형 정책 이슈들을 ‘난사’한다는 느낌도 듭니다. 야당에서는 “대장동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중구난방으로 거대 정책들을 막 던진다”고 비판합니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김부겸 국무총리와 공개 충돌하는 장면도 이 후보의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는 이재명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돌파해야 합니다. 이 전략의 선행조건이 바로 ‘차별화’입니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선대위 출범식에서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을 7번이나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이재명 정부’ 선언은 자기최면에 그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도 이재명 정부를 거의 언급하지 않습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 후보가 청와대와 민주당을 압도하는 확실한 미래권력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로서는 대선으로 가는 최대뇌관인 ‘대장동’을 스스로 해체해야 합니다. 윤석열 후보가 고발사주 사건과 대장동을 동시 특검하자고 제안했을 때 이 후보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더욱 의혹을 부풀렸습니다. 그러다 1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조건부’ 특검 수용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만시지탄입니다. 이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대장동 사건만큼은 파격적인 대응으로 주도권을 잡아나가야 합니다. 어차피 윤석열 후보도 진흙탕 싸움을 각오하고 정면으로 치받고 있기 때문에 회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대장동과 고발사주는 뒷걸음질 치는 사람이 지는 게임입니다. 선대위도 젊은층과 중도층 인사들로 대폭 물갈이를 해서 새로운 미래집권세력임을 확실히 각인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도 지지율에 연연해하지 말고 이재명 후보에게 과감하게 길을 터줘야 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풍부한 행정경험과 높은 정책 이해도를 가진 대권주자입니다. 하지만 개인문제와 강한 인성, 대장동 사건 등으로 지지층이 좀처럼 확장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뚜렷한 안티층은 중도층 확장으로 가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정권교체 여론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 지지율도 부진합니다. 이를 돌파하려면 정권교체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는 민주당의 ‘자기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모든 게 적폐 탓’이라는 철 지난 전략으로 대선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의 권력교체를 먼저 이뤄내야 합니다.

양손에 떡을 들고 트로피를 들 수는 없습니다. 이 후보는 한 손에 쥔 ‘문재인의 떡’을 이제 내려놓을 때가 되었습니다. 한 손에 ‘이재명’이라는 확실한 정체성을 가진 신진정치세력을 앞세워 대선으로 돌진해야 합니다. 그래도 될까 말까 한 것이 진영대결이 최고조에 이를 이번 대선입니다.

 

(11월 11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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