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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스트’ 이재명과 사생활 리스크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11. 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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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난데없는 김혜경 씨의 낙상 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 후보 측은 12일 부인 김혜경 씨의 낙상 사고 당시 병원으로 이송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캡처본을 공개했습니다. 김씨의 부상에 대해 이 후보 측이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지만 유튜브 등의 온라인에서 부상 부위와 그 원인을 두고 온갖 소문이 들끓자 이 후보 측이 직접 당시 영상을 공개해 진화에 나선 것입니다. ‘김혜경 씨가 부상당해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권에서는 김씨의 부상부위와 그 정도, 한밤중에 일어난 석연치 않은 낙상 사고 등을 ‘취합’해 부부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이 후보 측도 단호한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해식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에서 “김 씨의 부상을 둘러싸고 악의적이며 의도된 조직적인 허위조작 정보의 생산 및 유포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지난 2012년 대선 국면에서 암약했던 ‘십알단(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댓글부대) 사태’를 넘어서는 조직적 음모”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허위사실을 유포한 누리꾼 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대선 레이스에서 온갖 소문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민주당은 이 문제를 ‘불순한 의도’에 기반한 정치적 음해로 규정하고 적극 대응에 나섰습니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대선판이지만 배우자의 부상을 부부관계 이상으로 연결 짓는 과도한 음해 행위”라는 지적도 만만찮습니다. 

그런데 이번 해프닝을 통해 이재명 후보가 가진 또 다른 리스크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후보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그는 한 여배우와의 스캔들에 휘말려 지금도 공개 소송 중에 있습니다. 재판으로 괴상한 소문의 진위가 가려지겠지만 그때까지 이 후보는 잠재적인 ‘사생활 리스크’에 시달려야 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잘 준비된 정책역량보다 그의 사생활을 둘러싼 문제들이 더 크게 부각돼 이것이 대선후보로서의 전체 경쟁력을 갉아먹는 악재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해프닝도 그를 둘러싼 여배우 스캔들이 없었다면 한 따뜻한 남편의 미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의 정치가 판을 치는 대선 레이스에서 이번 해프닝은 이 후보가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지난한 사생활 리스크를 그대로 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리스크에 대응하는 이재명 캠프 측의 대응은 다소 미흡합니다. 이 후보를 둘러싼 온갖 소문을 익히 알고 있는 이해식 배우자실장은 다소 민망할 정도의 표현까지 써가며 이재명 부부 금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구급차 글 아래에 해시태그로 ‘#페밀리스트_이재명’이라고 달았습니다. 페미니스트 어감을 이용해 영어로 가족을 의미하는 ‘패밀리’(family)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인 ‘이스트’(ist)를 붙여 만든 말로 보입니다. 이 후보가 가족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대선판에서 또 다른 ‘대권주자’로 불리는 후보 부인의 피로도와 회복비법 등은 소개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구급차에 실려 가는 모습마저 공개된 것은 이례적입니다. 온갖 소문과 억측을 해소시키기 위해 ‘오죽했으면 구급차에 실려 가는 모습을 공개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하지만 다소 민망할 정도의 ‘부부애’ 표현은 자칫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뭔가 있기 때문에 저렇게까지 더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로맨티스트는 보았지만 패밀리스트는 처음 본다. 굳이 이렇게까지 미화할 일인지, 오히려 대중의 웃음을 사는 것은 아닌지... 이 후보 측이 좀 더 솔직하게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 측이 세간의 사생활 소문 등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이번처럼 다소 ‘오버액션’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야권의 한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김씨 낙상사고에 대한 이재명 캠프의 대응은 말 그대로 총력전이었다. 그냥 ‘단순한 사고였다.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정도로 정리해도 되는데 굳이 부부 금실을 강조하는 것이 이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을 더 연상시키는 역작용을 내는 측면이 있다. 이 후보의 사생활과 연관된 조그마한 사건이라도 사전에 무력진압 하겠다는 캠프의 의지는 좋은데 이것이 경직된 대응으로 나타난다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 이 후보 측이 집권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해야 대중들도 그것에 따라 간다. 그들 스스로 이 후보의 사생활을 둘러싼 의혹들을 의식하고 과도하게 반응하다 보면 여론도 불신을 키우게 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떠오른다”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은 지난 9일 아내 김혜경 씨가 낙상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당시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 캡처 화면을 12일 공개했다. 후보 배우자 실장인 이해식 의원은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지난 9일 새벽 1시 20분경,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이 후보와 함께 119구급차에 탑승해 긴급히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장면"이라며 사진 세 장을 공유했다. 사진은 이송 중인 아내 김혜경씨 손 꽉 잡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 (사진=이해식 의원 페이스북 캡처)


또한 대권후보의 사생활이나 배우자의 ‘현모양처’ 기준 등은 사실 정치에서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 정서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유권자들은 배우자와 대권후보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가 ‘국모’라는 표현을 흔히 쓰는 것도 대통령 부인으로서 한 인격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어머니로 승화시켜 받아들입니다. 그렇기에 대선후보의 배우자도 대선 레이스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주목받은 ‘배우자실장’(이해식 의원)이라는 직책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 후보 측은 김혜경 씨의 존재감을 더욱 극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배우자실장직을 신설해 전략적인 대응을 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하지만 의도적인 연출이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오랜 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제가 이재명-김혜경 부부를 안 지가 30여 년 가까이 되지만 굉장히 좋은 사이고 김혜경 씨가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다. 다만 남편이 정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지난 2017년 7월 방영된 SBS ‘동상이몽2-너는 내운명’에서 정치인 배우자로서의 애로점을 허심탄회하게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는 “사실 어떻게 보면 요즘은 버겁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요즘 내가 제일 잘하는 건 참는 거다. 참는 걸 제일 잘하는 거 같다”고 털어놔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김혜경 씨가 정치를 버거워하고 ‘썩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에 맞는, 부담 없는 역할을 맡기는 것이 순리입니다. 

앞서의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존에는 대선후보 배우자의 수행실장 정도가 존재했지만 비서실장처럼 배우자실장을 만든 것은 이 후보가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배우자에 대한 관리도 정무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편으로는 김혜경 씨의 현모양처 이미지를 정치적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김혜경 씨에 대한 이 후보 측의 기대가 크겠지만 ‘억지춘향’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의 직접 원인이 된 김씨의 ‘과로’도 이런 점에서 이 후보 측의 세심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공개석상에서 김혜경 씨와 손을 잡는 장면을 자주 보여줍니다. 지난여름 한 대형전시회에 나타난 이 후보는 관람을 하는 1시간여 내내 한 번도 김씨의 손을 놓지 않고 꼭 잡고 있었습니다. 주말에 관람객들로 붐볐지만 이 후보는 그들을 의식하지 않고 작품들을 감상하는 내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부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랑’도 주변에서 작의적으로 강조하면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이해식 의원은 김씨의 구급차 소식을 전하면서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이 후보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있다. 모포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서까지 손을 잡고 있네요”라고 친절한 해설을 덧붙였습니다. 이 후보가 구급차에서 김씨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그 순수한 마음에 다른 억측이 덧칠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부부가 다정하게 손을 잡는 모습만큼 훈훈한 장면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정한 정치는 부부의 금실마저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정쟁’의 대상으로 올려놓곤 합니다. 정치란 게 참 어렵습니다. 이 후보가 공개석상에서 부부의 사랑을 과시하기 위해 억지로 손을 잡지는 않았겠지만, 보이지 않는 금실마저 증명해내야 하는 게 바로 한국 정치입니다. 오늘 퇴근하면 오랜만에 제 배우자 손을 한번 따뜻하게 잡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11월 14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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