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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출마’ 안철수의 대권도전 속내

성기노피처링대표 2021. 11. 1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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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이번 대선을 완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늘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011년 기존 정치에 반기를 들고 혜성과 같이 나타났던 그는 올해로 정치입문 10년을 맞았네요. 안철수 대표는 1995년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해 창업 10년 만에 업계 최정상의 보안업체로 키웠습니다. 하지만 그가 바이러스 소프트웨어 개발보다 몇 배는 더 공을 들였을 정치는 입문한 지 10년이 됐지만 여전히 청와대의 비밀번호를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출마 안철수’라는 언론의 제목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그는 ‘상습 출마’의 정치행보를 보여 왔습니다. 아마 정치도 바이러스 백신 개발하듯 줄기차게 연구하다보면 답이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2022년 대선은 안철수에게 또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안철수 대표는 참으로 특이한 ‘제3지대’ 정치인에 속합니다. 기라성 같은 제3의 후보 선배들은 모두 기존정치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나가떨어졌습니다.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던 거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1992), YS의 계승자로 통했던 이인제(1997), 단일화 문턱에서 주저앉은 정몽준(2002), 깨끗하고 감성적인 접근으로 주목받았던 문국현(2007), 에비앙 생수로 무너진 반기문(2017)은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를 내걸었지만 결과는 전부 실패였습니다. 중도 포기를 선언하거나, 단일화해 흡수되거나, 완주하고도 낙선하면서 대권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몇 년 새 대선판에서 명멸했지만 안철수 대표는 역대 최장수 제3후보로 오뚝이 정치역정을 밟아오고 있습니다. 인내력 하나는 ‘갑’입니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배수진을 쳤습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그 약속을 어기고 내년 대선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최근 그는 ‘지난해 12월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했던 대선 불출마 약속을 번복한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서울시장직에 욕심이 나서 대선 불출마 카드까지 꺼내들며 올인했지만 결국 오세훈 후보에게 단일화 패배를 했기 때문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갈 일이 없었고, 그렇다면 대선 불출마도 지킬 필요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서울시민들이 자신을 서울시장 후보로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도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후 안 대표는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해놓고 번복했다는 것은) 제가 안 나왔으면 하고 너무나 간절하게 바라는 분들의 주장인 것 같습니다”라는 궤변까지 늘어놓았습니다.


 

안 대표는 ‘사람들이 왜 나의 진심을 몰라주는 것이지’ 하며 답답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 또한 ‘왜 이번에 또 나왔지’ 하며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들의 공감입니다. 국민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의 손을 결국에는 들어줍니다. 안철수 대표가 이번에 ‘또’ 명분 없는 대선 출마 선언을 하자 대부분의 국민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네티즌들도 조롱성 댓글로 ‘습관성 출마’를 비꼽니다. 안 대표가 이 부분을 제대로 설명해내지 못하면 대권도전을 백번 해본들 모두 실패할 것입니다. 

또한 안 대표의 ‘새정치’는 이미 용도폐기된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안철수 대표가 보여준 새정치는 2011년 코앞까지 다가왔던 ‘별의 순간’을 놓쳐 생기게 된 ‘헛바람’으로 누더기가 돼 버렸습니다. 그는 2012년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나와 단일화에 패배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그후 국민의당 창당 등을 거치며 지난해에는 보수야당인 국민의힘과 연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그가 국민의힘과 합당을 약속한 그 변심의 진폭은 국민들의 불신만큼이나 크고 깊습니다. 

안 대표는 이번에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여야 대선주자들의 부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워낙 큰 탓에 안 대표가 대선에 나가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안 대표가 대선 불출마 번복에 대한 비판을 거세게 받는 것을 무릅쓰고 기어코 이번 대선에 출마하려는 것은 바로 여야 대선후보들에 얽힌 치명적 결함 때문입니다. 여야 대선후보 모두 검찰 기소를 당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수도 있는 사상초유의 네거티브 대선이 유력해지면서 유권자들도 이에 대한 ‘반발투표’ 내지는 ‘저항투표’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 대표는 유권자들의 이런 이탈한 표를 제대로 긁어모으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선 불출마 번복에 대한 부담보다 대선출마가 정치적으로 훨씬 남는 장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번 대선은 반드시 완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대권도전이기 때문에 섣불리 판을 접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국민의힘과는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합당 실패 등으로 감정적 앙금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철수’라는 제3후보를 정치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깡그리 무시하는 행태에 대해 반드시 대선 완주로 ‘복수’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 선거판에는 “내가 당선은 안 돼도 경쟁자를 떨어뜨릴 수는 있다”는 암묵적인 철칙이 남아 있습니다.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 완주’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다 잡았던 대어를 놓쳤습니다(38.7%). 김대중 후보(40.3%)에게 1.6% 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던 것입니다. 당시 이인제 후보는 19.2%를 얻었습니다. 이를 이번 대선에 대입해보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닙니다. 안 대표는 지난 2017년 대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21.41%를 득표한 바 있습니다. 이인제 후보가 앗아간 제3지대 표심을 안철수 후보가 그대로 이어받을 가능성이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특히 한번 정권을 뺏긴 보수세력의 응집력이 진보진영의 정권재창출 의지를 압도하는 형국입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 안철수 후보의 독자 출마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단언한 적이 있었습니다. 국민들의 정권심판론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3자구도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견한 것입니다. 최근 이준석 대표가 저주에 가까운 표현으로 안 대표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전략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대선에 대한 ‘근자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층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반드시 안 대표를 끌어안아야 한다’며 그를 궁지로 몰고 있는 이준석 대표에 대한 사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선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는 하늘과 땅 차이이긴 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 지지율 고공행진과는 별개로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지난해 재보궐선거뿐 아니라 내년 대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현재로서는 유력합니다. 또한 진보진영의 ‘단합력’도 예전같지 못합니다. 국민의힘은 대선후보 경선에서 드러났듯이 당원을 중심으로 보수지지층이 사상 최고로 결집하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이낙연 전 대표를 억지로 끌어안으며 원팀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낙연 지지층이 곧바로 이재명 후보에게 돌아서고 있지 못합니다. 대선이 다가오면 진보진영도 결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겠지만 이재명 후보가 안고 있는 개인 문제와 인성 등의 ‘태생적’인 약점이 얼마나 희석될지 미지수입니다. 이렇게 이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진보진영의 이탈표가 ‘윤석열은 도저히 아니다’며 ‘차라리 안철수에게 가자’는 반발투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안철수의 ‘또 출마’는 바로 ‘이인제 학습효과’를 경험한 국민의힘의 약점을 파고든 대선전략입니다. 동시에 이재명 후보를 중심으로 좀처럼 흐트러진 대오를 정비하지 못하고 있는 진보진영의 약점도 공략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대표가 10년 정치를 하면서 익힌 것은 바로 이런 정치적인 계산입니다. 안 대표가 눈앞에 뻔히 보이는 대선의 ‘줍줍’ 표를 마다할 리 없습니다. 자신은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무시당했던 김종인 이준석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도 있고, 2012년 단일화 협상 이후 민주당에 농락당했던 앙금을 문재인 정권에게 되갚아줄 절호의 기회가 이번 대선입니다. 대선 불출마 번복, 그까짓 것 욕 한번 들으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11월 18일 팩트경제신문 '정치언박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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